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한다. 생각은 미치나 주제나 소재가 생각나지 않았다. 무엇을 쓸 것인가? 늘 고민하지만 뾰족이 떠오르는 주제가 없다. 그럴 땐 평소 관심 있던 책을 뒤져본다. 집에 있던 책도 좋고, 걸어서 서점을 가기도 한다. 주제를 잡기가 그리 쉽지가 않았다. 많은 경험으로 글감이 넘치는 작가분들도 계실 것이다. 또한 생활 속 범사에서도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기량이 있으면 주제를 잡기가 수월할 것이다. 나는 이것저것도 서툴다 보니 책 속에서 영감을 얻을 뿐이다.
각자의 습관에 따라 세 가지 정도로 분류할 수 있다고 본다. 하루의 일상에 따른 느낌과 감상을 풀어내는 글쓰기와 생각의 확장성이 왕성하여 이른바 뇌피셜 만으로도 회상과 상상이 자유로운 글쓰기가 가능한 분들이 있을 것이다. 변검술 같은 사람의 심리적 하루는 알아차리지 못할 뿐 글쓰기의 소재로 차고도 넘친다. 여성 작가분들의 글 중에 그러한 작품은 절묘한 글쓰기의 정수를 보여주기도 한다.
나도 한동안은 그런 식의 글쓰기로 나의 존재를 피력한 적이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나름의 글쓰기를 해보니, 이제는 뭔가 맥락 있는 글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내가 쓸 수 있는 맥락의 주제는 무엇일까?......., 그때부터 글을 쓴다는 것이 부담감으로 다가온다.
글쓰기도 여느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부지런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스마트폰의 노트앱을 활용한 글쓰기가 참으로 편하기는 하였다. 특히 어떤 생각이 휘발성으로 인해 나가기 전에 간간이 기록하는 용도로는 최상의 도구였다. 걸어가며 잠깐동안 적기도 하고, 앉아서 쓰며 환경과 장소에 상관없이 쓸 수 있다는 점은 큰 매력이었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습관이 있을 것이다. 스마트 폰으로 하든, PC로 하든 자신에게 맞는 도구로 목적한 바를 이루면 그뿐이다. 나의 경우는 글을 쓸 때도 자세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는 일도, 글을 쓰는 일도 자세를 바르게 하고서야 생각의 정돈이 나를 부추긴다.
글을 쓰려면 읽기가 선행돼야 한다는 생각은 꽤 오래전부터 실천하고는 있지만, 쉽지 않은 일상에 보태어 그 일을 한다는 것이 난감한 적이 많았다. 읽기에 너무 시간을 들일수도 없다. 글쓰기를 위한 나의 독서는 순전히 영감을 얻기 위한 사전작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어쩔 때는 30분 만의 읽기로도 많은 영감을 얻고는 한다. 어차피 책의 리뷰를 쓸 일이 아니라면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빼놓지 않고 읽은 후 써보는 것은 목차이다. 목차는 그 책의 모든 내용을 밝혀주는 압축적 메시지다. 일단 관심분야의 책을 찾아서 목차를 본다. 목차만큼은 정독을 해야 한다. 그중 마음이 가는 페이지를 찾아 나름의 글귀를 감상한다. 메모도 하고, 촬영도 하며 흡족히 글감의 확장성을 구상해 본다.
주제를 잡기 전에 이러한 사전작업은 재주가 일천한 나만의 습관 일수도 있다. 시간이 되면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 스트레스를 느끼는 분들은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일 수 있기에 밝혀둔다. 앞으로의 글쓰기는 이러한 습관에서 진화하여 글쓰기의 목차를 세워보는 시도를 선행하려고 한다. 결국 글을 쓴다는 것은 한 권의 맥락 있는 책으로 엮어야 값어치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주제를 확실히 잡았다면 쉽지 않겠지만 목차를 만들어 그 압축된 메시지를 풀어 글을 쓰면 될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한 시도를 아직은 미흡하지만 지금 쓰고 있는 '글쓰기 상념' 매거진에 적용해 보려 한다.
작년 4월부터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으니 9개월여 동안 쓴 글의 편수가 남들보다 많이 모자란 편이다. 일주일에 한편 정도의 글을 올리리라 계획을 하고 쓰지만 그마저도 나에게는 벅찰 때가 많았다. 쓰면 쓸수록 버겁게 느껴진다. 게으른 것도 한몫한다고 생각하지만, 쉽게 쓰질 못하는 버릇도 나를 옥죄곤 한다. 일단 부담감에서 나를 자유롭게 풀어줘, 글쓰기 습관을 즐거움을 동반한다는 감정의 상태를 가져보려 한다. 그러려면 주제 잡기의 사슬부터 끊어내야 가능할 것이다. 하나의 주제를 면밀히 살피고 제재를 갖추어 목차를 세운다면 분명 지금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