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준구 Mar 24. 2022

주문한 책을 기다리며

새로운 서점과의 만남 

책을 주문한 날짜가 2월 27일이면, 아무리 물 건너서 온다고 해도 지금쯤은 도착해야만 했다. 

400페이지 분량의 하드카바에 양질의 종이를 썼다지만 한 권에 140 불하는 책값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조금 싸게 살 방법은 없을까 해서 국내에서 수입 판매하는 서점들을 뒤져보았지만 한화로 170,000원 선이면 뭐 도긴개긴이다. 가격이 만만한 중고제품이라도 있으면 사려고 눈 씻고 찾아봤지만, 아마존에서도 100불 미만의 가격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이미 번역된 책이 있으니 그것을 사면 4만 원 정도에 해결할 수도 있는 문제인데 그냥 원본으로 공부해야 할 것 같은 욕구가 일었다.  


킨들로 구입해서 봐도 되겠지만, 서가에 꽂아두고 필요할 때 찾아보는 맛이나, 외적 실체를 손으로 느끼는 경험은 역시 책이 으뜸이다. 빳빳한 책에서 느끼는 종이의 질감과 특유의 잉크 냄새는 독서하는 동안 가슴 벅찬 뿌듯함까지 선사해 준다. 더구나 세월이 지나도 쉬이 변색되지 않고 짱짱함을 유지해주는 덕에 오래 두고 보게 되는 장점이 있다.  

아마존에서 중고로 나온 책으로 구매 선택을 하려는 순간, 우연히 또 다른 책 판매 사이트에 접속하게 되었다. 이름하여 “Better world books”. 혹시나 해서 내가 사려고 하는 책의 이름을 검색해보니 몇 권의 중고책 리스트와 소장한 곳의 장소가 나왔다. 중고책의 상태가 상급에 속하는데 가격은 70불이고 운송비는 free라고 나왔다. 

어떻게 이런 가격에 판매가 가능할까 의아해하면서도 반가운 마음에 얼른 회원 가입을 하고 주문을 넣었다. 이 서점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더러는 사람들에게서 도네이션을 받는 책들도 많은 것 같았다. 전에 미국의 도서관에서는 서가에 비치했다가 정리하게 되는 책들을 필요로 하는 주민들이 자유롭게 가져가게 하는 모습을 보곤 했는데, 이런저런 형태가 뒷받침되는 것같았다. 


아무튼 운송료를 안 받는다는 점이 매력적이면서 동시에 의문점이었다. 함께 선택하도록 되어있는 1불 도네이션 여부를 묻는걸 그냥 넘긴 게 조금 걸리는 정도였다.   회원가입을 위해 이름 국적 주소 카드 번호 등을 빠르게 작성해 나갔다. 

바로 메일로 가입 축하 고지가 날아왔고, 접수에 따라 빠르게 선적되었음을 알리는 메일도 도착했다. 가입 과정에서 실수로 뭔가를 체크했던지, 책을 보내는 분이 나의 요청에 따라서 개인 메일을 보내왔다. 책을 주문하면서 사적인 메시지를 요구한 고객은 처음이지만 그래도 요청에 의해서 자기의 소소한 이야기와 스토리를 들려주는 것이라고 했다. 나도 좀 어리둥절하고 생경했다.


그래도 혹시나 “84 Charing cross road”의 인연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회신을 보냈다. 실은 주문한 책을 잘 받고나서 보내준 것에 감사하다는 편지를 쓰고 싶었던 것인데, 답장을 너무 미룰 수가 없어서 먼저 답신을 보낸 것이다. 실은 업무용 메일을 공용으로 사용하는 것이라 회신을 읽을 수도 없는 아이디였다. 어쨌든 나는 답신을 보냈고 판매사가 이야기하는 업무일 기준 11~21일이 소요된다는 

책 한 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운송비 무료라는 것은 배를 통해서 보낼 테니 여유롭게 기다리라는 말일 것이고, 코로나 시국이라

시간이 더 지체될 수 있다는 말일 텐데, 조바심이 나는 만큼 더 큰 기대감을 갖게 된다. 

서점 사이트에서는 2월 27일 선적했노라는 문서가 확인되는데, 우리의 택배 시스템처럼 어느 곳만큼 이동했는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도착할 것이라는 믿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빨리 내 손에 쥐고 읽었으면 하는 마음이 더 강할 뿐이다.

더구나 새로운 서점을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 더 자주 애용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때로는 책이 사람처럼 기다림의 매력을 발산하는 친구 같다.  

이전 09화 루터란이즘과 사회민주주의 노르딕 정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