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이른 아침부터 누군가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 시간에 누구지?
모유수유마사지 선생님이었다. 그렇잖아도 점점 젖이 불어나는 통에 지난밤엔 잠을 설쳤는데, 초면인데도 반가웠다.
그러자 대뜸 가슴을 보자 신다. 애를 셋이나 낳았어도 낯선 사람에게 젖가슴을 꺼내 놓기는 쉽지 않다.
잠시 가슴을 살피더니 모유수유하기에 나쁜 가슴은 아니라며 내일 아침 8시 30분에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셨다.
잊었던 모유수유의 고통이 떠 올랐다.
첫째 때는 아기만 낳으면 알아서 젖을 물 줄 알았다. 출산한 지 삼일째 가슴에서 찌릿찌릿하며 낯선 통증이 느껴졌다. 이거구나 싶어 얼른 아이에게 젖을 물렸다. 그런데 작은 아기의 입술로는 내 d컵 가슴은 너무 컸고, 게다가 모유수유에 치명적인 함몰유두였다. 갓 아이를 낳은 엄마에게 가슴크기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다만 아이가 잘 무느냐, 젖량이 풍부하냐가 중요했다.
게다가 잘못 물리기도 해서 유두가 찢어지고 피까지 났다. 출산의 고통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통증. 이를 악물고 울음을 참아가며 아이에게 물렸다.
야속하게도 내 젖가슴은 기능에 있어 부족함이 많았다. 아이는 몸무게도 많이 늘지 않았는데 꼭 내 몹쓸 젖가슴 때문인 것 같다. 결국 첫 돌이 되자마자 단유를 했고, 둘째는 바로 분유를 먹였었다.
이 기억을 까마득히 잊고 셋째는 막연히 모유수유를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출산의 고통이 잊어지듯 내 품에 안겨 젖을 빨던 아기를 바라볼 때의 그 행복감만 떠올랐다. 히지만 내 젖가슴은 달라지지 않았고 그 기능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냉정했다. 아기가 물기 쉽지 않고 젖량도 많은 편이 아니었다.
불어나는 젖을 틀어막을 수도 없고. 늙은 에미는 유축이라도 해서 먹이고 싶었다. 아기의 조그마한 입에 젖을 물리고 싶은 에미의 본능이랄까.
그래, 조리원에 있을 동안만이라도 먹여보자. 자주 물리면 젖모든 수유콜을 받기로 결심했다.
아침 6시부터 저녁 8시까지 1시간 30분~2시간 30분 만에 수유콜이 온다. 아기가 배고프면 언제든 가야 하는 고달픈 생활. 이래서 다들 유축지옥이라 하는구나.
회복될 것 같은 몸은 다시 수유와 유축으로 축나길 시작했다. 하루에도 몆 번씩 단유를 고민했다. 그 고민도 잠시
수유콜마다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고 있는 나란 여자.
왜냐면 아이 얼굴 한방에 고달픔이 사라지니까. 엄마 되길 잘했다 싶은 최고의 순간이니까.
그러다 다시 방으로 돌아오면 다시 단유를 고민하는 평범한 k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