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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의 거시기 (15)

9월(September)/헤르만헤세

by 최병석

정원은 지금상 중 에있다;

비는 냉담하게 꽃들 위로 가라앉듯 내린다.

여름의 시간들은 전율하듯 몸을 떨며

말없이 그 끝을 고하고 있다.

키 큰 아카시아 나무의 잎이

황금빛 잎 위로 떨어진다.

깜짝놀라고 기진맥진해진 상태로,여름은

이제는 죽어가는 정원의

백일몽에 그저 덧없는 미소만 짓고있다.

특히나 못내 아쉬워하는 장미들 옆에서 오래,아주 오래 여전히 머무적거리며 잠시라도 더 멈추어 섰으면 하고 간절하게 바라면서,

결국은 어쩔 수 없이 극도로 지친 그 두 눈을 감는다.


<우리말 번역-가을에 내리는 눈/영어 번역본>


♡시를 들여다 보다가


시를 읽다보니 난 지금 겸허해진다. 지금은 사그라지는 여름에 대해 모두가 경건해지는 시간이어야 한다. 모든게

맞아 떨어지는 단촐한 정원이 상중에 있다고 하질 않는가?

내리는 비도 격식을 갖추며 예의롭게 자세를 가다듬고 키 큰 아카시아 나무의 잎은 떨어지며 번쩍일 황금색을 가려준다.

미모를 뽐내며 칭찬일색이던 감탄사를 머쓱해하는 장미조

한발짝 뒤로 물러서 있다. 깊은 녹색으로 미소짓던 정원이 슬픈 얼굴을 하며 극도로 지친 여름의 두 눈을 손 내밀어 감겨주는 기막힌 시간의 흐름을 읽어본다.


그야말로 극한의 폭염과 호우로 극성을 부리던 그 여름에

대하여 이제 다같이 묵념을 고해야 할 때가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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