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연락한 친구가 극적으로 구출한 새끼 고양이의 근황을 물었다. 사실 나도 모른다. 보호센터에 고양이를 인계해 놓곤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니까.보호센터에 고양이를 인계할 당시만 해도 '최대한 주변 사람에게 알려서, 안락사만큼은 피해야지' 했었다. 분양을 모집하는 공고도 미리 작성해 놓았었다.
공고는 작성해 놓았지만 정말 작성해놓기만 하고 그 어떤 곳에도 공고를 올리지 않았다. 브런치에 올려서 알려야겠다는 생각도 했는데, 이걸 브런치에 올리는 것이 맞나...? 고민하다가 결국 올리지 않았고, 인스타에도 올리지 않았다. 미루고 미루다 안락사 기간으로 알고 있는 2주가 지난 뒤, 그 고양이 어떻게 됐냐는 친구의 물음에 아차 싶었다. 안락사... 했을까? 만약 안락사 했다면? 고양이를 인계하자마자 어떤 곳에라도 공고를 올렸다면 아이를 데리고 가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을까?
수업을 들어도 듣는 게 아니었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도로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구출해서 츄르도 먹이고 보호센터에 안전히 인계한 게 어딘가, 나는 할 일을 다 했고, 새로운 생명을 책임지기 힘든 상황임을 인지하고 행동했으니 되었다, 싶지만.... 한편으론 드는 생각은,
"딱 일주일만 임시보호하고 있을 걸 그랬나..?"
물론 일주일 같이 살면 또 정이 들어서, 떠나보내기엔 마음이 아플 수 있다. 자취하는 대학생이다 보니 매 시간 곁에 둘 수도 없고. 현실적으로 임시보호조차도 어려웠지만,마음은 현실과는 달랐다. 키울 여건이 안 된다는 핑계로 고양이를 돌보는 책임을 회피한 것일까? 이 질문이 답이 '아니다' 임을 아는데도, 정말 '아니다' 가 답일까...? 싶어 느끼지 않아도 되는 죄책감을 계속 느꼈고, 덕분에 수업 중 교수님이 열정적인 강의를 하셔도 전혀 집중하지 못했다.
유기보호센터에 문의해 보기로 했다. 고양이의 상태를 확인하는 게 무서웠다. 혹시 안락사를 했다고 하면 어떡하나, 고양이를 상태를 모를 때는모호했던 죄책감이, 안락사를 확인하는 순간분명해질텐데.
문의한 결과는, 며칠 전 입양 완료. 정말 다행이었다. 근데 안락사를 했는데, 아이의 상태를 묻는 사람에게 안락사를 했다고 말할 수가 있나..? 거짓말은 아니겠지...? 일단은 입양 완료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마음은 놓였으나, 정말 입양이 완료되어 잘 살고 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어 편안하진 않았다. 그렇다고 '못 믿겠으니, 증거물 제출해 주세요.' 하고 요구할 수도 없으니. 입양 완료되었다는 사실이 진실이라 여기고 죄책감을 덜어내도 된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왜 공고를 올리지 않아서 셀프로 죄책감을 느꼈을까.
고양이를 인계한 후엔 고양이의 귀여움을 느낄 수 없으니 마음이 멀어져서? 그렇다면 측은한 마음이 들었던 건 귀엽다는 이유 하나 때문 만인가?
귀여움이라는 강력한 요소를 뛰어넘을 정도의 깊은 정이 들지 않았나 보다.다음에 고양이를 구조하게 된다면, 한 달 이상으로 임시 보호가 가능할 금전적, 심적 여유가 있었으면 한다. 두 여유 중 하나라도 없다면 보호하지도 못하니, 정이 들 시간도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