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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트다움 Apr 19. 2024

메타인지적 토닥임으로

셀프코칭으로 쉼을 디자인 한다는 것

바라본다

유난히 피곤한 어느 하루. 몸에 힘을 빼고 의자에 걸터앉아 있는 나를 한 발자국 물러나 서서 바라본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축 늘어뜨린 나를 가장 먼저는 격려한다. 애썼다. 대견하다. 그렇게나 열심히 살아주어 고맙다. 하고 말하는 동안 내 눈가는 촉촉해지고 명치끝 단단했던 것이 날숨과 함께 풀어져나간다. 옷가지를 의자 위에 널어놓은 것처럼 그렇게 걸쳐져 앉은 시간이 얼마나 길든지 간에 그냥 기다려준다. 내가 나에게 말을 걸어주고 바라봐주는 동안은 혼자 앉아 있어도 외롭지 않다. 오히려 나의 속도를 배려해 주는 기다림에 편안함마저 느껴진다. 기다려주는 것이 타인이 아닌 탓에 혹시나 지루하지 않을까 이렇게 앉아있는 나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지는 않을까 배려하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 내가 나를 격려하고 토닥여 주는 시간은 무척이나 따뜻하다.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과 안정감은 나의 에너지가 고갈되어 있는 순간에도 나의 기분까지 나락으로 떨어지지는 않게 해 준다. 


평소 쉼을 마치고 일어나 일상으로 돌아오는 느낌이 어떠했는지 떠올려보자. 용기까지 필요하지는 않더라도 주저앉은 채로 계속 있고 싶은 이상한 관성의 법칙을 깨고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것에 편안한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그때이다. 또다시 토닥임이 필요한 타이밍이. 힘을 주어 두드릴 필요도 없이 가볍게 어깨에 손을 대는 정도의 격려만으로도 나는 다시 몸을 일으켜 일상으로 돌아온다. 쉼이 충분했다면 말이다. 


누군가에게 진심 어린 격려를 받아본 적이 있는가. 격려라는 것이 그렇게 특별하거나 큰 힘이 있을까 싶은데 우리는 참 진심 어린 격려라는 것을 충분히 많이 받을 기회도 해줄 기회도 적다. 그냥 던지는 말이나 몸짓 말고 진심으로 상대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건네는 격려에는 참 많은 감정이 담기고 인격이 담기고 든든한 신뢰가 느껴진다. 내가 할 수 있다고 믿어주는 마음. 내 성장과 성공을 함께 기뻐하는 마음. 노력한 시간들에 대해 대견해하는 마음과 인정. 그리고 앞으로 내가 이루어갈 성장에 대한 응원과 기대까지. 그 모든 것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진심 어린 격려에는 사랑과 애정이 담긴다. 그리고 격려를 하는 사람은 그런 사랑을 할 수 있는 인격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격려는 성숙한 관계 속에서 가능하고 사람을 성장하게 하는 신비한 것이다. 


나는 나에게 따뜻한 격려를 해줄 수 있을 만큼 나 자신과 성숙한 관계를 맺어가고 있는가? 무한한 신뢰와 다정함 그리고 친절함을 나 자신에게 베풀고 있는가? 포기하지 않고 기다려주며 끝내는 다시 또 토닥이며 일으켜주는 파트너십을 이루어내고 있는가? 


따뜻한 격려가 있는 관계와 철저한 관리가 있는 관계 중 어느 쪽이 더 성장에 도움이 되는 관계일까? 획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둘 중 한 가지 관계 혹은 상황에서가 아니라 양쪽이 모두 필요할 것이다. 기술적인 관리의 방법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마음의 관리에도 동일한 중요성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나의 쉼을 셀프코칭으로 디자인한다는 것

셀프코칭은 코치 한 명을 늘 데리고 다니는 것과 같은 이득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셀프코칭에는 단순히 코치를 고용한 것과 또 다른 차원의 이득이 있다. 코칭은 묻고 답하는 대화이다. 질문을 하는 사람과 답을 하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에 코치의 질문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떠올려 생각하게 되고 막막하기만 했던 문제들의 해결책을 찾기도 한다. 그에 반해 셀프 코칭은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질문부터가 다를 수밖에 없다. 많은 질문이 필요하지도 않다. 질문이 길지도 않다. '그것이 정말 너의 의도야?' '무엇을 위해서?'와 같은 짧은 질문으로도 무엇을 질문하고자 하는 건지 어떤 생각을 더 해봐야 답을 할 수 있을지 이미 알고 있다. 정리가 채 되지 않아서 길게 이어지는 침묵도 기다려주는 누군가를 의식할 필요가 없으니 그저 편안하기만 하다. 속에 있는 생각이나 감정 그리고 욕구를 끄집어내어 입 밖으로 내놓아야 한다면 나오는 동안 꾸며지고 다듬어지는 과정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기도 전의 날것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풀어놓고 또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이게 애초에 어디다가 꺼낼 수 없는 것이었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셀프코칭에는 끈기가 필요하다. 끈질기게 질문하고 대답을 마무리해서 내면의 대화를 시작하고 이어가고 마무리해야 한다. (그것이 어렵다면 코치를 고용하자.)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진짜 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선물 같은 시간이다. 


나의 쉼에 대해서 나 자신과 묻고 답하는 대화는 쉼을 넘어 삶과 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내 머릿속에 어떤 생각들이 나를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게 하는지. 남들은 이해할 수 없을 수 있지만 나는 무엇을 할 때 즐겁고 쉼이 되는지. 나의 쉼이 궁극적으로는 내 인생에서 어떤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지. 어떤 쉼이 나에게 보상이 되는지. 어떤 쉼이 나의 에너지가 제로에 가까울 때 적절한지. 나에게 건강한 쉼이란 어떤 쉼인지. 세상이 말하는 쉼에 동의가 되는 부분은 어떤 부분이고 의문이 드는 부분은 어떤 부분인지. 


나는 어떤 쉼을 원하는지.


쉼에 대한 정리되지 않는 생각들을 이렇게 저렇게 하는 동안 조금씩 내 쉼에 대한 그림이 떠오른다면 모래 속에 파묻혀있던 조개 하나를 주워 들듯 모래를 털어내고 주워 들어보자. 그리고 가만히 들여다보자. 나는 무엇을 기대하며 무엇을 하며 어떻게 쉬고 있는가?


그 쉼 가운데 있는 나를 잔잔하게 토닥여주자. 나는 나를 재촉하는 목소리가 아니라 격려하는 목소리이다. 이 세상을 더 잘 감당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지원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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