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준구 Dec 17. 2023

김누리 교수의 책 두 권을 읽고서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 절망할 권리가 없다

사회학을 공부했고 길 위에서 실천하며 애썼지만 개인적으로 풀지 못한 궁금함이 있었다.

우리의 정치는  왜 이렇게 후진적이며 대다수 시민들에게 시원한 만족감을 주지 못할까?

경제구조를 어떻게 개혁해야 약탈적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기울어진 운동장, 극한의 경쟁구조, 공동체의 붕괴, 성별 세대별 갈등, 학력 차별, 가진 자의 기회 독식, 입시만 존재하는 교육, 노동시장의 적대와 차별, 출산율, 자살률, 삶의 질, 분단으로 인한 막대한 군사비 지출, 부동산……

열거하기도 어지러울 정도의 절박한 현실을 두고 왜 대안을 제시하고 개혁하지 못하는 가가 의문이었다. 

김누리 교수가 방송에 나와 이야기한 것만으로도 유럽의 시도가 놀랍고 가슴 벅차게 느껴졌는데

책으로 접하니 그의 말대로 방송에서 이야기하지 못한 더 근원적인 이유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민주주의 어디까지 해볼 수 있을까?라는 정치적인 상상력은 고등교육을 받고 싶은 사람들에게

대학은 공공재로서 학비 없는 무료인 시스템을 만들었고, 부유한 학생은 아르바이트를 안 하고 공부에만

전념하는 반면 가난한 학생은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의견을 받아 모든 학생들에게 학업에만 열중하도록 용돈을 지급하고 모든 교통비등에 편익을 주도록 법을 바꿔주는 정치인들의 모습은 너무도 환상적이다. 

법과 체계를 만들어가는 국회의원이,  국민 대다수인 노동자와 농민 소상공인 교사  공무원 등으로 실질적인 대의정치가 구현되는 곳이니 가능한 일인 것이다. 

그 기조에는 자본주의가 갖는 약탈적 야수의 본능을 국가의 적절한 개입을 통한 인간의 보호를 말하는

사회적 시장경제를 추구하며 조세를 효과적으로 사회적 혜택으로 투입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를 향한 나의 섣부른 기대치가 왜 번번이 좌절되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찾은 것 같고 방향성과 더불어 깊은 책임감도 부여받은 것 같다. 저자의 깊은 혜안에 감사드리며 책을 요약하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책의 내용을 정리해 봤다.  



본문 요약


자본주의형태

자본주의가 효율적인 체제임은 분명하지만 인간을 잡아먹는 야수의 속성을 지녔다

자유시장경제에선 실업과 불평등 빈부의 차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이러한 양면성을 극복하고 야수성을 통제하기 위한 방법으로 유럽은 사회적 시장경제 Social market economy를 기본적인 정책 기조로 삼는다. 

야수성이 인간을 잡아먹으려 할 때 정부는 조세제도와 정책을 통해 인간을 보호하려는 것이 사회적 시장경제를 채택한 정부의 개입인 것이다.   

한국 사회는 세습자본주의가 굳어져 돈과 권력을 독점한 기득권층이 기회마저 독점하고 있다. 

승자독식이 굳어지고 학벌 계급화 현상도 심각해지고 있다. 아이들이 우울하고 노동자의 재해 사망률이 높고 부동산자산의 불평등은 자본주의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이 모든 불안함의 결과는 출산율의 저하와 자살률의 증가로 나타난다.  

독재정부에서 민주정부로 바뀌었지만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개혁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재벌개혁, 노동개혁, 사회개혁, 교육개혁, 부동산개혁 등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

민주화 이후에도 경제민주화, 문화민주화, 사회민주화가 실질적으로 동반되지 않았다. 삶에서 살아내는 민주주의자의 부재를 들고 있다.  


정치권력의 독점

연령별로 보면  2-30대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거의 없다.  유럽은 40세 이하가  40%인 반면 우리는 5-60대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여성의 대표성은 말할 것도 없고 세대의 대표성이 적으며 직능을 대표하지도 못하고 있다. 독일 연방의회의 경우 수가 많은 교사대표가 교수대표 보다 많고 각 직능별 노동자 대표 들이 포진하는데 우리는 법률가, 교수, 언론인, 정치인이 과잉 대표로 포진하고 있어 대의제도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우리는 왜 유독 법을 공부한 사람들이 국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지 그것이 대의와 부합하는지 심각하게

물어야 한다.  

서민과 노동자가 대부분 이면서 자신을 대변할 대의자가 아닌 기득권과 기득권의 이익을 대의할 사람을 선출해야만 하는 형국이다.  기만적인 기득권끼리의 싸움판은 아닌지 주시해야 한다. 

현재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국민을 향한 쇄신의 정치가  자기 생존에만 급급해서 온통 난리법석을 떨고 이합집산과 합종연횡의 계산에 주판을 튕기는 형국을 언제까지 바라봐야 하는지…… 

3-4 십 년 된 고기 불판을 갈아 치우고 새로운 시스템과 체제로 개혁돼야 한다는 고 노회찬 의원의  탄식과 열망을 다시 기대할 수는 없는지? 기존 제도의 진입장벽이 높으니 이를 어찌하면 좋을지……. 


한국은 마치 경쟁이 정의의 유일한 기준인양 절대시하는 사회를 살고 있다. 

한국의 교육은 1샷 사회이다. 독일은 10번의 기회가 주어지는데 한국은 단 한 번의 기회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한국은 너무나 많은 재능들이 발현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사회이다. 기회를 박탈하는 사회일  뿐만 아니라  기회를 박탈당한 사람을 차별하는 사회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은 말할 것도 없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별과 격차는 엄청나다

이러한 현실이 지극히 기형적인 사회에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은 자칫 끔찍한 자기 착취로 이어질 수 있다. 

내가 게을러서, 내가 공부 안 해서, 내가 잘못해서….

개인을 억압하는 잘못된 사회 구조 때문에 생긴 불행의 책임을 개인에게 물으며 또다시 개인을 착취하는 이상한 사회가 된 것이다. 정치투쟁의 최전선은 나를 억압하는 외적인 질서 즉 정치권력 혹은 사회구조에

있는 것은 아닐까? 


노인 빈곤율 노인 자살률 청년의 자살률

유례없는 불평등 사회

상위 1프로가  전체 자산의 26프로, 상위 10프로가 전체 66프로, 하위 50프로가 전체의 2프로를 갖고 있다.  

사회적 관계의 해체, 세습 자본주의, 학벌 계급사회, 야수 자본주의의 불평등을 유지하는 것은

사회의 질서를 만드는 국회의원들인데 의원  300명 중 이런 자유시장경제를 옹호하는 이가 290명 정도

10여 명 정도만 사회적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이야기한다. 


유럽은 이미 야수적 자본주의를 컨트롤하려는 사회적 시장경제를 정책적 기반으로 해서 정책을 입안하는데

우리는 그런 기조를 근본으로 두지 않으니 어떤 개혁적 조치가 되따를 수 있을까?


68 혁명은 세계 어디서나 해방의 시작을 알렸지만 한국에서는 억압의 시작을 알렸다. 

파리 1 대학에서 파리 10 대학으로의 혁명과 민주주의를 어디까지 해볼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시험하기 시작했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재벌개혁, 교육개혁, 정치개혁, 사법개혁, 검찰개혁은

후세에게 헬조선의 불명예를 넘기지 않을 86세대의 마지막 시대적 소명이다. 


남북의 상황과 관련해선 통일이란 허상을 꿈꿀 것이 아니라 독일과 오스트리아처럼 같은 민족

두 개의 나라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처럼 전쟁의 위협만 사라져도 안정적인 유대와 협력이 가능한

대안을 제기하며 한반도의 평화가 정착되기를 기원하고 있다. 

분단을 유지하며 치러야 하는 비용이 막대하고 우리 삶과는 동떨어진 곳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평화로 누릴 수 있는 삶의 질의 향상과 풍요 대신에 우리는 강대국이 바라는 대로 그들의 무기를 사는데

모든 돈을 쏟아붓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신자유주의적 공세에 맞서 유럽이 미국에 맞서는 것처럼 우리 대한민국도 국제적 위상에 맞게

강대국과도 대등하게 맞서는 담대한 용기를 주문하고 있다.  


시민의 의식이 정치를 견인해서라도 우리의 삶이 좀 안정적이고 사람 사는 것 같은 온정과 풍요가 살아 숨 쉬는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주문한 책을 기다리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