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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낑깡 Feb 25. 2022

사랑만으로도 시간은 부족해서

트와이스의 Feel Special을 듣고


사랑만으로도 시간은 부족해서

w. 낑깡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한 번 내 안에 들어온 사람은 언제까지고 내 사람이다. 그러다보니, 이따금씩 그 사실이 나를 괴롭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받는 상처와 배신에 쉽게 무너진다. 그런 나를 보고, 우리 엄마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낑깡아, 누군가를 미워해라. 마음껏 미워하되, 그 감정이 너까지 해치게 두지 마라." 나는 그 말을 듣고 누군가를 미워할 힘을 얻었다. 힘껏 미워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의 행복을 빌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말하자 주변 사람들이 말했다. 낑깡아, 너나 먼저 행복하라고. 그 말도 맞는 말인 것 같아 웃는다. 하지만 사람은 쉽게 변할 수 없어서 나는 늘 제자리에 있다. 가끔 누워서 나의 관계관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미련한 건 아닌지 생각한다. 그때, 우연히 트와이스의 Feel Special을 듣게 되었다. 이 노래를 듣고 생각했다. 아, 시간은 사랑하기에도 부족하구나. 그래서 나는 힘껏 미워하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쪽으로 살아가려고 한 것이었구나.


  이 노래를 듣고, 엄마가 생각났다. 친할머니는 엄마를 정말 괴롭히고 미워했다. 어렸던 내가 있는 앞에서도 서슴치 않았다. 그렇지만, 엄마는 한 번도 친할머니는 물론 다른 누군가가 밉다고 말한 적 없었다. 엄마가 처음으로 누군가를 미워한다고 말한 것은, 시한부 판정을 받고 호스피스 병동에 있었을 때였다. 엄마는 처음으로 친할머니가 밉다고 했다. 친할머니는 그런 엄마의 손을 잡고 사과했다. 울면서 사과했다. 나는 그 모습조차 가증스러워보였지만, 엄마는 친할머니가 간 뒤 웃었다. 이제 편하게 떠날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엄마는 그럼 친할머니가 안미워요?"

  "이제 안 미워, 한 80%정도 후련해."

  "어떻게 그래요? 엄마 바보에요?"

  "떠나는 마당에 미워해서 뭐하니."


  엄마는 그렇게 말하며 정말 후련한듯 웃었고, 나는 그런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오늘이 와서야 엄마를 이해했다. '얼마나 내가 소중한지 말해주는 너'와 함께하기에도 시간이 아까워서, 엄마는 누군가를 미워하고 그 끝엔 결국 행복하기를 바란 것 같다. '세상이 아무리 날 주저앉혀도, 아프고 아픈 말들이 날 찔러도'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사람과 함께 하기를 바란 것이었구나. 나를 특별하게 여겨주는 사람. 그 사람과 함께하기에도 시간은 짧으니. 엄마의 마음을 은연중에 내가 물려받은 것이었구나.


  누군가를 미워하길 두려워했던 나는, 이제는 더 이상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미운 사람은 미운대로 두고 나를 'Feel Special'하게 만들어주는 사람과의 행복을 꿈꾼다. 아직도 미련하게 미운 사람의 행복을 빌어줄 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괜찮다. 나는 미운 사람에게 시간을 허비하지 않을테니까,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과의 사소한 시간을 즐길테니까. 그거면 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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