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리터러시 / 미디어교육 2.
2003년 3월 20일, 미국과 영국 군은 이라크를 침공해서 빠른 속도로 바그다드로 진격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명의 이라크 병사가 포로로 잡혔고 미군 병사는 자신의 수통을 열어 그의 목을 축여 주었습니다. AP 통신의 사진 기자는 이 순간을 포착했습니다.
U.s. Marines From The 15th Marine Expeditionary Unit Help An Iraqi Soldier With Water
From A Canteen In Southern Iraq, March 21, 2003
미국은 자신들이 포로로 잡은 적국의 병사들을 인도주의적으로 대우하고 있다고 하면서 오른쪽의 사진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총을 겨누었던 모습은 사라지고 자신의 물을 적군에게 나누어 주는 미군 병사의 모습엔 따스한 인간미마저 일게 합니다.
반면, 이라크는 왼쪽의 사진을 제시하면서 죽음을 불사한 항쟁을 하라고 군대를 격려했습니다. 이 사진엔 물을 주려던 병사와 수통이 사라지고 차가운 총구 앞에서 두려움에 떠는 병사의 표정이 부각되어 있습니다. 손이 보이지 않지만 포승에 묶여 있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포로로 잡히면 바로 처형을 당하니 목숨을 걸고 항전하라는 결의를 부축입니다.
동일한 원본을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편집해서 보여 주느냐에 따라 내용이 극적으로 바뀌는 것이 놀랍습니다.
미국으로서는 유엔의 결의도 얻지 못한 채 영국만 겨우 끌어들인 침공이었기에 그 명분과 도덕성을 잘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자국민의 지지를 얻어내는 것에도 신경을 써야 했겠죠. 결국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미국이 침공의 대의로 내세웠던 이라크 내의 대량살상 무기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9.11의 트라우마가 작동된 미국의 침공은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나라의 독재자를 제거한다는 프레임을 갖고 있었지만, 침공을 반대했던 국가들은 미국이 중동의 석유자원 확보와 중동지역에서의 지속적 영향력 강화를 더 우려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어느 날 엘리자베스 여왕의 세손인 윌리엄 왕자는 사람들을 향해서 손을 들어 제스처를 취했습니다. 이 사진은 옐로 저널에게 아주 좋은 먹잇감이 됩니다.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선정적인 기사를 쏟아내어 왕실에 반감을 갖던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평소에도 왕자가 예의가 없어서 실수가 많았다, 엄마 없이 자라서 교육에 문제가 있다.
왕실 사람들의 씀씀이가 커서 돈을 함부로 쓰고 다녔다.”
온갖 루머가 만들어지고 확대 재생산됩니다.
그런데 다른 각도에서 찍은 사진이 있었습니다.
손가락으로 셋을 들어 표하며 3번째 자녀를 낳았다는 소식을 알립니다. 부인을 얻을 때에도 사랑을 따라 평민 가문을 택했고, 공군으로 복무했으며 일반인과 같이 스스럼없이 생활해 온 왕자가 성실한 가정생활을 이으며 그 결실을 얻었음을 축하하는 기사로 이어졌습니다.
사진은 실제를 찍은 것이 맞는데 포착한 위치와 앵글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줍니다. 그것을 근거로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덧붙여집니다. 보이는 단면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유명인들이 연말이면 어려운 이웃을 찾아가 그들을 돕고 인증샷을 남기지만, 그 의도가 선하다고 보기에는 뭔가 구린 구석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것도 점차 사라지는 추세가 더 안타까운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기가 믿는 것에 대한 신념을 확신하기 위해 선택적으로 정보를 취하는 것이 더 안 좋은 편향 일지
모르겠습니다.
드넓고 깊은 바다와 하늘을 자주 올려다봐야 건강에도 이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