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흘려 밭을 갈아 모종을 심으며 내뱉는 투덜거림
쌈채소를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아내는 온갖 종류의 모종을 사 왔다.
정확히 표현하면 텃밭에 진심인 이웃이 권하는 데로 다양한 품종의 밭작물에 도전한 것이다. 한동안 방치해서 잡풀만 무성한 땅의 밭고랑을 만드는 일은 고스란히 나의 몫이 되었다. 억새같이 솟아난 풀들은 손으로 잡아 뽑고 더 뻣뻣한 놈들은 낫으로 잘라냈다. 대충 제거하고 나니 다음은 곡괭이로 땅을 파서 갈아엎는 작업을 해야 한다. 땅의 색이 비옥하게 보이는 이유는 종종 밭에다 음식물을 발효한 천연비료를 뿌려준 덕이다. 잘 갈아엎은 땅을 쇠스랑으로 다지고 높여서 밭이랑을 만들고 물이 빠지도록 밭고랑을 꾸몄다.
10평 남짓한 텃밭인데도 일곱 개의 이랑을 만드느라 두어 시간 동안 진땀을 뻘뻘 흘리며 곡괭이와 씨름을 했다. 밭이랑 하나씩에 청상추, 양상추, 치커리를 심고 또 다른 곳엔 고구마와 방울토마토 오이를 재배하겠다는 과욕이 감당키 어려운 호된 노동을 불러왔다.
주일 오전 예배를 마치고 점심을 먹자마자 밭을 만들기 시작했으니 한낮의 열기는 온몸을 땀범벅으로 만들었다. 아내도 과한 욕심을 내었다는 걸 깨닫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밭을 만드는 것도 고된 일이었지만 일일이 물주며 모종을 심는 것도 시간과 정성을 요하는 품이 들었다. 서울도심에 살면서 밭이 있는 포천까지 오는 것도 쉽지 않은데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주면서 관리하는 건 더욱 요원했다. 이번에 부득이 비닐 멀칭까지 결심한 이유다. 다행이라면 작물을 정성껏 관리하는 이웃을 두고 있어서 우리 밭에도 종종 물을 주고 신경을 써주니 그나마 큰 안심이다. 소규모 텃밭에 멀칭이 웬 말이겠냐만 제대로 농사하는 이웃이 시도하며 사 둔 것이기에 우리는 덩달아 빌려 쓰는 셈이다. 비닐멀칭은 환경부가 인정한 친환경 생분해 제품이라서 마음의 부담을 덜었다. 잡초라는 게 비만 한번 내리면 쑥 자라나고 제거해도 한 주만 지나면 쑥쑥 자라는지라 늘 손이 많이 가서 애쓰느니 사 먹는 게 현명하지만 이번엔 수고가 좀 덜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아무튼 이번엔 멀칭 후에 모종을 심었고 토마토와 오이밭에는 지지대도 세워 주었다. 도심 생활자라 농사와 밭일에는 잼뱅이면서도 비옥한 땅을 놀리느니 다시금 용기를 내서 씨를 뿌려보기로 했다. 어차피 매주 예배를 드리러 포천으로 나오는 길에 몇 시간 몸을 움직여 흙을 밟고 수고하며 땀 흘리는 것도 생산적인 활동이란 생각이다. 처음 해보는 멀칭작업과 한꺼번에 행한 과한 노동 탓에 몸이 뻑적지근했지만 솔솔 부는 바람이 땀을 식혀줄 땐 몸과 마음이 상쾌했다.
우리의 생각처럼 충성스러운 진돗개들이 고라니와 멧돼지로부터 작물을 지켜주고 시와 때에 맞춰 비만 잘 내려 준다면 풍성한 쌈채소와 다양한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리겠다. 쌈이 나오기 시작하면 어차피 우리가 먹고도 남을 테니 이웃과 나눠 먹어야지.
나의 이웃은 누구일까?
이에 해당되는 사람이라 생각하시면 손들어 주세요.
put your hand u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