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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육일칠 Feb 21. 2024

미아 발생(1화)

160cm 정도의 아이가 롯데월드 내에서 미아가 되는 건 롯데월드에서 1년 간 일하면서도 도무지 적응이 되질 않는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아이가 우는 상태로 발견하게 되는 일은 잘 없고, 보통 어쩔 수 없이 부모님과 헤어지는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함은, 자녀 쪽이 휴대폰을 잃어버렸는데 부모님의 전화번호가 기억나질 않아 도저히 만날 수 없는 상황 정도이다. 160cm 정도의 아이는 보통 침착하고 상황 판단을 잘 하는 편이라, 웬만하면 주변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부모님을 만나기에 상황이 빨리 마무리 된다. 문제가 되는 건, 적당히 혼자 놀러다닐 수 있는 외향성이 있지만 상황 판단 능력이 아직은 부족한 나이의 어린이가 미아가 되었을 때다. 이런 경우엔 본인이 현재 미아 상태인지도 모르기에 주변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 혼자서 자유롭게 어트랙션을 타기 바쁘다. 덕분에 미아 찾기 난도는 급격히 올라간다.


"손님상담실에서 알려드립니다. 어린이 손님을 찾고 있습니다. 이름 000, 여아, 120cm 정도의 키, 빨간색 가디건에 검은 슬랙스를 입고 있고, 안경은 끼고 있지 않습니다. 토킹 트리에서 마지막으로 잃어버렸다고 합니다. 미아 감지하신 분은 손님상담실로 인계 바랍니다."


무전기를 통해 아이의 정보가 들린다. 120cm. 불안하다. 한창 재미있게 노느라 바쁠 나이의 어린이 손님일 테다. 우선 손님상담실로 가서 미아의 정확한 정보를 받아야 한다. 급한 발걸음으로 손님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직원분들이 분주하게 미아 정보를 쓰고 있다. 직원의 아주 조금은 급박한 표정은 미아의 보호자가 급박한 심정으로 아이를 찾아 달라는 요청을 받았음을 알려준다. 다소 흥분한 보호자를 직원은 "많이 당황스러우셨겠습니다. 저희가 꼭 아이 찾아 드릴게요."하고 진정시켰을 것이다. 롯데월드에 왔으니 아이가 재미있게 놀고 있는 사진을 보호자가 찍었을 것이고, 그 사진을 받아서 안전청결 업무 공유방에 알려야 더욱 빠르게 미아를 찾을 수 있다. 사진을 보니 보통 말괄량이가 아니어 보인다. 아마 롯데월드 전체를 두어번은 돌아야 찾을 것 같다.


미아의 인상착의가 있는 사진이 있으니, 롯데월드를 무작위로 돌아다니면서 휴대폰에 있는 사진과 롯데월드에서 놀고 있는 주변 사람의 모습을 계속해서 대조한다. 2초간 휴대폰을 봤다가 2초간 주변을 본다. 그렇게 10번 정도 반복하다 보면 인상착의의 특징이 머릿속에 들어와 더 이상 휴대폰을 보지 않게 된다. 특히 미아가 강렬한 색상의 옷을 입고 있다면 그 특징을 중점적으로 주변을 살펴 본다. 이번 미아는 빨간색 가디건을 입었으니, 빨간색 옷을 입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빨간색을 보게 되면 자연스럽게 시선이 집중된다. 시선을 집중한 아이가 있으면 그 아이의 다른 특징이 미아의 특징과 일치하는지 살펴 본다. 이 순간이 가장 긴가민가 하는 순간이다. 아이가 다른 친구들과 같이 재미있게 놀고 있거나 어른 손님과 함께 있다면 미아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도 미아가 맞을 수 있으니, 그 쪽을 향해 뚫어져라 시선을 보낸다.


미아가 어트랙션을 타고 있다주변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는 미아를 찾을 수 없다. 주변을 둘러보며 미아를 찾고 찾다가 도저히 못 찾겠다 싶을 때는 어트랙션 안을 비집고 들어가서 찾아야 한다. 우선 어트랙션 근무자에게 미아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 아이를 본 적이 있는지 물어본다. 거의 90%는 이런 아이는 보지 못했다고 하지만 정말 운이 좋은 경우에는 어트랙션 근무자가 놀라면서 "아까 혼자 들어가는 거 제가 봤어요! 얼른 줄 따라 들어가 보세요" 라는 희망적인 말을 하면, 아이가 어트랙션을 다 타고 출구로 나올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면 된다.


-> 2화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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