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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육일칠 Feb 28. 2024

미성년자 흡연 단속 (1화)

껄렁껄렁해 보이는, 미성년자로 추정되는 6명의 무리가 자이언트 디거(롯데월드 대표 어트랙션) 옆 흡연실로 향하고 있다.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안전청결 캐스트는 쓰레기를 치우는 척하면서 시선을 놈들에게 고정한다. 계속 쳐다보며 흡연실에 들어가는지 살핀다. 하지만 어린 외형에 비해서는 꽤나 영악하다. 흡연실에 바로 들어가지 않고, 주변을 서성거리며 캐스트가 본인들의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심지어 캐스트가 쉽사리 사라지지 않으니 정찰조도 만든다. 정찰조 두 명은 캐스트가 단속을 하지 않는 순간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고, 나머지 네 명은 자유롭게 롯데월드를 돌아다니며 정찰조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우선 놈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선 흡연실이 보이는 구역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게 되면 청소년 정찰조는 "야 쟤들 갔다 지금 피러 가자"라고 나머지 네 명에게 전달할 것이다. 일단 이 단계까지 성공했다면, 정찰조가 나머지 네 명에게 흡연하러 가자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때부터 실제로 흡연을 하게 되는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어림잡아 계산해야 한다. 앳된 얼굴로 입에 담배를 물고 라이터로 칙, 하고 담배에 불을 붙여 젊디 젊은 몸뚱이에 발암물질을 몸 안에 집어넣어 연기를 내뿜는 순간을 정확히 포착하기 위해서다. 시간 계산을 잘하지 못해서 청소년이 담배를 다 피우고 난 다음 찾아가게 되면, 증거가 없다 보니 발뺌을 할 때 어쩔 방도가 없다. 가젤의 목덜미를 물기 위해 숨죽여 기다리는 치타처럼, 놈들이 담배를 피우는 순간, 그 순간을 숨 죽여 기다렸다가 목덜미를 잡아야 한다.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가젤의 목을 노리는 치타. 마치 미성년자의 흡연을 단속하기 위해 기회를 노리는 안전청결 캐스트의 모습과 같다.

우선 놈들의 시야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언제든 단속을 하러 튀어나갈 수 있는 곳에 숨어 있는다. 숨은 채로 고개를 빼꼼 내밀어 쳐다보니 구름이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지금이다. 목덜미를 잡을 수 있다. 단속을 하러 걸어가는 순간은 예고된 갈등을 높은 확률로 마주해야 하기에 가슴이 쿵쿵 뛰고 손에는 안 나던 땀이 나기 시작한다. 이번엔 어떤 갈등이 있을까? 어떤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하려 들까? 위조 신분증을 내밀까? 나이를 속이는 거짓말을 할까? 아니면 제발 한 번만 용서해 달라고 무릎을 꿇을까? 여러 가지의 갈등 상황을 기대하며 걸어가다 보면 어느새 흡연실 입구에 도착해 있다. 침착함을 유지하기 위해 심호흡을 한다. 스읍 - 후우. 흡연실 주변에 떨어진 담배꽁초를 줍는 척하다가 청소년으로 추정되는 그들에게 물어본다. 청소년이라는 사실을 그들이 시인하기 전까지는, 어른인지 청소년인지 알 수 없기에 예의를 갖춰 존댓말로 말을 건다. 


"혹시 죄송한데 신분증 검사 좀 할 수 있ㅇ... "

"아이씨"


담뱃불을 급하게 끄고는 내 몸과 투박하게 투다닥 부딪힌 뒤 도망치기 시작한다. 본인들이 청소년이라는 사실을 시인하는 방법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화끈한 놈들이다. 덕분에 청소년 흡연 단속이 재밌어지겠다.


"어딜 도망가냐!!!"





<삽입 사진 출처> 

내셔널지오그래픽 유튜브 채널 "세상에서 가장 빠른 추격전"

 https://www.youtube.com/watch?v=fZJkbXJzV0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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