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분야가 그렇겠지만 글쓰기도 하나의 세계를 품고 있다. 비록 처연한 글쓰기일 망정 나의 글을 폄훼해서는 안된다. '조엔 롤링(Joanne Rowling)' 스스로도 몰랐을 것이다. 딸아이를 가진 이혼녀에 변변한 직업도 없던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글쓰기뿐이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발상'을 글로 연결시킨다는 의미와 상통한다. 기차가 연착하는 바람에 4시간 동안 상상의 나래를 피우면서 구상된 생각은 '해리포터' 시리즈로 꽃을 피웠다.
글을 쓰자면 무엇보다 '발상'이 중요하다. 발상은 글을 쓰게 하는 단초이자 전개의 초석이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이야깃거리'이다. 글을 쓰는데 이야깃거리가 없다면 아무것도 바랄 수 없다. 무언가 전개시킬 재료인 이야기는 본인만이 알 수 있다. 그 이야기를 끄집어 내게 하는 힘이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발상'은 홀연히 출몰했다 아쉽게 사라진다. 쓸 이야깃거리가 없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나 또한 늘 무엇을 쓸 것인가를 두고 늘 고민해 왔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쓸거리가 없다는 말은 게으르다는 말과 상통한다. 켜켜이 쌓인 사건의 연속인 인생사가 순탄했을 리가 만무하다. 모든 생각과 감정을 기록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지금의 존재인 나는, 그 계단의 언저리에서 방황하고 고민하며 나름의 해답을 찾았기에 무사히 현재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한 나의 지나간 시간들은 머릿속 어딘가에 거대한 서고(書庫)를 숨겨 놓았을 것이다. 그 속에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무수한 이야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생각하는 힘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해봤다. 나의 뇌를 깨우려면 조금은 부지런해져야 한다. 누구의 말처럼 사람의 뇌는 편한 것을 좋아한다. 몸을 움직이는 것이 귀찮은 만큼 생각을 주관하는 기관인 뇌 또한 작동하기를 꺼리는 게 분명하다. 자극을 주어 움직이게 해야 한다. 기행문을 쓰는 작가분들은 가장 적극적으로 생각의 발상을 일깨우는 분들이란 생각이 미쳤다. 낯선 환경과 마주하는 오감은 생각의 갈래에 동기부여를 해주어 풍부한 글감이 생성되게 해 주는 듯싶다. 나의 경우는 그러한 자극에 둔감해서인지 별다른 글을 써본 기억이 없다. 오히려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기억을 더듬어 줄거리의 한축을 메우는 정도가 내가 상용하는 기행의 일부다.
누구에게나 글쓰기는 나름의 세계가 있다. 쓰는 방법도, 착상의 습관도 각자의 주어진 굴레에 따라 담담히 써 내려갈 뿐이다. 어떤 방식이 꼭 옳다는 생각은 자기만의 세계를 일방적으로 일반화시키는 오류일 확률이 높다. 그렇다고 기본을 무시할 순 없다. 일단 자세를 바로하여 책걸상에 앉는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습관으로 이어지기까지는 그리 녹록하지가 않았다. 그다음은 생각을 정리해 본다. 자세를 바로 하고서야 제대로 된 구상이 된다는 나의 생각도 나만의 습관일 수 있다. 요즘은 누워서도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글쓰기가 가능하다는 것쯤은 나도 해봐서 알고 있다. 하지만 생각은 신체가 준비를 해줘야 연동되어 작동하는 기기처럼 움직인다. 나의 경우는 가능하면 공공도서관의 자료실을 이용하곤 한다. 수많은 장서고가 즐비한 자료실은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착상과 발상이 전개될 것만 같다. 스스로 어느 정도의 규율과 강제를 해야 구상에 의한 글쓰기도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이외수 선생님도 자신을 통제하기 위해 교도소의 문짝을 집에 설치하여, 그 방에 들어설 때면 세상과 분리되어 나만의 세계를 인식하고자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만큼 정신은 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나만의 세계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나의 말과 생각이 어우러지는 공간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홀로 사색하는 시간을 사랑한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발상을 했다고 해도 나름의 생각에 몰입되어 홀로 사색할 줄 모른다면, 그 착상조차 무의미한 것이 될 뿐이다.
"글쓰기는 재능이 아닌 기술이다. 그리고 그 기술은 연습과 훈련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해리포터>의 저자인 '로엔 롤링'이 한 말이다. 그녀의 7권인 이 대작은 열차가 고장으로 인한 4시간 동안의 대기하는 시간에 발상과 첫 문장이 이어져 지금의 작품을 탄생시킨 것이다. 생각은 문장으로 나타난다. 첫 문장이 중요하다. 정리된 생각은 그 모든 것을 발굴하게끔 핵심적인 문장을 처음에 적어 넣는다. 첫 문장이 있으면 생각은 기억과 전개의 나래를 편다. 자신만의 이야기, 나만의 목소리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녀의 글은 다른 이들의 의견이나 기대에 휘둘리지 않았다. 오롯이 그녀 안의 목소리만이 그녀의 손을 움직여 문장을 만들어냈다. 우리 모두는 흔히 나만의 세계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남들의 평가에 좌고우면 하는 면이 있다. 나의 세계는 누구도 이해하지 못한다. 처절하게 문장으로 나타날 때만 귀를 기울이고 동공을 확대해 다시 볼뿐이다.
계획과 수정을 통한 자기 점검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소설 등은 전체적인 줄거리와 인물들의 배경, 성격과 행동 등을 정하고 쓰면 보다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다고 한다. 다른 글쓰기 또한 구상단계에서 생각의 확장성을 가늠할 수 있어야 쓸 수 있듯이 마찬가지의 계획은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필수불가결한 퇴고의 과정인 수정은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과감한 삭제와 더 나은표현의 첨가는 진부하지만 읽는 이를 생각한다면 그리 수고롭다는 생각도 접어둘 만하다. 이렇듯 글쓰기는 점진적으로 완성되기에 섣부르게 접근하기가 힘든 면이 있다.
더 이상 무엇을 쓸까에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살아오며 무엇을 보았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래서 내가 느낀 감정에 충실하기로 했다. 나의 글쓰기 세계는 아무도 모르게 외로이 다져온 내공이 가장 중요한 글감이 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