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소중하고 예쁜 아기의 발

by 무나나나

아기들의 신체 부위는 어느 하나 뺄 수 없이 귀엽게 만들어져있다. 부풀어 오른 볼과 앙증맞은 코, 조그마한 입술에 섬세한 귀까지 달린 얼굴은 말할 것도 없고 어른의 손가락 하나를 꽉 쥐면 남는 자리가 없는 작은 손, 어른 손바닥 하나면 가리기에 충분한 작고 통통한 엉덩이, 통 실하게 부푼 배, 아직 제 자리를 찾지 못한 짧은 목과 팔다리까지 어디 하나 귀엽지 않은 구석이 없다.


그 중에서도 특히 내가 좋아하는 부위는 발이다. 아기들의 발은 두 손을 소중히 모아 따뜻한 공기가 적당히 통과할 정도로만 살짝 벌린 형태를 하고 있다. 잘 구워진 마들렌같기도하고, 아래위로 통통하게 부푼 군만두같기도 하다. 이 작은 발을 한손에 얹어보면 그 보드라움과 온기에 놀라게 된다. 세상의 떼는 단 1그램도 타지 않은 순수함의 결정체가 올라앉은 느낌이다. 털이있는 다른 포유류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보드라움, 그래서 성선설을 믿게 만드는 촉감. 아기가 허락해 준다면 하염없이 쓰다듬고 있을 것 같은데 벌써부터 간지럼을 타는 아기는 쉽게 허락해주지 않는다.


보드라운 발바닥 위는 부풀어오른 발등이 덮고 있다. 아기들의 발등은 솜을 잘못 밀어넣은 인형의 것처럼 볼록하다. 일년새에 몸집을 3배가량 불리느라 지방을 제대로 배치할 겨를이 없어 생기는 현상인것 같다. 발등 뿐만 아니라 팔다리와 배, 엉덩이, 볼따구니까지 온몸 구석구석에 차오른 살은 앞으로 커갈 아기의 자양분이 된다. 야트막이 솟아오른 발등은 작은 언덕처럼 버티며 아직 발을 제대로 디딜 줄 모르는 아기들에게 무게추같은 역할을 한다. 발바닥과 발등이 모두 아래위로 부풀어있어 잘 설수는 있을지 걱정되지만 때가되면 대게 보란듯 이 무게추를 꾹꾹 누르며 기립한다.


조그마한 언덕 끝에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자그마한데도 제대로 모양을 갖추고 있는 발가락이 달려있다. 신생아때는 이 작은 발에 (손도!) 하나하나 발톱이 달려있다는 사실이 신기해 한참을 바라보곤 했다. 아기 발톱의 생김새는 성인의 것과 같지만 아주 얇아서 손톱깎이가 아닌 가위로 잘라야 한다. 종잇장처럼 얄팍한 발톱은 눈 깜짝할새 자라서 아기의 성장을 짐작케 한다. 발가락은 아기가 힘을 줄 때마다 옴찔거린다. 움직일 필요가 전혀 없거나 아예 방해가 되는 상황에서도 움찔, 본능으로 움직이는게 마치 강아지나 고양이의 꼬리같다.


아기의 발은 신생아 시절에는 주로 양말이나 속싸개에 숨겨져있다가 이리저리 발을 뻗대로 발차기도 할 수 있을 즈음이 되면 세상에 그 귀여움을 드러낸다. 그때쯤이면 발가락들도 좀 더 여물어 살도 조금 붙게된다. 박연준 시인은 에세이집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에서 어린아이들의 손가락과 발가락을 ‘얼마나 앙증맞은지 점토로 갖다 붙인 것처럼 보여, 잠깐 떼었다 붙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표현했는데 아기를 곁에 두고 그 문장을 읽을 때는 정말 너무나 적확해 육성으로 탄성이 터져나왔다. 정말로 아기의 발가락은 누군가 정성들여 빚은냥 어여쁘면서도 앙증맞다.


아기가 무언가에 집중하느라 제 발까지 신경을 쓰지 못할 때 나는 몰래 두 손으로 그 작은 발을 감싼다. 발등과 발바닥을 애지중지 쓸어본 후에는 마찬가지로 동그랗게 부풀어올라있는 짧은 발가락을 만진다. 이 발이 언제까지 이렇게 소중할까? 내 어머니가 하시던 말씀대로 아기가 다 커서 제 가족을 꾸리는 날이 와도 여전히 소중할까? 지금의 나로서는 모르는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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