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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기만성온달이 Apr 08. 2024

불편한 인생이 절망하는 사람을 살리는 이야기

불편한 편의점 1,2를 읽으며

그는 양심에 이끌려 지갑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허기와 배고픔으로  지갑 속의 돈을 다 써서 먹을 것을 사도 이상할 것 하나 없는 노숙자 신세에 주인을 찾아주려고 수화기를 들었다.

분실한 노부인은 사래를 하겠다며 극구 노숙자를 데리고 자신이 운영하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가까이만 있어도 역한 냄새가 진동해 주변 사람을 도망가게 만드는 노숙자에게 보답하는 의미에서

식사를 제공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녀는 그를 매일 자신의 편의점으로 오게 했다.

오후 4시 폐기 직전의 도시락으로 막장 폐기에 가까운 인생을 살리고자 했다.

연민과 동정이 회피와 외면으로 어떤 때는 경멸적 존재로 취급받던 사람은 그를 따스하게 대하는 온정과 마주하자 변하기 시작했다. 자기에게 먹을 것을 주며 살피는 사랑에 감사하며 편의점 주변을 깨끗하게 청소도 하고 여성점원이 혼자 지키는 야심한 시간에 행여 행패를 부리는 사람은 없는지 살피기 시작했다.

어떤 때는 진상을 부리는 손님을 대신 쫓아주고 위압을 가하는 사람에 맞서 편의점을 지키기 시작했다.

위급한 상황에 슈퍼맨처럼 등장해서 약자를 보호해 주는 것이다.

세상으로부터 버림받고 손가락질받는 낮은 자가......

급기야는 그를 점원으로 고용하겠다는 노부인의 뜻을 받아들이자 그 자신도 변해가기 시작했다.

노숙자 신세인 자신을 믿어주고 미리 가불 해준 돈으로 작은 방을 하나 얻고 몸도 깨끗이 씻어서 옷도 사고 술도 끊는 노력을 기울였다. 오랜 노숙 생활로 어눌해진 말과 언어로 모든 것이 굼떴지만 주변 사람들도 서서히 자신에게 마음을 열어 주었다.  


참새 방앗간처럼 편의점을 들려선 홀로 고독하게 술을 마시고 귀가하는 중년의 가장에게 더는 취해서 살자 말라며 유사한 색의 옥수수차를 권하기도 했다. 물건만 많이 팔면 되는데 웬 오지랖이냐는 생각에 심기가 불편했지만 그의 권유가 맞는 것 같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오랜만에 궁금해서 들린 편의점에서 그는 자신의 쌍둥이 딸이 초콜릿을 좋아하니 술 대신에 그것을 사다 주는 것이 어떠냐고 알려준다.

가장은 눈물이 핑 돌았다. 홀로 고독하게 술로 직장생활의 어려움을 삭이는 것보다 가족과 함께하며 저녁 시간을 함께 해보라는 권유가 가슴 깊이 울림처럼 새겨졌다.

술이 사람을 어떻게 망가뜨리고 고립되게 만드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그였고 어떻게 가족과의 대화가 단절되기 시작했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해 줄 수 있는 충고이기도 했다.

다행히 그도 노숙으로 망친 몸과 과거의 기억들이 조금씩 되살아나고 회복되기 시작했다.   


편의점을 지키는 사람 중엔 청년 및 중년의 아르바이트생과 점장이 있었다.

대학을 갓 졸업해서 구직 중인 청춘과 어려운 난관을 뚫고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자신의 꿈을 찾아 예술의

길을 찾아 나선 사람과 기업에서 잘 뽑아주지 않는 학교를 나온 젊은이들이 등장한다.

좋은 대학과 직장을 잘 다니다 때려치우고 게임 속으로 도피한 아들을 가진 중년의 직원여성에게 던지는 위로에 그녀는 그만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게임하는 동안 아들이 좋아하는 삼각김밥과 컵라면을 건네주라고 더불어서 아들에게 해주고 싶은 편지를 전해서 마음을 전하라고, 윽박만 지르지 말고 아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보라고,  왜 직장을 그만두고 영화에 도전하게 되었는지 그래서 앞으로는 어떻게 살 계획인지를 차분하게 들어보라고…….


동료 점원들도 달리 고민을 토로할 사람이 없던 차에 말도 어눌하고 행동도 굼뜨지만 그의 진실함에 반하며 어려움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가장 낮은 자리에 천하게 버려졌던 노숙자가 주변의 사람들에게 생기와 힘을 불어넣어주는 이해할 수 없는 신비한 영향력을 끼치기 시작했다.


노인에게는 친절하게 배달서비스까지 해주니 편의점의 매출은 덩달아 오르는 중이다.

그의 기억이 돌아오고 다시 예전의 직업으로 돌아가 사람을 살리는 현장으로 떠나는 모습으로 1편이 마무리된다. 2편은 1편의 완결성에 좀 못 미치는 경향이 있지만 그래도 모두 좋았다.


스스로 가정이 해체되고 나락으로 떨어져 술과 노숙으로 기억조차 잃어가는 폐인으로 전락했지만

그의 손을 잡아 준 그 한 사람 때문에 다시 건져지고 살아났다. 그렇게 회복된 인생은 주변을 살리고

어둠을 밝히는 온정이 되었다.


작은 나비효과로 번지는 아름다운 향기.

버려진 자가 좌절된 이의 마음에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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