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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yblue Apr 04. 2022

슬기로운 공주 읽기 1탄 : 백설공주_9

9화 : 사신단 출발

[지난 줄거리]

1년 만에 돌아온 시리우스는 국왕과 피오나 공주에게 그간 있었던 일을 전한다. 시리우스는 피오나에게 백설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내비쳤고 피오나가 백설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이야기를 듣게 된다.

윌리엄 왕자는 사신단 준비로 백설과 마주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왕자는 백설을 위해 따로 옷을 마련해주고 말장난을 하며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피오나 왕국으로 떠나기 전 날 감옥에 갇혀 친구들과 어머니를 걱정하며 졸고 있던 백설에게 낯선 중년의 사내가 다가와 백설의 이름을 부르며 깨운다.


9화 : 사신단 출발


—-



“누구...세요?”


“자네, 통나무 집에 살고 있는 라오스를 알고 있소?”


“라오스를 아세요?”


백설은 남자의 입에서 라오스의 이름이 나올 거라 상상도 못 했기에 저도 모르게 큰소리가 나오고 말았다.


“목소리를 낮추게… 자세한 건 말할 수 없으나 나는 라오스의 사람이니 안심하고 지금부터 하는 말을 잘 듣게나. 친구들이 자네를 구하려고 이쪽으로 오고 있다네. 윌리엄 왕자의 사신단이 피오나 왕국으로 가려면 반드시 자작나무 숲을 지나게 될 걸세. 숲에 들어서면 정면으로 보이는 나무에 빨간 줄이 매달려 있는 화살이 꽂혀 있을 것이네. 그게 신호라고 하니 잊지 말게.”


말을 전하고서는 주위를 살피더니 사내는 조용히 일어섰다.


“자네, 정체가 뭔가? 대체 누구길래 라오스가 이렇게까지…하는지..”


백설은 고개를 들어 환하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친구입니다.”


——


한편, 통나무 집에서는 그간 벌어진 일을 두고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백설이 왕자 차림을 하고서 피오나 왕국으로 이동한단 말이지? 아르델 왕국 사람들은 바보야? 누가 봐도 여자애인데 그걸 왕자로 치장한다고 속겠어? 바보들도 아니고…”


도나우가 흥분해서 언성을 높였다. 라오스는 침착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도발하려는 게 목적일 거야. 피오나 왕국은 왕자가 있으면서도 정체를 알 수 없어서 아르델 왕국에서 주시하고 있었던 것 같아.


백설 공주 찾겠다고 근거 없이 무성한 소문에 휘둘리다가 제대로 잘못 걸린 마당에 창피당하기 일보직전이었는데… 이를 역이용해서 피오나 왕국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쓰다니 아르델 왕국도 이번엔 꽤 머리 좀 썼어.”


라오스의 설명을 듣고 있던 미뉴에트가 뭔가 생각이 난 듯 말을 꺼냈다.


“근데 피오나 왕국이면 지난번에 백설이랑 같이 왔던 그 여자아이가 공주로 있던 나라 아냐? 그런데 왕자가 있단 말은 없었잖아.”


“감추었을 수도 있지. 민감한 문제일 테니까. 그나저나 이 일로 피오나 왕국에서 잘못을 인정이라도 했다간 이븐 왕국에까지 불똥이 튀는 거 아냐? 백설이 안전하게 있다는 듯이 계속 숨겨왔잖아.”


이 말을 꺼내면서도 파울은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니까 그전에 우리가 백설을 꺼내 오면 다 해결될 일이잖아. 니들은 걱정도 가지가지한다.”


솔르가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면서 한 마디 거들자 라오스가 나섰다.


“그래, 백설을 구해내기만 하면 아르델 왕국이 하고자 하는 모든 일이 무산되는 거야. 그럼, 마지막으로 다시 각자 위치와 동선을 점검해 볼까?”


—-


이븐 왕국은 하루가 멀다 하고 왕비를 닦달하는 신하들과 이를 어르고 달래는 왕비의 언쟁으로 피가 말랐다.


“왕비님, 언제까지 공주님을 성 밖에 방치해 둘 작정이신지요? 며칠 전에 당도한 아르델 왕국의 서신을 왕비님께서도 보시지 않으셨습니까? 공주님과 내통했다는 피오나 왕국의 왕자가 잡혀서 지금 그 나라로 호송 중이랍니다. 왕자의 죄가 드러나는 날에는 공주님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 우리 왕국 또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방치가 아니라 요양입니다. 그리고 제가 말미를 구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리들 닦달하시면 어찌한단 말입니까.”


왕비가 한 마디를 하면 여러 신하들이 들고 일어서 왕비의 말을 가로막았다.


“공주님이 정말 병을 앓고 있는 게 맞습니까?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시니 왕비님이 무언가를 감추고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사옵니다.”


“신하들 중에는 왕비님의 출신 성분을 두고 운운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븐 왕국의 충신들이 고심 끝에 결정한 왕비 후보에는 눈길도 안 주시던 국왕 폐하가 갑자기 나타난 왕비님을 간택한 것부터가 의심스러웠사옵니다.”


“왕비님, 저희도 듣는 귀가 있사옵니다. 왕비님께서는 일전에 성에서 일하는 일개 시녀였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인지요.”


신하들을 동요하게 해서 좋을 게 없음을 알면서도 왕비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일어나 기염을 토했다.


“공주를 데려오고 말고의 문제를 논하는데 제 과거의 일까지 개입될 필요가 있습니까? 저는 엄연히 이 나라의 국왕 폐하가 선택하여 왕비의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입니다. 나를 업신여김은 국왕 폐하를 더 나아가 이 나라를 업신여기는 일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지금까지는 이 나라의 국론을 고려하여 모두의 의견을 경청하여 움직이려 했건만 더는 안 되겠습니다. 이 문제는 지금부터 제 소관으로 돌려 제 결정에 따라 진행토록 하겠습니다. 아르델 왕국에서 온 서신 문제 또한 알아서 해결하겠으니 그리 아시지요.”


왕비는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신하들은 예상과 다른 왕비의 반응에 멈칫 놀라 술렁이기 시작했다.


“왕비… 이 여자한테 냄새가 난단 말이야… 자세히 보니 얼굴도 낯익고 … “


“나도 그리 생각했소만.. 보통이 아닌 위인 듯하니 섣불리 나섰다간 당하는 수가 있겠소. 우선은 왕비를 지켜보기로 하세. 이제 정략결혼까지 얼마 안 남았으니 그것만 지나면 저 왕비도 끝이오.”


왕비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삼키느라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성급하게 감정을 드러냈다가 자신은 물론이고 공주에게 해가 갈 수 있음을 늘 염두에 두었음에도 이번만큼은 도대체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마침 통나무 집에서 서신이 도착했다. 내일 아침 아르델 왕국 사신단이 백설을 데리고 피오나 왕국으로 출발하는데 사흘 뒤 피오나 왕국 경계에 자작나무 숲에서 백설을 빼낼 예정이라고 했다.


왕비는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어떻게 서든 일이 흐트러지지 않게 만반의 준비를 해야 했다. 서신을 불에 태우고 사람을 불러 아르델 왕국에서 피오나 왕국으로 가는 길목에 몸을 숨길 수 있는 마차와 은신처를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


날이 밝자 백설은 두 손이 묶인 채 사신단 행렬이 마련되어 있는 성 문 앞으로 끌려갔다. 가장 앞에 서 있는 것은 윌리엄 왕자였다.


“저 계집은 내 바로 뒤에 앉히거라. 한 나라의 왕자로서 예우하는 모양새라도 갖추어야 하지 않겠느냐? 손에 묶인 밧줄도 풀어 주거라. 사방에 병사가 깔려있는데 섣불리 도망칠라고.”


윌리엄 왕자는 말에 훌쩍 올라타서 출발 신호를 보냈다. 백설도 말을 타고 윌리엄 왕자 뒤를 따랐다. 윌리엄 왕자와 백설을 두고 앞과 뒤는 물론이고 양옆으로도 무장을 한 군인들이 진을 이루었다.


백설은 윌리엄 왕자를 따라 속도를 맞추어 가며 말을 몰았다. 그런데 앞서 가던 윌리엄의 말이 방향을 틀더니 백설 옆으로 다가왔다.


윌리엄 왕자가 소매 안쪽에서 뭔가를 꺼내며 백설을 향해 내밀었다.


“너 이게 무엇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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