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레스임 Oct 11. 2023

나를 한정시키지 말라

글쓰기로 성취하는 삶



과연 그것이 될까?

내 능력은 여기까지 인데?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닐까?

에이! 해본 적이 없는데!

누구나 자기를 한정(限定)시키고 살아간다. 사실 안 해본 것뿐이다. 끊임없이 자기 회의에 젖어 의심의 고리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나는 배운 것과 상관없이 하는 일이 정해져 있었다. 주위의 시선도 나의 일에 대한 선입견으로 나를 그 정도로 취급한다. 스스로를 묶어 버리면 더 이상 발전은 없다. 특히 언어를 통한 긍정확언은 상상이상의 효과를 내기도 한다.


비관하는 말은 나를 영속적으로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한다. 똑같은 조건에서도 다른 행로를 보이는 사람들의 차이는 결국 자기 확신의 유무이다. 무의식의 영역으로 언어가 인도하기 때문이다.


존재는 본질을 앞선다는 말은 진리다. 나라고 하는 존재는 그 무엇을 위한 용도가 정해진 것이 아니다. 일생동안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지금 하는 일에 종사했지만, 늘 낯선 느낌을 받고는 한다. 또한 그래야 새로운 각오와 열정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한 가지 일에 나를 매몰시키면 나라는 존재는 붙박인 책걸상처럼 그 용도가 한정될 뿐이다. 좀 더 자유롭게 주변을 돌아봐야 한다. 남들의 시선은 그들의 생각일 뿐, 나는 스스로 다른 존재로서 고유한 천성이 있다.


요즘 젊은 층에서는 MBTI나 애니어그램 등이 꽤 유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도 재미 삼아 180여 개 항목이나 되는 애니어그램으로 나를 테스트해 본 적이 있다. 꽤 그럴싸했다. 아마도 사람들이 심리분석에 많은 관심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자기를 그런 것으로 규정지을 필요까지는 없다.


내 생각에 사람은 어떤 도구나 방법으로도 규정지어지는 존재가 아니다. 실제로 일정한 주기로 변하는 게 사람이라는 존재라고 나는 생각이다.


나를 어떤 식으로든 자유롭게 놓아둔 상태가 가장 자연스럽다. 직업적 장인(匠人) 정신도 내 생각에는 그리 마뜩지 않다. 한 가지 일에 혼과 열정을 바쳐 정성을 다 한다는 맥락은 이해하지만, 자칫 매몰될 위험은 어쩌란 말인가. 차라리 몰두하는 일에 대한 새로운 방법을 찾는 것이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



글을 쓰는 일은 다른 생각을 접어두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다. 씨줄과 날줄을 엮어 베를 짜듯이 한 줄의 문장에는 수많은 생각의 갈래들을 한데 엮어 매끈하게 고른 단어들을 펼쳐 보인다. 그래도 늘 부족해 보이는 것이 글쓰기의 숙명이다. 사실 나는 글쓰기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 근무를 하면서 쓰는 기안 따위를 굳이 글쓰기와 비교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귀하고 소중한 이 작업을 누구에겐가 보이는 일도 나는 소극적이다. 때가 되어 무르익은 지붕 위의 박처럼 무게나 부피를 못 이겨 결국 알라차릴 수밖에 없기에 떠벌일 일도 아닌 것이다. 아직은 내면의 살을 찌우고 둥근달 같이 원만히 써 내려갈 뿐이다.


글쓰기는 한편으로 나의 존재에 대한 확인이고 직업적 본질에 대한 반동이다. 물론 나의 직장과 직업은 나에겐 소중하며 생활을 영위하게 해 준 구명줄과도 같다. 그러기에 내 청춘과 시간을 그리고 좀 더 나은 방법을 찾아 갖은 열정을 바쳤다. 그 정도면 된 거 아닌가?


나는 또 다른 존재로서 나에게 맞는 본질을 찾고자 한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나의 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적용시킬 수 있는 호환성도 그리 떨어지는 편이 아니길 바라기에 지금도 노력 중이다.


나를 규정한 것은 타인들이지 내가 아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한 모델링은 찾아보면 쉽게 도처에 있다. 다만 스스로를 용도에 맞는 물건처럼 취급하기에 한계를 느끼는 것뿐이다.


다시 꿈을 꾸어야 한다. 글쓰기는 또 다른 나의 존재이자 본질이다. 수많은 작가님들의 글 속 행간에는 반짝이는 보석들이 숨어 있었다. 다만 그 뜻을 헤아릴 능력이 내게 있는가 하는 의심에 위축된 마음이 안쓰럽다.


정성(誠) 다해 깨우치기(警)를 갈망하다 보면 언제고 내가 보기에도 흡족한 글, 한 줄 쯤은 나오리란  생각을 해본다. 그것이 내가 바라는 나의 존재로서 한정되지 않을 내 삶의 다른 버팀목이길 기원해 본다.

이전 15화 내가 브런치에 글 쓰는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