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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주 Jan 07. 2023

공연 리뷰 ‘안나 카레니나 또는 가난한 사람들’

푸틴의 전쟁을 상기시키는 다소 교훈적인 엔딩

‘안나 카레니나 또는 가난한 사람들’ © Ute Langkafel MAIFOTO


베를린 막심 고리키 극장의 공연 ‘안나 카레니나 또는 가난한 사람들’(연출: 올리버 프를리치 Oliver Frljic)은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의 두 소설을 연극화한 포스트 드라마 공연이다.       


중간 휴식 시간 이전 연출자는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 문학에 집중하여  사회 계층의 욕망, 도덕  사랑 관계를 대사로 전달하며 핵심 줄거리를 강조한다.  파트는 느리고 지루해서 연출자가 거장의 텍스트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무대는 철로로 꾸며져 있다. 관객은 어느 쪽이 안나 카레니나인지 배우들의 무대 의상을 통해 금방 알아챌  있다.  개의 트랙은 각각 ‘안나 카레니나 ‘가난한 사람들 등장인물이 속한 계급의 사랑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배우들은 거추장스러운 중세 의상을 입고 걷기조차 힘든 무대 철로 위에서 움직이며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의 텍스트를 매우 빠른 속도의 대사로 전달하거나 나무수레를 타고 열차길을 따라 앞으로 전진했다가 후진한다.     


중간 휴식시간이 지나고 나서 무대 배경에 있는 차르의 초상화가 레닌의 초상화로 나중에는 푸틴의 초상화로 변한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에 등장하는 가난하고 소외된 뒷마당 거주자 바바라가 등장인물 중 여성들에게 권총을 분배하며 혁명을 주도하면서 스토리가 갑작스럽게 전환된다. 남성 등장인물들은 속옷차림으로 벌거벗는다. 바바라는 여성 해방을 외치면서 여성 등장인물들에게 권총으로 남성 등장인물들을 사살할 것을 명령한다. 여성 등장인물들이 남성 등장인물들을 총살하고나면 바바라는 여성 등장인물들을 총살한다.      


마지막에 바바라는 무대 뒤쪽 푸틴의 거대한 초상화를 온몸을 던져서 찢는다. 바바라가 금색 액자를 두른 푸틴의 초상화를 찢고 튀어나왔을 때, 관객들 모두 함성을 지르며 환호한다. 공연의 마지막 이미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대전의 위협에 놓인 서유럽의 상황을 신경질적인 방식으로 암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초겨울 난방비 걱정에 실내 히터를 끈 채 두꺼운 옷을 겹겹이 입거나, 소형 기름통을 들고 주유소 앞에 길게 줄을 서서 서유럽이 당면한 ‘푸틴의 전쟁’을 실감하고 있는 중이니까. 이 작품이 2019년 9월 15일에 초연됐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마지막 장면은 너무 교훈적이라고 느껴질 것이다.                          


‘안나 카레니나 또는 가난한 사람들’ © Ute Langkafel MAIFOTO


-참고자료-

Maxim Gorki Theater : Anna Karenina oder Arme Leute https://www.gorki.de/de/pressebrief-3-maerz-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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