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고 습기가 가득한 여름은 저에게 힘든 계절입니다. 고온다습한 공기에 몸과 마음까지 짓눌리는 듯합니다.
그런 제가 여름을 좋아하는 이유로 몇 가지 안 되게 손꼽는 것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구름입니다. 여름, 특히나 늦여름은 뭉게구름이 가득 생겨나는 계절입니다. 고기압의 상승기류가 적운을 만들어낸다고 중학교 과학 시간에 배웠던 기억이 얼핏 납니다.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항상 구름이 되고 싶다고 답합니다. 어딘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하늘을 떠도는 그 자유로움이 좋아서 그렇습니다. 또, 기온과 공기의 변화에 따라 형태를 유연하게 바꾸어내는 모습이 솔직하기도 유연하기도 한 것 같아 좋습니다. 그런 모습을 갖고 싶다는 결핍에서 오는 바람이겠지요.
여름 하면 유독 빛바랜 사진첩의 예쁜 추억들이 떠오른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뭉게구름을 만들어내는 들뜬 공기가 사람들의 마음마저 들뜨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요. 방학이나 휴가로 잠시 여유를 가지며 만든 예쁜 추억들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들뜬 마음이 우리의 기억의 잔상을 더 미화시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걸 보면 같은 삶의 장면도 마음에 따라 다르게 기록되는 것 같습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는 어느 노래 가사의 한 줄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