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나 Jul 30. 2023

아인슈페너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람을 커피에 비유한다면, 아인슈페너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커피 위에 올려진 크림은 부드러움과 달달함을 선사하고, 밑에 깔린 에스프레소 베이스로는 쌉쌀함까지 느낄 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커피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한 잔에 모두 담겨있는 것이다. 빨대를 사용하지 않고 올려진 크림부터 커피 베이스까지 한 번에 먹는 아인슈페너의 음용법을 생각해 보면 한 입에 그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게다가 아인슈페너는 양도 적다. 하지만 적은 양으로도 충분히 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한 입에 수많은 매력을 느낄 수 있는데, 구태여 많은 양을 내세우지 않는다라.. 문장으로 따지면 여러 미사여구가 가득한 문장이 아닌 간결한 표현으로 핵심만 전달하면서도 감동을 주는 것이고, 맛집으로 따지면 겉은 화려한데 본질은 없는 인스타 맛집 같은 곳이 아니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인테리어와 함께 음식 본연의 맛에 집중한 숨겨진 맛집 같달까. 결국 다채로운 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겉보기에 가볍지 않은 사람이었으면 하고,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매력이 묻어나면 좋겠다는 뜻. 이렇게 보면 결국 완벽해지고 싶다는 이야기 같기도 하다. 참 욕심도 많지.



얼마 전 팀 선배와 이야기를 하다 누군가의 행동에 대해 이런 혼잣말을 뱉었다. ‘그건 게으른 건데..’ 그러자 그 선배가 뱉은 한 마디. ’해나님은 성실한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잠시 고민했다. 스스로 성실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내가 그런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여기고 살지는 않았다. 선배 말에 의하면, 본인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관대로 누군가를 바라보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내가 성실함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행동이 성실함의 반대편에 있는 게으름으로 다가왔을 수 있다는 것. 아인슈페너라는 커피에서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떠올렸듯이 말이다.


꽤 일리가 있는 말 같아서 내가 자주 하는 말을 돌이켜보았다. ’공감과 배려도 지능의 문제라고 생각해.‘ (이런 말을 할 땐 대게 화가 나 격한 표현을 할 때다.) ‘저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그런 요청을 하셔서 난감했어요.’ 난 성실함과 함께 똑똑한 것 그리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던 것이다. 그렇기도 할 것인 게, 소개팅을 할 때도 어떤 스타일의 남자를 좋아하냐고 물으면 ‘자기 일에 열정이 있는 사람, 내가 보고 배울 수 있을만큼 성숙한 사람, 다정하고 배려심 있는 사람’을 줄곧 이야기하곤 했다..! 내가 이런 걸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살았다니! 분명 내 행동과 말에 녹아 있었는데,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린 가끔 스스로도 모르는 나의 모습을 마주한다. 선배와의 대화를 통해 내가 인생에서 중요하게 여기던 가치를 문득 깨닫게 된 것처럼. 30년째 매일을 함께 하는 나인데,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다니.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작가의 이전글 네가 캔버스의 그림부터 조각상이 되기까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