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누군가에게서 메시지가 온 것은 없는지 살피다, 오늘의 날씨를 확인하고 SNS도 열어 봅니다. 어른들만 이런 행동을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자녀들 역시 모바일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유튜브의 동영상을 봤다가 틱톡으로 옮겨 가고 게임도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합니다.
권장희(놀이미디어교육센터) 선생님의 표현처럼 “안 사 주면 사줄 때까지 아이들에게 시달리고
사주고 나면 그때부터 부모가 후회하는 것이 스마트폰”인 것 같습니다.
저는 자녀들이 다양한 디바이스를 통해서 영상을 소비하고 심하다 싶게 빠져드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저 자신이 영상을 제작하고 만들어서 시청을 바라는 주체이면서도 말입니다.
실험을 통해서 많이 보도되었지만, 영상은 문자에 비해서 현란하고 자극적입니다. 순식간에 휙휙 지나쳐서 시각을 통해서 후두엽에 전달된 정보가 미쳐 전두엽으로 전해져 생각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물론 드라마나 다큐멘터리는 조금 다르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점점 짧아지는 영상 트렌드와 게임 같은 경우엔 받은 정보를 종합해서 숙고하는 과정이 생략된 체 두정엽을 통한 즉각 반응을 요구합니다.
“생각이 불필요해지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 깊이 사고하는 것을 싫어하게 되며 사고력도 떨어진다.” - “게임 뇌의 공포” 모리아키오 -
뇌구조
전두엽은 추리, 계획, 운동, 감정, 문제 해결에 관여한다.
후두엽은 눈으로 들어온 시각정보가 시각피질에 도착하면 사물의 위치, 모양, 운동 상태를 분석한다
두정엽은 기관내에 운동 명령을 내리는 운동 중추가 있다.
측두엽은 청각정보의 처리를 담당한다
텍스트를 읽어 내는 것은 다릅니다. 시신경을 통해서 문자를 읽어 내면 뇌는 기표가 상징하는 기의를 포착하기 위해 단어와 문장과 맥락을 생각하고 상상과 종합하느라 분주히 움직입니다. 정보를 받아들이고 정리하면서 자기의 것으로 체화시킨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축적된 정보가 앃여 글로 표현하고, 말로 발표하며, 더 나아가서는 영상으로 구현하는 것입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미디어를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수용해서 활용하는 능력을 갖추고자 함입니다. 정보가 교환되는 것을 매체라 했을 때, 당연히 활자에서 라디오, TV, 인터넷과 디지털로 발전해 왔습니다. 초기의 미디어 리터러시는 청소년을 보호하는 차원으로 선별적 수용 능력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생애주기별 차별화를 통해 연령대별로 텍스트의 이해에서 영상제작 능력배양으로 옮겨 가고 있습니다. 누구나 유튜브 제작에 뛰어들고 있으니 충분히 이해가 가는 상황입니다.
강의 때 자주 사용하는 한 장의 사진이 있습니다.
실체와 반영
뒤쪽의 상황이 실체이고, 앞의 모니터가 우리에게 보이는 영상입니다. 우리는 실체를 알지 못한 채 모니터에 보이는 이미지만을 봅니다. 이럴 경우, 바지 부분이 본질이고 상체 부분이 현상이라면 우리는 본질을 모른 체 외피만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언론사는 전부를 보여준 것이 아니며, 일부만을 편집해서 보여 준 것입니다. 이것은 본질을 외면한 것이고 진실을 왜곡하는 것이 됩니다. 정치인으로 따지자면 그의 과오와 약점은 가린 체, 장점만을 부각해서 보여준 것이 됩니다.
언론의 기본이 되는 진실을 보도한다는 면에서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입니다.
1987년 당시 대학생이던 박종철은 공안기관에 연행된 후 죽음을 맞았습니다. 당국은 그의 사망 원인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라고 발표했고, 진위를 알지 못하는 언론은 당국자의 말을 그대로 받아서 보도했습니다.
처음 보도 때 언론은 실체를 알 수 없기에 현상만을 전했습니다. 신문에서는 단 2단짜리 후미진 사회면에 내용이 올라왔고, 방송에서는 단신으로만 처리했지만 이를 본 사람들은 의아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언론인들도 합리적 의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정보를 독점한 공안기관과 광주를 짓밟고 정권을 강탈한 정부를 신뢰할 수 없기에 그대로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건장한 청년이 놀라서 죽었다. 지나던 소가 웃을만한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86년 건국대에서 벌인 민주화 요구를 무차별 진압하던 공권력을 보았고, 부천에서 여성을 성 고문했다는 사실에 경악했었던 시민들은 짧은 기사의 행간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습니다. 언론인과 깨인 시민과 정의구현 사제단의 용기는 마침내 묻힐 뻔한 진실을 밝혀냈습니다.
시는 간결하게 응축된 언어로 메시지 속에 은유와 상징을 사용합니다.
문장은 단어와 문장의 맥락을 이해해야 합니다. 문해력을 높이려면 많이 읽어야 하는 건 당연한 이야깁니다. 보면서 진위를 파악하고 논리적 모순이나 미비함은 없는지 비판적 견지에서 수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영상 역시 늘 진실과 바름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기에 분석적으로 객관화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프로파간다에 (일정한 의도를 갖고 여론을 조작하여 사람들의 판단이나 행동을 특정의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것) 능했던 히틀러의 선전장관 괴벨스의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선동은 문장 한 줄로도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괴벨스-
홍수로 물이 범람하면 가장 절실한 것이 깨끗한 식수입니다. 각종 정보와 동영상이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옥석을 가릴 줄 아는 능력과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너무도 중요한 사명입니다.
예리한 칼을 정교하게 사용하기까지는 칼날을 가는 연마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자녀에게 너무 빨리 스마트 기기를 건네지 않는 것은, 어렵지만 가치 있는 결단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