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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은 Aug 23. 2021

아픈 중년

나의 애정하는 생활

올해 여름 몸이 계속 안 좋다. 두통과 체기가 반복됐다. 그렇다고 자리에 눕고 싶을 만큼 아픈 것도 아니다. 조금

신경 쓰일 만큼 찔끔찔끔 아프다. 자꾸 아프다고 주위 사람한테 하소연하는 건 민폐다. 갑자기 돌아가신 할머니가 떠올랐다. 식사를 하고 나면, 뒷골이 당긴다며 손녀들에 안마를 받으셨다. 트림도 꺽꺽.. 밥 먹고 꺽꺽대다 딸아이에게 뒷목을 안마해 달라고 했다. 딸아이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안마해 주었다. 순간 깜짝 놀랐다. 내가 할머니 같네. 할머니는 식사만 하시면 체기를 느끼는 양반이었다. 어린 마음에도 사람이 늙는다는 건 좋은 것이 아니었다. 아픈 곳이 한두 군데씩 늘어나는 일이었다.

몇 년 전에 청년이 35세까지라는 것을 알았다. 사람들은 평균수명이 늘어나 지금 자신의 나이에서 마이너스 10살을 해야 된다고 한다. 이렇게 저렇게 먹은 나이를 자꾸 줄여보려 해도 40대는 중년인 것 같다. 중년이라는 묵직함이 드는 것과는 달리 아프고, 가벼운 것이 중년이다. 여전히 청춘처럼 예민하다. 누군가 건드리기만 해도 못 견디게 소리친다. 노년이라고 다를까?

아프다 보면, 병원을 찾게 되는데, 나는 이상하게 병원의 선생님을 선택한다. 아이 낳을 때 어떤 선생님께 진료를 받을지 엄마들끼리 물어보거나, 맘 카페에 질문하기도 하는데, 나는 그때 아는 엄마들이 없었다. 나는 진료받을 선생님의 이름을 살폈다. **식 선생님께 진료받기로 했다. 내가 아는 의사 선생님도 이름 끝에 식이 들어갔는데, 용하셨다. 그냥 찍었다. **식 선생님께 진료도 받고 아이도 낳았다. 묘하게도 **식 선생님은 그 병원에서 제일 유능한 선생님이었다. 얼마 전에 근처 내과에 가봐도 차도가 없던 나의 체기도 또 이름을 보고 가게 된 내과에서 좋아지게 되었다. 조**의원이었다. 나는 이상하게 주위에 조가성을 가진 사람이 많고, 좋은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조씨가 많았다. 그냥 선생님 성을 보고 조**의원에 갔다. 선생님의 이름이 남성의 이름을 연상했는데, 의외로 선생님은 나이가 지긋한 여선생님이었다. 이러저러한 증상을 물으시곤, "커피, 우유 먹지 말고, 물을 끓여 드시라."라고 짧게 말씀하시곤, 약을 지어주셨다. 저녁에 지어준 약을 먹고 두통이 가라앉았다. 신통했다. 그렇다고 내가 성명학을 공부하거나 아는 것은 아니다. 그냥 내 방식대로 나와 인연이 있었던 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데이터에 넣고 통계를 내본다. 물론 아무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게 맞는 경우가 많다.

중년의 아픔은 이상한 성명학?으로 해결이 되는가 싶었는데, 오늘 또 골 아프게 울었다. 내 글이 돈이 안 되는 것에 엄마가 한소리 하신 거다. 당연한데, 아픈 중년에겐 아픈 소리다. 중년도 예민하다. 건드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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