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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은 Aug 06. 2021

여름의 맛

나의 애정하는 생활

여름은 젊은이의 계절이다. 민소매를 입은 젊은이의 팔이 유난히 싱그러운 것도, 여름날에 해변에 모여드는 젊은이가 활기찬 것도 모두 여름날이 젊음과 깊이 관련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기억나는 여름의 추억들은 모두 젊음에 관한 것들이다. 친구들과 처음 가본 망상해수욕장, 옷가게에 걸려있는 유독 눈이 가게 예쁜 반팔 원피스, 검게 그을려 건강해 보이는 피부... 여름이 젊음의 계절인 이유는 여름의 태양이 뜨거운 만큼 젊음도 뜨겁기 때문인 것 같다. 


 올여름은 여름의 맛이 나질 않는다. 35도가 넘는 열 돔 현상에 코로나로 마스크까지 쓰게 되어 활기는 커녕 푹 퍼지게 되었다. 온열질환에 냉방병까지 겹쳐, 여름의 맛은 커녕 여름의 죽을 맛을 느끼고 있다. 그렇지만, 건조한 여름에 샘물처럼 딱 하루, 여름이 맛을 느껴보았다. 엊그제 수영장에 다녀왔다. 작년 여름도 코로나로 수영장에 못 가보았는데, 올해는 방역에 신경을 쓰자, 큰 맘먹고 다녀오게 되었다. 수영장에 들어서면서부터, 수영장의 물 냄새가 은근하게 코를 간지럽혔다. 여름의 냄새였다. 빠르게 수영복을 갈아입고, 수영장에 들어갔다. 물은 그다지 차갑지 않았고,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물밖과 물에서 계속 마스크를 쓰는 불편함을 감수했다. 이상하게 수영장에 간 날은 자주 오던 두통도 오지 않았다. 수영장에서 물놀이하는 딸과 조카가 즐거워 보였다. 아이들은 놀이를 할 때 태어난 이유를 느끼는 것 같다. 실컷 놀던 우리는 야외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배가 고파 정신없이 고기를 굽는 나를 보며, 언니가 자신이 구워 줄 테니, 맘껏 먹으라고 했다. "고기는 내가 더 잘 구워." 고맙지만 사양하고 고기를 구웠다. 집에서 먹을 때도 이렇게 맛있었나? 올여름 내내 입맛이 없었다. 아이를 낳고, 제법 살집이 있는 몸이었는데, 올여름에는 어딜 가도 살이 빠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야외에서 먹는 삼겹살은 특히나 맛있었다. 아이들보다 내가 더 즐거웠을 정도이다. 수영은 못하고, 물속에서 겨우 뜬다. 물속에서 조금 떠서 물장구쳐서 앞으로 나아가 보았다. 수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식구 중 아무도 없으니, 그 정도의 재주도 모두들 부러워했다. 물안경을 쓰고, 보게 된 물속은 아콰마린의 여름색이었다. 수영장이 푸르디푸른 하늘색인 것이 이해가 갔다. 아이들보다 더 신났던 나는 집에 오면서, 나에게 여름이 힘든 계절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의 삶도 그렇겠지. 지루한 날들의 연속인 듯 하지만, 반짝이는 날이 보석처럼 숨어있을 것이다. 



수영장 그림 - 데이비드 호크니 <더 큰 첨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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