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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레스임 Mar 22. 2024

글쓰기와 병행해야 할 일들

생각을 바꿔 다시 써보는 글쓰기



 흔히 생각하기에 독서를 통해 얻은 착상이 생기면, 쓰기 시작한다고 알고 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글쓰기는 많은 생각의 복합체이다. 생각의 선행조건은 경험이다. 아무것도 쓸거리가 없다면 아무것도 해본 적이 없다는 말과 상통한다. 기행문은 여행을 해봐야 쓸 수 있다. 감상문도 무언가 보고 느낀 감상이 생겨야 쓰게 된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수고를 들여 경험하고 느낀 것을 자신에게 적용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글쓰기는 많은 경험과 느낌, 그리고 여행이나 깨달음 등을 통해 더더욱 풍부한 글감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매번 일정주기로 글을 써야 한다면 독서를 통한 방법만큼 영감을 얻기 쉬운 것은 없다. 누구에게나 시간이 그렇게 풍부하지는 않다. 각자의 삶 속에서 무한정의 경험이나 여행 등이 가능하겠는가? 그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책은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볼 수 있는 유일한 도구이다. 그 속에는 여정이 있고 느낌과 감상이 있으며 진리도 발견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상식이니 더 이상은 논하지 않겠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글쓰기와 병행해서 하는 독서를 말함이다. 병행한다는 것은 책을 보고 생각을 동시에 하다 보면 쓸 감이 생긴다는 것이다. 한 구절의 문장은 필자가 공을 들여 생각한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문득 읽고 지나친다면 별로 남는 것이 없다. 우스갯소리로 '다 남기자고 하는 짓이다', 문장 속에서 깨우친 것이 있다면 그 감상을 자신만의 생각이 담긴 글로 남겨보자.


 읽기에 힘든 분량의 책이라면 목차라도 한 번 써보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눈으로 보는 것보다 한 번 써보는 것을 뇌리에 새겨 남겨 장기기억으로 남겨놓는다. PC나 스마트폰에 써넣다 보면 분명히 그냥 읽는 것보다 뇌리에 남는 부분이 많다. 내 경험으로는 손으로 써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다. 육필로 쓴다는 것은 머릿속 어딘가에 펜이 작동할 때 선의 흔적이 뇌리에 남기는 것이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니 마음에 드는 문장이나 자신의 생각을 낭비하지 말고 써보는 것이다. 당장은 맥락이 없어 글감이 되지 않더라도 단문으로 남기다 보면 분명히 찾게 되는 시기가 있다. 이런 밑작업이 있어야 착상에 따른 글쓰기가 가능해진다.



 독서를 하다 보면 처음엔 흥미가 있어 대여나 구입은 했지만 보관만 하고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의 경우도 서점이나 자료실 등에서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는데, 막상 가져와서는 이런저런 핑계로 쌓아두고 읽지 못한 책들이 있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습관이 잘못된 것을 눈치챘어야 했다. 한평생 살아오면서 자신과의 타협이 왜 그리 많아지는지 점점 게을러지고 있었다. 목차라도 읽어보면 대충의 내용이 눈에 들어오기에 목차를 훑어 내려갔다. 사실 목차는 전체 내용의 뿌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즉, 근원적 내용의 원인이 목차에 있다는 생각은 젊은 시절 수험생활에서 익힌 습관이기도 하다.


 목차에는 전체 내용의 윤곽과 흐름이 적혀있다. 시험을 위한 독서는 아니니, 마음이 가는 곳의 쪽수를 펼치거나 한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기억에 선명한 흔적이 남는 기분을 느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자신의 구미에 맞는 챕터를 읽은 후에 멈추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방금 읽은 내용을 생각을 통해 공감을 하거나, 자신의 생각으로 바꾸어 다른 의견을 개진해 써보는 것도 좋은 습관이라고 할 수 있다. 글쓰기는 창의적인 작업이다. 나 자신의 생각 없이 문장을 읽어만 간다면 창작자로서의 자질에 의문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어느 여성작가님의 글에서는 일상 속에서도 글쓰기 연습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피력하셨다. 즉, 쇼핑목록작성이나 간단한 메모 활용하기, 심지어는 영수증 정리 등도 글쓰기와 연관된다고 한다. 작고 하잘것없는 활동이 그분에게는 생활 속에서 읽고 쓰는 능력을 배가시킨다고 하니, 아직 일천한 나의 생각으로는 부러울 뿐이다.


 다른 작가님의 글 속에는 교육을 위한 글쓰기에 대해 일갈하고 있었다. 자신의 글쓰기는 작가로서 큰 영예를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닌 학생으로 돌아가 아이들과 어울리는 도구라고 말씀하셨다. 자신의 아이들에게 큰소리로 책을 읽어주거나, 함께 글을 쓰다 보면 아이는 언어에 익숙해지고 문서를 이해하는 능력치가 향상된다고 했다. 더불어 아이는 자신이 하고픈 말을 무엇인지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주어 자신의 생각을 짚고 넘어가는 교육의 효과를 노린다고 했다.


 글쓰기는 한편으로는 오랜 시간의 결과물이다. 시간과 기다림의 가치는 자신에게도 내 아이들에게도 인내심을 요구한다. 언젠가 이러한 노력들이 세련된 문장으로 빛을 발하는 순간이 오기를 기다리는 성장의 습관을 갖는다면, 얼마나 멋진 일일까 생각해 본다. 글쓰기의 재료는 경험과 정보 그리고 무엇보다 생각이다. 생각을 정리하고 자신만의 관점을 담아야 한다. 재료가 좋다면 이런저런 양념이 필요 없는 맛있는 음식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좋은 글이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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