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한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부끄럽다. 때때로, 라고 말하기에도 모자랄 만큼 나는 자주 쓰레기를 배출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는 한 주에만 기억 나는 쓰레기만 해도 배달 떡볶이 통, 두유 팩, 아이스크림 통, 탄산수병, 마스크 몇 장 등등 셀 수도 없다.
내가 하는 노력이라고는 외출할 때 텀블러와 장바구니 챙기기, 카페 갈 때는 다회용 빨대 챙기기, 개인 용기에 음식 포장해 오기, 제로웨이스트 생활용품 사용하기 뿐이다.
집에 오는 길에 갑작스럽게 튀김 가게를 만났을 때 스티로폼 용기 쓰레기를 만들 것인가, 튀김을 먹을 것인가 고민하다 져 버리고 스티로폼 쓰레기를 만드는 날도 분명 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그냥 오늘 실패해도 리셋하고 내일은 또 새로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
오늘 배달 시켜 먹었다고 ‘아, 망했어. 난 망했어.’하고 포기할 게 아니라 그냥 오늘 맛있게 먹었으면 됐고 내일 쓰레기 하나 더 줄일 수 있으면 줄이면 되는 것.
그런 마음가짐으로 도대체 무얼 하냐 뭔갈 하는 게 맞냐고 의문이 드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어차피 기후위기는 전 세계 사람들이 다 같이 해결하지 않으면 못 하는 거고. 소수 몇 명의 완벽한 제로웨이스터가 있는 것보다는 얼렁뚱땅하는 다수가 나을 것이라는 분명한 확신이 있다.
그러니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오늘의 실패는 오늘의 몫으로 남기고 내일 다시 시작하면 된다! 그리고 이런 얼렁뚱땅 동료들을 더 많이 만들어 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