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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 Oct 04. 2022

마음 가득 담아, 안녕




세월이 흐르니 이런 모습도 보는구나


이벤트는 고사하고 기념일조차 기억하지 않았는데

몇 년을 졸라대도 편지 한 통, 인사 한 마디 적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만난 네가 케이크를 주섬주섬 꺼내는 뒷모습이 어찌나 낯설던지

한 번도 받아 본 적 없는, 사진과 문구를 넣어 주문 제작한, 하늘색 케이크를 말이야


깜짝 놀라 눈이 마주쳤고 서로 멋쩍어 웃음이 터졌는데

그것도 잠시,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


이젠 특별할 것도 없이 그냥 마주할 뿐임에도 

그게 참.. 그렇게 마음이 저리더라


청춘이라 불리던 풋풋하고 생기 넘치는 시절을 함께 보내온 탓이겠지

매일 나란히 길을 걷고 계절마다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정히 주고 받으며

같은 취향의 영화와 음악에 서로 어깨를 내어주고 머리를 기댈 수 있었던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빠짐없이 알고 있었던 우리였으니까



이젠 얼굴 한 번 보기도 이렇게 어려우니

어쩌면 꽤 시간이 지나야 만, 우연히로만 마주할 수 있으니 

오늘은 우리 그만 울자


서로의 반짝이던 시절을 기억하는 것으로 

그렇게 아득하게 남아있자

눈물보단 웃음 가득한 삶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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