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숨을 몰아쉬며 땀을 식히고 있는 자전거택시 운전사 옆을 지나친다.
헐렁한 러닝 차림에 시원한 옷차림을 했지만 이미 흥건해진 몸과 옷에선 쉰내가 진동한다.
키니냐 섹터 오피스 (구청)까지 손님을 실어 나른 모양인데 안쓰럽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키갈리는 가파른 언덕이 많아서 누군가를 태우고 언덕을 오르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기어도 없는 자전거를 혼자 타고 오르는 것도 힘든데 손님을 태운다면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
뜨거운 태양 볕에서 그런 노동을 감행한다면 정말 땀이 비 오듯 쏟아질 수밖에 없다.
돈이 좀 있는 승객이라면 택시를 탈 것이고, 대게는 오토바이 택시를 사용하는데, 자전거 택시를 타는 경우는 시간이 여유롭다던가, 돈을 아끼기 위한 경우인데 그렇다 해도 주로 평지에서만 운행하는데, 어쩐 일로 예까지 왔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땀 범벅이되어 고단한 몸을 바람에 맡기고 있는 운전자의 모습에서 묘한 연민이 느껴졌다.
온몸을 움직이는 힘겨운 노동을 통해서 받는 삯이 얼마 안 될 텐데 그것으로 생활이 가능할지?
대체로 가난하고 배움이 부족서 달리 직업을 갖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들의 꿈은 알뜰하게 돈을 모아서 그보다는 벌이가 나은 오토바이 택시 운전사가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엔진의 힘으로 언덕길을 거뜬하게 오르고 요금도 더 받는 오토바이를 구입하는 꿈을 꾸며 버거움을 이겨내고 있는 것은 아닐지?
지난번 거리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나눌 때도 선교사님은 이런 자전거 운전자들의 처지를 아시고 그들의 손에 뭐 하나라도 쥐어 주고 싶어 하셨다.
고단한 삶이지만 정직한 노동을 격려하는 의미에서……
우리 집 맞은편에선 현지인 집을 허물고 다시 짓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오래된 양철 지붕을 거둬내고 벽을 부수면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것 같다. 인부들 여럿이 지붕에 올라가서 양철을 분해하고 못과 버팀목들을 분리해내고 있다. 아래쪽에선 허물어진 벽돌을 손으로 모아 하나씩 치우는 중이다. 대여섯 명이 분주히 움직이며 일을 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그 흔한 목장갑 하나를 끼지 않고 작업을 하고 있다. 양철의 날카로운 모서리에 손과 몸이 베이기 일쑤일 텐데 장갑은 고사하고 안전모 하나 착용한 이가 없다. 안전화는 아니더라도 운동화라도 신고 작업하면 좋으련만 얄팍한 샌들이나 값싼 슬리퍼를 신었으니 이를 어쩌나. 내가 지급 받아서 쓰고 있는 고무 커버가 된 목장갑을 던져주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겨우 한 켤레를 줄 수도 없고…….
한 번은 벽에 붙은 콘센트 전기가 끊어져서 전기 기술자가 집으로 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맨손으로 피복을 벗기고 붙이는 작업을 하는 것이었다. 위험한 것 같아서 내가 쓰는 장갑이라도 끼고 하라고 하니 얼마나 고마워하며 눈독을 들이던지. 마음 같아선 주고 싶었지만 임기 종료까지는 나도 가지고 있어야 하기에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모든 게 부족하고 변변한 물건은 죄다 수입에 의존해야만 하는 아프리카 내륙의 땅 르완다.
일주일에 두 번 우리 집의 빨래와 청소를 도맡아서 일당을 벌었던 싱글맘 00도 내가 떠나가면 일자리를 잃게 될 처지다. 많은 돈은 아니었어도 규칙적으로 일하며 벌었던 직장이었는데 앞으로 자녀를 어떻게 양육해 나갈런지?
걱정도 되고 안타깝고 딱하지만, 난 이들의 정직한 노동을 응원하려 한다.
우리 역시 성실한 노동으로 가난을 이겨냈으니 르완다 또한 잘 극복할 것이라 믿는다.
탐욕에 쩔은 부도덕한 이윤보다 정결한 노동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