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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 Mar 31. 2024

불평과 불만

은 주변을 무척 피곤하게 만든다.

이상했다. 이렇게 피곤할 리가 없는데.

하루에 8천보 정도는 걷는 편이라 1만2천보로 쉬이 피곤해지지는 않는다.

2만보가 넘어가면 피곤해지지만.

게다가 어제 걸음 수는 1만1천보 정도였는데도

아침에 일어날 수가 없었다.


템플스테이를 하게 되면 밥 시간을 내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다.

새벽 예불을 4시 즈음에 하게 되므로 보통 6시에 아침을 먹게 된다.

평소에는 아침을 안 먹어도 템플스테이를 하게 되면 먹을 게 그것밖에 없으므로

기를 쓰고 먹게 된다.

어제 저녁을 5시에 먹었다는 심리적인 요인도 작용한다.

물론 템플스테이에 간식을 싸갈 수는 있다.

하지만 간식과 주식은 엄연히 다르다.


템플스테이에서 묶을 방에 입실한 후 

간단한 오리엔테이션과 사찰 설명을 듣고

저녁을 먹으며

공양간 보살님의 손맛이 장난 아닌 맛집 손길이라

아침을 먹고자 다짐을 했다.

그 뿐이 아니었다.

내일 아침을 6시에 먹고 아침 산책을 2시간 정도하면 딱 알맞겠다고

친구와 일정까지 얘기했다.


그렇게 '오신채'없이 마법의 맛을 내던 저녁 공양을 마치고

명상 수업에 참가했다.

지난 12월 세계명상마을 수행의 결과인지 명상은 관조적으로 좀더 잘되는 느낌.

한 시간이면 끝날 줄 알았던 명상이 의외로 1시간 반까지 이어졌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

문제는 명상이 끝나고 법사님의 지도,라고 할까 분통이 40여분 이어진 것이었다.

보통 이런 명상 수업의 끝은 서로 명상이 어땠는지 소감을 나누는 것 같았다.

그런데 우리 지도 법사님은 '보통'이 아니었다.

한국 불교의 문제

왜곡된 명상의 문제

이 두가지가 쉴새없이 지적되었다.

마지막에는 기독교와 성당까지 도마위에 올랐다.

(불교도 자비와 포용이 미덕인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오잉?)


반말과 존대말을 섞는 것도 보통은 아니었다.

누구나 본인의 의견을 얘기할 수 있지만

문제는 그 분의 '강압적이고 위압적인' 태도였다.

얘기를 들어보면 공부 많이 한 것도 알겠고

바른 얘기도 섞여 있는 것을 알 수는 있다.

그런데 논리적인 깨달음을 가리는

그 양반의 불평, 불만 토로 방식이 문제였다.


아주 화가 나 미치겠어.

다른 데 가서 시간낭비 하지 말아요.

초기 불교 공부를 하지 않으면 헛수고에요.

이너 피스 같은 얘기를 들으면 난 머리가 딱 아파.


시간이 지나면서 왜 내가 그 분의 불평과 불만을 들어야 하는지 어리둥절해졌다.

명상의 좋은 점을 알리려는 열의는 알겠으나

명상의 목적도 방법도 여러가지가 있지 않을까?

그야말로 시비지심이 너무 강해서

말도 못 붙일 지경.


겨우겨우 마무리하고 방으로 돌아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새벽에 이렇게 피로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새벽 예불 가는 사람들의 문소리에 잠이 살포시 깼는데

몸이 누구한테 얻어 맞은 것처럼 피곤했다.

물 젖은 솜처럼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산책? 어렵다.

우리 그냥 밥도 먹지 말자.

그래, 그러자.

이렇게 친구와 속전속결로 의견 일치를 보고

우리가 왜 이렇게 피곤한지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

그러다 친구가 말했다.

혹시, 그 명상 지도 법사님의 불평과 불만을 들은 것이 원인이지 않을까.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말이 다시금 생각나며

원인은 그것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친구는 '그 분의 이름이라도 알아둘걸.

그래야 나중에 혹시라도 그 분 강좌에 누가 가자고 하면 안 가게...'

라며 이름을 묻지 않은 것을 엄청 아쉬워 했다.


나도 누군가에게 저렇게 고압적이고 위압적이지는 않을까. 되돌아보게 만들고

불평과 불만을 달고 살면 안되겠다.는

큰 깨달음을 준 법사님이었다.


분초 사회, 그렇지 않아도 피곤한데

피곤을 가중시키는 일은 어떻게 해서라도 피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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