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에서 극적으로 구출한 새끼 고양이를 본인 몸도 겨우 챙기는 대학생이 키우기는 힘들다.
도로에서 새끼 고양이를 겨우 건져 올리고 나니 정말 이건 운명이다 싶었다. 왜 하필 내가 그 도로를 지나고 있었는지, 도로를 지날 때 주변이 조용해서 울음소리를 듣게 되었는지, 어떻게든 구해야겠다는 왜 생각이 들었는지, 구하고 나니까 왜 이렇게 상당한 미모를 뽐내는 고양이인지, 이 모든 것이 '아 이건 키워야 한다, 이건 운명이다'라고 생각하게 했다.
아마 옆 친구가 아니었다면 정말 집으로 데려가서 키웠을지도 모른다.
"근데 우리 얘 못 키워. 현실적으로 고양이가 10년 이상 사는데, 지금 그걸 감당할 형편이 아니야."
맞는 말이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는데, 품 안에 있는 고양이를 볼 때마다 다시 정신줄을 놓고 '와 아니야 키워야 해' 하게 되었다. 머리로는 이 애를 키워선 안 된다는 걸 알았지만, 마음으론 당장 집으로 데려가 츄르를 먹이고 싶었다. 친구가 현실적인 문제를 반복해서 이야기해 준 덕에 정신을 차렸고, 주변 유기 보호 센터에 맡기기로 했다.
학교 수업을 가야 했는데 고양이는 품 속에서 계속해서 울었다. 울 때마다 옆으로 지나다니는 분들이 쳐다보고 갔다. 울음소리를 듣고, 새끼 고양이를 쳐다보고 너무 귀엽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가시는 분도 있었다. 지나다니는 분이 보기엔 '새끼 고양이 납치했나?!' 생각하셨을 테다.
유기 보호 센터에 맡기기로 했다. 센터에 연락하니 내 쪽으로 오신다고 하셨다. 그전까지 잠시 집에 임시 보호를 하기로 했다. 딱 2시간만. 그 시간 동안은 뭐든지 해주고 싶었다. 고양이를 집에 혼자 두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츄르나 사료는 먹이고 싶어서, 근처 고양이 용품 가게에 빠르게 다녀왔다. 카카오 바이크까지 타고 급하게 다녀왔다. 살다 살다 츄르를 직접 사게 될 줄이야.
집에 들어와서 츄르를 먹이니 긴장이 풀려 피로해졌고, 잠이 쏟아졌다. 새끼 고양이는 츄르를 먹어서도 긴장이 되는지 방구석에 박혀 있었지만, 또 피곤은 했는지 무서워하는 상태로 졸기 시작했다. 얘도 피곤했겠다 싶었다. 나도 피곤해서 같이 잠들었는데, 그때 잠은 살면서 손에 꼽을 정도로 평안했다.
잠에 들어서 하마터면 집 근처로 고양이를 픽업하러 온 유기 동물 보호 센터 직원의 전화를 받지 못할 뻔했다. 전화를 겨우 받고, 졸고 있는 고양이를 허겁지겁 챙겨 나가니 조그만 봉고차와 함께 직원분이 기다리고 있었다. 조그만 케이지에 새끼 고양이가 들어갔다. 잘 살길 바랐다.
새끼 고양이와 함께 있던 3시간에 마음을 뺏겨 버렸다. 이런 내가 무슨 수로 반려 동물과 10년을 같이 지내고 보냈을 때의 슬픔을 견딜 수 있을까. 슬픔이 무서워서 동물을 키울 엄두가 나질 않는다. 친구 말로는 동물을 기를 거면 노년에 기르고 싶단다. 하늘나라로 가는 시기가 비슷하면 덜 슬플 것 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