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들여다보다_오월 십팔일
인간은 생존하기 위해 위험한 것에 주의를 기울인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에 자연스럽게 집중한다. 직장 상사가 나를 어떻게 화나게 했는지, 애인은 왜 그런 식으로 말해서 나를 서운하게 하는지, 나는 계획한 것들 중에 무얼 못하고 있는지. 한동안 화나고 서운하고 불안한 감정들에 집중하다가 문득 나 자신이 <인사이드 아웃>에 나오는 투덜이 세포처럼 느껴진 적이 있다. 밉게 보이는 나 자신 때문에 이내 다시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는 것이다. 그러다 퍼뜩 정신을 차렸다. '이거 습관이구나.'
부정적인 생각에 집중한다고 해서 자책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이건 인류가 나에게 남겨준 습성이고 매우 자연스러운 행동이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는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를 낮추어 삶의 질을 높일 필요는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제명에 못 살 것 같은 기분으로 오래오래 살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기분 나쁜 감정과 생각이 쌓이고 쌓여 내적으로 비명이 나오는 날이면 나는 두 가지 방법을 주로 이용한다.
첫째는 글로 나의 감정을 쭈욱 정리하는 것이다. 상태가 최악인 날엔 공책 4쪽을 꽉 채우다 손이 아파 그만둘 정도로 글을 쓴 적도 있다. 그렇게 정리를 하면 머릿속에서 중구난방으로 떠다니던 생각들이 분명해진다. 내가 무엇 때문에 불쾌했었는지 깨닫기도 하고,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구분 짓고 방향을 정하며, 때로는 의도치 않게 상대방의 입장까지 이해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 내가 이래서 그랬었구나.' 하는 것. 다시 말해 화가 났던 나 자신을 이해하고 그런 나를 멀찌감치 떨어져 바라보는 것이다. 사소하고 추상적이어 보이지만 이 과정이 어두운 생각에서 나를 끄집어내는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명상을 하며 현재 내 주변에 감사한 것을 생각해낸다. 가뭄에 콩 나듯 어떤 감사한 상황이 생겨 자연스럽게 그 감정이 올라오지 않고서야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감사한 생각은 꾸준히, 애를 쓰며 연습해야 한다. 화가 나는 날은 다섯 가지씩 찾아보기도 한다. 감사한 걸 정말 찾기 어려운 날에는 살아 숨 쉬는 것, 저녁으로 맛있는 된장국을 먹은 것에 감사하다고 끄집어냈다. 그렇게 했을 때 나의 하루와 그것이 쌓인 나의 근황, 나의 인생은 긍정이 적어도 반 정도는 되는 살만한 것이 된다.
명상을 함께 하는 이유는 명상이 끊임없이 샘솟는 생각들을 끊어낼 수 있는 훈련이기 때문이다. 명상이라고 해서 거창할 것도 없고 그냥 눈감고 숨 쉬는 것이다. 숨 쉬면서 내가 가진 감각들에 집중한다. 청각으로 지금 들리는 소리를 듣고, 후각으로 지금 나는 냄새를 맡고, 촉각으로 지금 간지러운 곳을 느낀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내 의식은 '지금'에 집중하고 있다. 사실 현대인들은 밥을 먹으면서 핸드폰을 보고, 일을 하면서도 다음 것을 예상하고, 대화를 하면서 딴생각을 하느라 지금 여기에 잘 집중하지 않으므로 명상을 통해 이런 딴생각들의 흐름을 끊어내면 뇌를 환기하면서 깨끗이 세척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