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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채민 Jul 24. 2020

시키는 일이 없다면 직접 만들어서 해보자

[벤처기업 인턴] 3주 차 배움 일기

인턴생활을 한지 벌써 3주가 지났다. 주변에 있는 직장인들이 우스갯소리로 ‘직장을 다니다 보면 순식간에 10년, 20년이 훌쩍 지나간다’라고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의미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3주 차의 모든 순간은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면 내게 도움이 될 만한 경험들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한 가지가 있다면 회사에 거의 적응된 나를 향한 상사분들의 관심이 조금씩 줄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나는 혼자 우왕좌왕하는 순간들을 많이 겪었고 그로 인해 배운 부분도 꽤 있는 것 같다.


직장 상사가 나에게 일을 맡기지 않는다면

2주 차 금요일에 나는 대리님에게 네이버 광고 마케팅 방안을 메신저로 보내드리고 검토를 요청했다. 하지만 일이 바쁘셨는지 다음 주 월요일에 검토한 후 피드백을 주신다고 하셨다. 하지만 3주 차 월요일이 돼도, 화요일이 돼도 대리님은 피드백을 주시지 않았다. 내 생각에 대리님께서 나에게 일을 시킨 이유는 인턴이 할 일이 없어 보이고 심심해하는 것 같아서 시키신 것 같다. 일종의 배려 차원이라고 볼 수 있는 업무 지시 같다. 그렇게 며칠 동안 아무것도 시키지 않으시길래 나는 네이버 광고와 회사의 광고 관리 시스템을 혼자 공부했다. 공부를 하다가 지겨우면 앞으로의 진로 계획을 세부적으로 작성하고, 퇴근한 후 어떻게 시간을 사용할지 고민하며 플래너를 적었다. 마치 말년병장이 제대만을 기다리며 사회에 나가면 무엇을 할지 일렬로 적는 것과 같았다. 군 생활 시절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현자 타임이 왔고 나는 회사에서 생산적인 활동을 남기기 위해 혼자 무언가를 해보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일이 없다면 만들어서 해보자

나는 저번에 제출한 마케팅 초안에 대해 스스로 한 번 피드백을 줘보고 수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먼저 초안 수정을 위해 나는 개선해야 할 부분을 짚어냈고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찾아서 공부했다. 특히, 사이트 검색광고와 브랜드 검색광고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에 각 광고의 특성을 중점으로 공부하고 파악했다. 아는 것이 있다면 어떻게 수정할지 큰 틀을 잡았고 가지치기를 통해 설득력 있는 수정안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네이버 애널리틱스를 활용해 회사 제품 페이지의 유입을 분석하면서 유입자의 특성/유입 채널/유입 검색어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 공적인 일로 수만 개의 데이터를 다뤄보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살짝 흥분되는 순간이었다. 또한 데이터의 축적과 관리가 기업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직접 두 눈으로 목격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먼저 나는 제품 페이지에 유입되는 유입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입자들이 자주 검색하는 키워드를 리스트업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키워드들의 공통적인 특징을 분석했고, 이를 통해 잠재 고객을 하나의 페르소나로 규정 지을 수 있었다. 잠재 고객들의 공통적인 특징을 모두 함축한 페르소나를 집중 타깃으로 선정하고 이들이 자주 검색하는 키워드와 이와 관련된 연간 키워드까지 모두 리스트업 할 수 있었다. 그중 검색 동향이 다른 연관 키워드들은 제외하는 작업까지 마쳤다. 또한 네이버 광고 시스템에서 진행하고 있지 않는 키워드들을 추가할 예정이고, 광고 캠페인을 분리하는 기준을 다시 선정하면서 전반적인 광고 개편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모든 것들이 직장상사도 누구도 시키지 않은 내가 직접 만들어서 실천한 플랜이자 미래의 액션이다. 물론 아직 대리님께 제출도 하지 못한 상황이지만 일을 직접 찾아 능동적으로 한 것 자체에 대해 의미를 두려고 한다. 나중에 신입으로 들어가면 아무도 알려주지 않고 내가 스스로 개척해야 하는 상황들이 대부분일 텐데 ‘매도 미리 맞는 게 낫듯이’ 이렇게 미리 경험한 것이 더 나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한참 뒤에 일어난 일이지만 내가 직접 일을 만들어서 끝낸 뒤에 대리님께서는 내가 마무리한 작업과 유사한 작업을 진행해달라고 요청하셨다. 나는 그저 내가 했던 작업을 살짝 수정만 해서 제출하면 됐기 때문에 또 다른 시간적 여유가 생긴 것이다.(나는 이 시간을 활용해 또 다른 일들을 미리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나중에 해야 할 일을 미리 생각하고 먼저 움직이면 이득이 되면 되었지 손해 볼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밑의 문단 내용과 연결됨)


대리님의 격려 + 일을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

혼자 일을 만들면서 하는 도중에 대리님께서 갑자기 메신저를 보내셨다. 굉장히 무뚝뚝한 분 이신대 메신저로 먼저 나에게 힘들지 않냐며 위로와 격려의 채팅을 건네셨다. 나에게 특정한 임무가 없어서 시간이 잘 안 가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계셨다. 그래서 대리님은 나에게 무엇이라도 해야지 시간이 잘 간다면서 간단한 업무를 맡기셨다. ‘핀테크/간편 결제’ 업종의 회사였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기사들을 리스트업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기사를 찾고 읽으면서 '전반적인 산업과 업종에 대해 공부를 하라'는 의미에서 맡겨주신 것 같다. 나는 평소에 알고 있던 뉴스 빅데이터 시스템을 활용했기 때문에 리포트를 간편하게 작성할 수 있었고, 리스트업 된 기사들을 엑셀 파일로 다운만 받으면 됐다. 단 10분도 안 된 채 이 모든 것들을 해결됐다. 과거에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지만(물론 시스템 구축 능력은 아직도 상당히 중요함) 이제는 이미 구축된 시스템(플랫폼)을 많이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고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는 추세인 것 같다.


어설픈 순간들

나는 3주 차에도 우체국을 자주 다녀왔다. 어느 조직에서나 똑같겠지만 우체국을 다녀오면 꼭 영수증을 재무팀 또는 경영지원팀에 제출해야 하는데 주임님께서 반차를 사용하셔서 내가 대신 영수증을 복사하는 작업을 했다. 회사에 들어온 이후로 복사를 처음 해봐서 매우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처음 보는 복사기였고 규격도 다양해서 영수증을 어디에 맞춰서 복사를 진행해야 할지 몰랐다. 어찌어찌해서 복사를 했는데 결국 영수증의 반쪽만 출력됐다. 그걸 보신 대리님께서는 '규격이 달라서 복사가 잘 안 되는 것 같다'며 위로해주셨고 규격이 다른 인쇄물을 복사기에 맞추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어떻게 보면 복사 하나 못한다고 핀잔을 주실 수 있는 상황인데 부드럽게 말씀해주셔서 정말 감사할 뿐이다. 어쨌든 나는 이번 일로 복사 하나는 완벽히 마스터해서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


나는 가족 휴가를 위해 들뜬 마음으로 월차를 사용했다. 그런데 갑자기 학교에서 개강을 앞당겼기 때문에 인턴 기간도 1주가 줄어든다며 연락이 왔다. 따라서 나의 월차도 자동적으로 반 틈으로 줄었다. 그래서 나는 월차 날짜 변경을 위해 의도치 않게 대리님과 경영지원팀 차장님을 번거롭게 만들었다. 나는 애초에 번거로운 일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하루만 늦게 월차를 사용했어도 이런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라는 후회도 들었고 ‘역시 인생은 타이밍이다’라는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내가 잘못한 일은 아니지만 좀 여유를 두고 월차를 신청했다면 일을 두 번하게 되는 불상사는 없었을 것이다. 이번 계기로 조급한 일 처리보다는 조금 늦더라도 신중하게 일 처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체력의 중요성

2주 차가 끝나고 나서 내가 느낀 것은 체력의 중요성이다. 왕성하고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평소에 운동을 하지 않다 보니 벌써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나중에 나이를 더 먹으면 얼마나 힘들어질까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그래서 나는 미리미리 내 체력을 기르기로 마음먹었다. 3주 차 월요일부터 나는 아파트에 있는 작은 헬스장을 계속 다니고 있다. 매일 1시간 남짓 운동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꾸준하게 하고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루에 이 정도 시간을 투자한 것만으로도 효과는 대단했다. 원래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 너무 힘들었는데 이제는 개운한 느낌이 들고 회사에서도 쉽게 지치지 않는다. 그렇게 나는 하루의 시작을 온전히 지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규칙적인 습관들과 하루를 잘 보냈다는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이 지속된다면 10년 뒤 또는 20년 뒤 내 모습은 확연히 달라질 것이고 다른 이들에 비해 확실한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제발 지속적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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