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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육일칠 Feb 23. 2024

미아 발생(2화)

부모님의 속이 타들어 가는지도 모르고 천진난만한 마음으로 어트랙션을 즐긴 아이는 안전청결 캐스트에게 손을 잡히는 순간 어리둥절한다. 이 아저씨는 누구길래 재밌게 놀던 나를 붙잡아 두나 싶겠지. 이제 진실을 알 때가 되었다.


"어린이 친구, 엄마가 애타게 000(어린이 손님 이름)을 찾고 있어요. 엄마 만나러 가 볼까요?"


아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아이가 본인이 미아임을 인지하는 순간이다. 한 손은 조막만 한 아이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고, 다른 한 손은 무심하게 쥔 딱딱한 무전기로 전체 직원에게 현 상황을 보고한다.


"미아 찾았습니다. 지금 손님상담실로 인계하겠습니다."

"수신 양호"


사실상 아이의 손을 잡고 손님상담실을 향하는 순간은 미아 상황이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기에 발걸음이 가볍다. 부모님을 만나면 혼날지도 모르다는 생각에 아이의 발걸음은 무거울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반드시 찾아야 한다는 부담과 긴장은 사라지고, 아이의 부드럽고 작은 손에 신경을 집중한다. 20대 중반의 미혼에, 주변에 결혼한 친구도 없는 내가, 120cm 아이의 손을 잡고 특정 장소에 데려다주는 경험은 자주 있지 않다. 안전청결 캐스트인 내가 계속해서 미아를 열심히 찾을 수 있게 만드는 힘은, 순수한 아이의 손을 잡고 같은 걸음으로 걸어가는 순간을 기대함에서 나온다.


그렇게 행복한 순간을 지나서 - 어쩌면 아이에게는 걱정스러운 순간을 지나서 - 손님상담실에 아이와 함께 들어선다.


"00야!"


아이와 나는 걱정이 해소되고 안도감이 찾아온 듯한 보호자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에 서로의 손을 놓는다. 아이와 함께 걸어가는 순간이 끝났음에 아쉬움을 느끼지만, 부모에게 아이를 안겨 주었음에 정당한 뿌듯함을 느낀다. 손님상담실의 분위기는 이제야 상황이 올바르게 되었다는 듯 불안한 분위기가 사라진다.


"손님상담실에서 알려드립니다. 미아 상황 종료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안전청결 캐스트는 해야 하는 일을 무사히 끝마쳤음에 안도의 한숨을 쉬고 본인의 업무를 하러 돌아간다. 롯데월드를 돌아다니며 쓰레기를 치우고, 위험한 행동을 하는 손님을 통제하다 보면 미아 상황이 있었음을 잠시 잊게 된다. 그럴 때쯤 미아였던 아이가, 이제는 평범한 어린이 손님이 된 아이가 눈앞에 나타난다. 한참을 찾았던 아이다 보니 조금 먼 곳에 있어도 아이를 알아보기 쉽다. 이제는 편안한 얼굴을 한 부모님과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미아 상황 당시에는 제발 눈앞에 나타났으면, 한 번만 마주했으면 하는 아이었기에, 다시 마주한 어린이 손님은 마치 연예인 같다. 적어도 미아를 열심히 찾아다녔던 직원에게는 그럴 것이다. 미아 상황 동안 롯데월드 직원 모두가 그 아이를 사진으로만 접했지만, 실물로 접하질 못했고 접하길 바란다. 그 아이는 직원이 누군지 전혀 모르며 존재 자체도 모른다. 미아 상황이 종결되면 미아는 더 이상 찾을 필요가 없는 평범한 어린이 손님이 된다. 롯데월드 직원은 미아 상황 때 어린이 손님을 찾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입덕을 한 듯한 기분을 느끼고, 미아를 보호자에게 안겨 줌으로써 평범한 어린이 손님으로 만들어 탈덕을 한 듯한 기분을 느껴야 한다. 미아 상황 종료 후 탈덕을 한 듯한 기분을 느낀 이후에도, 어린이 손님을 마주하면 입덕을 한 듯한 느낌을 받았던 순간을 떠올린다.


미아 상황이 하루에 한 번만 일어난다는 보장은 없다. 특히 손님이 많은 날이면 미아 상황이 끝나자마자 또 다른 미아가 발생하기도 한다.


"손님상담실에서 알려드립니다. 어린이 손님을 (또) 찾고 있습니다. 이름 000, 남아, 키는 160cm이며, 안경을 쓰고 있고, 검은색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있습니다. 토킹 트리에서 마지막으로 잃어버렸다고 합니다. 미아 감지하신 분은 손님상담실로 인계 바랍니다."


160cm인 아이미아가 되었는지는 이해하기 힘들다. 나이에 비해 키가 클 수도 있거나, 불가피한 상황 때문에 미아가 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160cm 미아는 키도 커서 눈에 띌 테고, 본인이 미아임을 인지했을 확률이 높다. 덕분에 가벼운 마음으로 향한 손님상담실에서, 미아의 보호자 분은 매우 침착한 얼굴을 하고 있다. 미아를 찾으러 손님상담실을 나서며 생각한다. 탈덕은 시간문제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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