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모두 책과 같아서

by 키키 리리

나는 누군가에게 궁금한 사람일까?


종종 다른 사람들이 쓴 글을 읽어본다. 세상은 넓고, 읽을 글은 많다. 내가 모르는 세상이 이토록 많다니.

아주 옛날부터 글을 쓰곤 했지만 이렇게 공개된 공간에 나의 이야기를 펼쳐놓은 경우는 처음이다. 혼자 끌어안고 썼던 글은, 수십 번 낙방한 내 소설들, 수필들, 온갖 독후감들. 유일한 독자는 나와 심사위원뿐이었다. 생각해보면 참 외로운 작업이었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애들이 모두 잠든 밤을 택해, 컴퓨터 앞에 앉아서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이야기들을 붙잡아 활자로 살려내는 일은 일종의 노동이었다.

글쓰기는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선사한다. 자기표현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어서 기뻤지만, 마음대로 글이 써지지 않으면 슬픔이 밀려왔다. 재주 없음을 탓하고, 재능 없음을 말하고, 시간 없음을 슬퍼했다. 제출기한은 다가오는데, 아직도 많은 페이지가 여백으로 남아 있을 때, 하루하루가 초조했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완성한 글을 인쇄할 때, 기쁘지 않았다. 나조차 만족하지 못하는 글을 누가 좋아할 수 있으랴. 결과는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알았다.

이 공간에 글을 쓰면서 결과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았다. 누구를 만족시키지 않아도 좋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 되니까. 기한을 지킬 필요도, 정해진 분량을 채울 필요도 없다. 아마 이런 매력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공간에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놓는 듯하다.

우린 모두 책과 같아서 누군가 책장에서 꺼내 읽어주길 바란다. 한 번도 펼쳐지지 않은 책은, 생각만 해도 처량하다. 그런 책의 기분을 알기에, 나는 앞으로도 부지런히 쓸 테고, 부지런히 읽을 테다.


이런 내 결심 때문일까? 혹은 내 맘대로 쓴 글의 매력 덕분일까? 내 글을 꾸준히 읽고, 관심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들은 내가 오랜만에 글을 쓰면 그동안 잘 지냈냐고 아무렇지 않게 한마디 했고, 산책하면서 내 생각났다고 적기도 했으며, 내가 잘 지내길 바란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상하게도 그런 댓글을 읽을 때마다 그들이 내 곁에서 따뜻하게 나를 안아주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나를 꺼내서 읽어줘요


우울증 환자가 느끼기 쉬운 감정 중에 고립감이 있다. 방에 틀어박혀 스스로 세상과 단절한 채 지내면 외롭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했다. 가족과 친구들도 나를 챙기고 걱정했지만 그게 온전히 나를 위로해주지는 못했다. 순전히 내 욕심 탓이었다.


하지만 글은 달랐다. 내 맘대로 썼고, 내가 내보이고 싶은 만큼 글을 공개했다. 친구와 가족에게도 하지 못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쓰기도 했다. 나와 같이 아파하고, 내 슬픔에 공감해주는 사람. 특히 나처럼 우울증 때문에 힘든 사람들이 달아주는 댓글은 무척 위안이 되었다.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 나와 비슷한 아픔을 가진 사람이 있구나, 이런 동질감이 묘한 위로를 주었다. 얼굴도 모르는 타인이 건넨 한마디가 힘들 때마다 나를 구했다. 그들이 남긴 말은 어떤 순간에든 남아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내가 외롭고 힘들다면

누군가의 관심과 애정 어린 마음이 필요하다면

책장에 꽂힌 나란 책을 누군가 읽어주길 바란다면 용기를 내 보는 건 어떨까?


우울할 때마다 글을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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