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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구 Jun 04. 2022

동학에서 미래를 배운다

갑오농민운동

                 

“동학운동의 촉매제 역할을 했던 고부 군수 조병갑은 부패한 조선의 관리가 아니었다."


탐관오리에 대한 분노가 횃불을 들게 한 모멘텀일 수는 있지만 조선왕조의 질서와 한계를 혁파하고자 하는 의지가 아니었다면 감행할 수 없는 민중의 반역이었다.  


"조병갑은 당시 수준에서는 그저 고만고만하게 부패한 관리였고 역설적이지만 조선왕조에 모범적인 관료였다. 경남 함양과 충남 태안에서 군수로 지낼 때에는 그의 선정에 감사해서 군민들이 세웠다는 공덕비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본문 내용 중-     


책 서두에 ‘하자’ 센터의 청년들에게 강의한 내용을 구술체로 서술하고 있음을 밝혔기에, 그냥 가볍게 술술 읽어나갈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동학이 운동으로서 기치를 높이는 데에는 그 이면에서 작동해오던 조선사회의 체제와 공유된 가치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음을 알게 했다.     

세계정세의 변화 속에서 조선은 미처 준비도 안 된 상황에서 떠밀리듯 문호를 개방하게 되었고 고종을 위시한 통치자들의 무지가 화를 키웠다. 미국과 일본에 금광 채굴권과 철도부설권 등의 막대한 이권과 권리를 넘겨주고 소수의 권력자들이 배를 불리는 정책을 썼다.


국가의 자원을 팔아 개인의 사복을 채웠음을 이미 배워서 알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허울 좋은 개방을 통한 자유로운 교역에서 조선이 우위에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는 점이다.

물자와 자원과 화폐의 유통이 활발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곡물이 부유한 양반의 창고에 싸여있어서 비교적 높은 장리 빛을 지더라도 가난한 농민들이 빌어다 먹을 수 있었다. 풍년이면 풍년인 데로 흉년이면 흉년인 데로 마을공동체가 두레와 향약이라는 질서 안에서 서로를 거둬 먹이고, 양반은 그가 부리던 소농과 소작농의 존경 속에서 더불어 살았던 것이다.


그러나 1894년 동학농민운동 전후의 상황은 외국과의 개방으로 농촌경제가 대지주를 중심으로 한 약탈 구조로 탈바꿈되는 상황을 맞는다. 곡물값이 싸고 질 좋은 조선의 농산물을 일본이 족족 사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대농인 양반들은 먹고 남은 곡물을 필요 이상으로 쌓아두지 않아도 되고 금과 현금으로 전환하니 나쁠 것이 없었다. 죽어나가는 건 쌀과 보리 콩 옥수수 등 기본적인 곡식을 구하지 못하는 소농과 소작농들이 절대적 빈곤을 해결할 방법이 막막해진 것이다.     

가난해도 서로를 구휼하며 함께 돕고 나누며 살았던 공동체의 정신이 새로운 가치 앞에서 극심한 도전에 직면한 것이다. 권력과 부를 쥐고 있는 소수의 지배자들이 합법적인 무역활동에 앞장서면서 돈벼락을 맞는 사이에 빈부의 격차는 극에 다다르며 조선을 떠 받쳐온 공동체의 질서와 가치는 붕괴되는 시기를 맞게 되었다.


더구나 서양의 종교가 전하는 만인평등의 정신과 경제적 기반을 잃은 양반의 지식이 서당과 저술의 형태로 평민과 농민들에게 전해지면서 의식적으로도 계몽의 시대로 진입했다. 동학을 통한 깨우침은 의식 있는 지식인과 농민을 결집시켰다. 조선의 회복과 정의의 실현은 왕과 권력자들을 원격 조종하는 외세의 침략주의임을 간파했고 그들을 몰아낸 이후에 조선의 미래를 자신의 힘으로 이끌겠다는 각성이었다.


조선의 운명을 우리의 힘으로 개척하겠다는 민중의 결의는 조선의 군대도 아닌 일본군에 의해 참혹하게 학살당한다. 일본군과 중국의 힘을 빌려서 왕권을 유지하려는 조선의 왕 고종과 권세자들은 그렇게 자기의 백성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그렇게 불러들인 일본과 중국은 우리의 땅에서 조선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을 벌였고

백주대낮에 조선의 왕비를 보란 듯이 살육하기에 이른다.     


'자신들도 맥없이 일본의 힘에 굴복당하게 되는 과정은, 충성스럽고 정의로운 민초들의 학살을 방조한 응분의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접하면서 반성과 각성의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내가 알고 있었다고 믿었던 역사적 사실에 대한 피상성과 단면적 가벼움에 대한 반성.

전환과 격변기를 맞이하는 시대마다 깊이 성찰해야 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조선 후기의 세계질서와 사회 변혁적 분위기는 오늘날의 전환기적 현실과 너무도 많은 부분이 닳아 있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 세금 완화, 정규직 비정규직, 극단적 양극화, 복지의 확충인가 개인적 해결인가?

부와 권력의 집중.....     


“조선에 제국주의가 침투하자 상업은 더욱 활기를 띠었고, 결과적으로 전통사회의 미덕이라 할 ‘유무 상자’의 사회적 합의‘가 완전히 깨진 데서 오는 실망과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본문 내용 중-     


책을 통해서 나를 각성한다.

읽어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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