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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레스임 Feb 24. 2024

묘사는 어려워

대화체가 그럴 듯 하지만



 알프레드 히치콕의 작품은 영화사에서 그의 작품 전과 후를 기점으로 잡을 만큼 히치콕의 족적은 영화사에서 불멸의 작품을 탄생시켰다. 실제로 그 이전의 영화들을 보노라면 단순한 기법에 하품이 나올 정도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와 별다른 구별점이 없을 정도로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의 시대로 돌입을 했지만 기법상의 별다른 발전은 없었다. 히치콕은 관객이 미리 긴장하도록 여러 가지 영화적 장치를 가미시켰다. 글쓰기로 말하자면 말하기인 설명보다는 묘사에 치중했다고 보인다. 영화의 관객과 글의 독자는 서로 별개로 보이지만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글쓰기에서 작자가 의도한 공감이 없다면 그 글은 생명력이 실종된 공허한 나열의 문구일 뿐이다. 아무리 대단한 내용의 글일지라도 읽는 이가 쓴 글의 의도와 내용상의 전개와 결말이 기억에 장면처럼 남게 하려면 적당한 묘사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너무 많은 묘사 또한 오히려 읽는 이를 혼돈시킬 수 있다. 되도록이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줄거리 정도는 설명보다는 묘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묘사는 굳이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상황에 따른 행동의 묘사는 충분히 이해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다음의 경우는 설명과 묘사의 대비관계를 써본 것이다.



- 합격자 발표날, 노트북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디에도 내 수험번호와 이름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내 손을 잡아주고 있었다. 그나마 나에겐 큰 위로가 되었다.


- 노트북을 켜고 지난 1년간의 성과를 자랑스레 보여주고 싶었다. 내 눈은 어디서도 나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고개를 떨구고 초점 없는 내 눈동자는 어느덧 살포시 내 손을 잡고 있는 그녀의 따스한 손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온기는 "괜찮아! 다시 하면 돼"라고 말하고 있었다.


 적절한 묘사는 상황에 따른 구체적인 대상을 말로써 그려 보이는 기술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대상을 선택해 사람이나 장소, 사물등을 선택한다. 이러한 묘사는 인물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키고, 사물에 깊은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먼저 시각화시켜 눈에 보이듯이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으며 장면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묘사는 구체적이고 상세한 세부사항을 포함시킨다. 대상의 색상과 모양, 냄새, 맛 그리고 질감을 정확하게 묘사해야 한다. 그 외에 냄새나 소리, 맛 등의 느낌, 즉 다중감각도 묘사를 하는데 중요한 요소다. 이러한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독자가 느낄 감정과 연결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비유와 은유 또한 묘사를 풍부하게 그릴 수 있다. "꽃송이가 마치 태양의 미소처럼 빛났다"라는 표현은 비유와 은유의 효용성을 보여준다. 그 외에도 문장의 구조와 리듬도 글을 흥미롭게 만들 수 있다. 짧고, 긴 문장을 번갈아 사용해 반복적인 패턴도 묘사의 진가를 나타내는데 좋은 재료다.


 주의할 점은 과한 형용사 사용은 지양해야 한다. 즉, "그 꽃은 놀라울 만큼 아름다웠다" 등의 표현은 너무 과장되면 부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묘사를 위해 너무 긴 묘사는 지루해져 읽는 이의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간결하고 흥미로운 문장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한편 너무 일반적이고 흔한 표현은 차라리 안 쓰느니만 못하다.


- 설명적 표현의 경우 -

방안은 밝았다. 벽에는 그림이 걸려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책과 꽃병이 있었다. 꽃병 안에는 장미가 피어 있었다.


- 묘사를 이용한 표현의 경우 -

햇볕이 창문 너머로 들어와 방 안을 밝혀 주었다. 그림이 걸린 벽은 옅은 베이지 톤이었고, 그 위에는 오래된 나무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테이블 위엔 먼지가 쌓인 책 한 권과 작은 꽃병이 있었다. 꽃병 안의 노란 장미는 그 향기를 은은하게 방안에 퍼트리고 있었다.


 무엇보다 묘사를 통한 글쓰기의 어려운 점은 상상력 부분이다. 많은 경험을 통한 유추의 표현은 어휘력이 뒷받침되어야 문장으로 나타낼 수 있다. 이 능력은 그림을 따라 그리듯 좋은 표현을 모사(模寫) 해 보는 것이다. 글쓰기는 부단히 써보면서 닮고 싶은 글을 따라서 쓰다 보면 늘게 되어있다. 독서를 통해 좋은 글귀나 생각을 메모하는 습관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메모를 권하는 이유는 한번 적어본 기억은 언제고 찾아보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든지 끈기가 필요하다. 몇 번이고 퇴고의 과정을 거치고, 자신이 흡족할 때까지 쓰다 보면 어느새 달라진 자신의 문장에 자긍심을 가지는 순간이 온다.



 대화체는 글쓰기에서 많이 사용되는 문장부호 중 하나다. 이러한 대화체를 사용하는 이유는 인물의 특성을 부각하고, 생동감 있는 실제 대화를 통해 독자들을 몰입하게 하는 부수적인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큰 따옴표를 쓰면 구분하기 쉬워 대화 부분을 빠르게 찾아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화체를 혼용한 글은 더욱 가독성을 가지게 된다. 그러므로 글의 내용은 풍부해지고 흥미로운 여운을 남기게 된다.


  대화체의 이런 효용을 제대로 구사하려면 인용부호를 제대로 써야 한다. 큰따옴표(")가 대화 부분을 감싸고 마침표를 잊지 않도록 해야 한다. 회상이나 혼잣말의 경우는 작은따옴표(')를 사용한다. 말이 없음을 나타낼 때(.....), 문장이나 글의 일부를 생략할 때는 말 줄임표를 사용한다. 너무 잦은 사용 또한 무성의한 글이 되므로 지양해야 한다. 대화체를 잘 쓰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하다. 시나리오 대본을 보는 것 또한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일상적인 대화의 기록과 분석을 통해 나름의 터득이 가장 좋다는 생각을 해본다.


 한 편의 글쓰기가 그리 녹록하지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끝없는 생각에 상념을 반복하는 시간을 보내고도, 한 편의 글쓰기가 완성됐다고 감히 말할 수 없는 지경이니........., 마지막으로 글을 올릴 때면 '에라! 모르겠다.'란 생각으로 터치를 하고 나면, 밀려오는 잔상의 후회는 내가 아직 가야 할 길이 머나먼 사막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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