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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레스임 Oct 05. 2023

브런치 글쓰기 단상

나에게 아직 써야 할 글이 있다



뭔가 기가 빠진 느낌이다. 어느 작가님이 이르길 사람처럼 글쓰기도 권태기가 온다고 했다. 아마 나에게도 그런 시기가 지나는 듯하다. 끊임없이 연재를 하시는 많은 작가님들과 비교하면 푸념에 지나지 않겠지만, 내 역량에 비춰볼 때 많은 양의 글쓰기를 한 것 같다.



처음에 누구나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쓰기만 하면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나의 글을 읽어줄 거라는 착각을 하곤 했다. 하지만 나에겐 줄거리가 없었다. 맥락 있는 글쓰기는 주제를 갖고 끊임없이 소회와 방법 그리고 새로운 비전의 제시 등이 녹아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겉도는 글만 쓴 것 같다.



최근 아내의 병고로 인해 너무 난감한 일상을 접하다 보니, 평정심도 조금 흩어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글을 쓰는 게 조금 심드렁해진 것도 사실이다. 지난 오 개월 동안 나름의 글을 쓰면서 느껴온 감정의 고리들을 밝히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어 이렇게 키보드를 마주하고 있다.



먼저 나의 글쓰기에 동감해 주신 독자님들과 작가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브런치 작가로 글쓰기를 하면서 후회는 없었다. 많은 작가님들과 교감도 좋았고, 개인적으로도 많은 진보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작가님들의 글은 살아있는 교본이었고, 나의 단점을 알아차리는데 더없이 좋은 스승이었다.



시간을 가져 좀 더 읽고, 생각을 해야 나에게 자양분이 될 것이다. 에세이류의 글이 대부분이지만 그 안에는 희로애락이 있었다. 글을 읽는데 오분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그 글을 쓰기까지는 많은 생각의 주마등이 지나갔을 것이다. 과분하게도 많은 분들이 나의 글을 구독해 주시지만, 그분들의 글을 다 읽고 생각해 볼 시간과 자신이 나에겐 사실 없다. 내게 많은 수의 관심작가님이 없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사실 나는 글쓰기도 읽는 것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한 줄의 문장에 마음이 가면 보고 되뇌기를 한참을 한다. 그건 아마도 글쓰기를 詩로 시작한 전력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詩는 어려운 분야의 문학이다. 꾸준히 시를 올리시는 김용기 선생님의 詩를 대할 때면, 일상 속에서 탁마 한 시구가 어찌 그리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지 감탄하곤 한다.



글쓰기의 어휘나 문장을 좀 더 낫게 쓰려는 분들은 詩에 좀 관심을 두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재주가 일천하여 많은 시를 짓지는 못했지만, 분명 어휘와 문장을 다듬는데 도움이 된다. 한 줄의 詩는 많은 고뇌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조사 하나에도 리듬감까지 고려해 짓는 것이 이기 때문이다.



사실 브런치의 글쓰기가 그리 녹녹하지 않다. 어느 작가님의 말씀처럼 읽어주는 독자분을 의식해야 하고, 너무 문학적인 글도, 너무 개인적인 가벼운 글도 아닌 주제가 분명하면서도 읽기에 편하고 좋은 글은 그 자체가 스트레스를 준다. 아침도 점심도 아닌 브런치는 이미 그 본질의 정체성이 모호하듯 글쓰기도 애매하기 때문이다.



나의 정체성을 어디서부터 다시 찾아 글감으로 써볼까 늘 궁리를 한다. 소설이나 정통 에세이를 올리는 작가님들의 글을 가끔씩 마주할 때면 나의 글에 비해 유려하고 깊이가 다름을 느끼곤 한다. 그분들은 구독의 여부와 상관없이 나름의 세계가 있는 분들이다. 브런치 운영진도 인기에 크게 영합하진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글은 결국 생각의 조합이다. 많은 호응이 없더라도 좋은 글은 전문가들의 눈에 띄기 마련이다. 그래서 너무 시류에 영합하지 말고 자기만의 이야기를 담은 글을 담담히 쓰는 것이 오히려 많은 동감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여름의 뜨겁던 기억이 어느덧 차분해지는 가을로 접어들었다. 하늘이 유난히 높아 보인다. 좀 더 깊은 사색을 하기에도 좋은 계절이 왔다. 어제의 나는 이미 지나간 자취일 뿐이다.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화가들이 새로운 캔버스를 마주 대하듯, 글쓰기도 새롭게 다른 생각의 줄기를 찾아 써보고 싶다. 비록 서툴지만 유채색의 뚜렷한 나만의 색깔을 찾아 다시 써봐야 한다. 어차피 처음부터 각오한 일이었다. 글쓰기는 결코 완성되는 일이 아니다. 탈고를 할 때면 문득 다 지워버리고 싶을 만큼 늘 부족하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인생 또한 그렇지 않던가. 나는 여전히 배워가야 할 학생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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