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정빈 May 11. 2024

케이팝의 세계관에 필요한 마침표는 "AI 보이스"


지난 글에서는 케이팝 글로벌 팬덤이 겪는 언어 장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의 AI 보이스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케이팝 시장에서 중요한 요소인 ‘세계관’에 대한 AI 음성 기술의 활용성을 살펴보겠습니다.


ⓒ한국경제

세계관문화 콘텐츠에서 작품의 고유한 세계를 형성하는 핵심적인 요소로서, 인물과 이야기의 배경에 관한 설정들이 모여 이루어집니다. 이전에는 아이돌들이 무대나 방송에서 표면적인 이미지를 전시하고 각각의 앨범이나 활동에서는 단편적인 콘셉트를 소개했지만, 세계관의 도입으로 케이팝은 그 이상의 깊이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는 아이돌의 활동을 설정과 연결시키고 팬덤의 참여와 몰입을 촉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세계관의 도입으로 아이돌의 활동은 여러 가지 설정들에 의해 체계화되고 통합되며, 팬들은 이러한 설정을 바탕으로 서로 의견을 나누고 해석합니다. 기획사 측에 의해 공식적인 설정이나 캐릭터에 대한 서사가 제시되고 팬들은 이를 기반으로 한 2차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선순환 구조가 확립된 것입니다. 따라서 케이팝 산업에서 세계관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되었으며, 명시적인 세계관을 설정하지 않더라도 세계관적 요소를 콘텐츠에 통합하는 것이 보편적인 추세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추세를 따라, 케이팝은 기존 서사 매체의 양식과 관습을 차용하여 세계관을 구축합니다. 예를 들어, BTS '학교 3부작'이나 '청춘 3부작'과 같은 현실적인 드라마를 차용하여 현대 젊은이들의 실제 경험에 공감을 이끌어내며, 엑소는 판타지나 히어로무비의 요소를 활용하여 설정을 구축합니다. 이를 통해 팬덤과의 감정적 연결을 극대화하고, 팬들은 세계관의 다양한 요소를 해석하고 참여함으로써 케이팝 콘텐츠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와 관심을 이끌어냅니다 (윤광은 2-3).



여기서 AI 음성 기술이 기여할 수 있는 분야는 엑소의 판타지/히어로무비 요소에 해당하는 후자입니다. 케이팝의 세계관은 대부분 뮤직비디오나 컨셉 무비 등 음악 외적인 영역에서 설명되는데, 이는 다양한 캐릭터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입체적인 서사를 전달해야 하는 세계관을 음악 안에서 온전히 표현해내기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케이팝 그룹의 인원 수는 4~7명 사이인데, <해리 포터>나 <듄>을 비롯한 판타지 영화의 주요 등장인물 수가 최소 두 자릿수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이는 턱없이 부족한 인원입니다.


(좌) 에스파, (우) 나비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현재 세계관을 가장 전면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아이돌 그룹인 에스파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새로운 목소리’를 만들어내며 음악 내적으로도 세계관을 표현하려 시도하고 있습니다. <Dreams Come True>에서 멤버들의 음성을 빠르게 스페드 업(sped up)하여 변조시킨 보컬을 마치 새로운 멤버의 목소리인 것처럼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Welcome to MY World (Feat. naevis)> 트랙에서는 성우 여러 명의 목소리를 섞어 세계관 속의 등장인물인 나비스(naevis)의 목소리를 구현해내고, 피처링으로 도입부와 코러스를 맡기기도 하였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걸그룹 엔믹스 역시 고유한 세계관을 구축하여 스토리텔링에 나선 바 있습니다. 엔믹스는 에스파처럼 세계관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목소리로 출연시키거나 하는 식으로 음악 내에서 세계관을 드러내는 데에는 크게 비중을 두지는 않았고, 주로 영상 매체를 통해 세계관을 설명했습니다. 



러한 차이가 있는 두 걸그룹의 세계관은 그 결과 면에서 큰 격차를 보였습니다구글에서 에스파의 세계관명인 “광야(KWANGYA)”의 검색량은 약 370,000개인 반면, 엔믹스의 세계관 “믹스토피아(MIXXTOPIA)”의 검색량은 약 13,000개에 불과했습니다. 두 그룹의 인기도나 경력 등이 다름을 고려하더라도 꽤 많은 차이가 납니다. 이는 에스파의 세계관이 엔믹스보다 더 많은 대중을 매혹시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 배경에는 에스파의 유니크한 스토리텔링 기법이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더 다양한 목소리의 구현을 통해 음악 내적으로 세계관을 더 풍부하게 드러내는 것이 스토리텔링의 몰입도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다채로운 목소리를 자유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 AI 음성 기술이 케이팝 아이돌의 세계관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에스파의 <Dream Comes True>의 스페드업 보컬은 인위적으로 음성의 속도를 끌어올렸기 때문에 그 질감이 다소 어색합니다. 자연스러운 새 목소리를 창조해낼 수 있는 AI 음성 기술은 이러한 단점을 성공적으로 보완할 수 있습니다. 



이미 2023년 한국의 게임사 넷마블은 AI 기술로 4인조 걸그룹 ‘메이브’를 제작했습니다. 가상 인간이 춤추고 노래하는 영상을 만드는 것부터 고유한 목소리를 만드는 것까지 전부 AI 기술을 통해 제작된 버추얼 아이돌 그룹입니다. 


이러한 사례들을 비추어 볼 때, AI 음성 기술은 다채로운 목소리를 구현하기 위한 최적의 선택이며, 아이돌 세계관의 스토리텔링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기술적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습니다.


이후의 내용은 5편에서 이어집니다.


참고문헌


윤광은. "SM과 하이브의 공통점, 케이팝 아이돌의 ‘세계관’". 미디어스, 14 Mar 2023. https://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4139. Accessed 11 May 2024.


최민지. "음원 커버에 아이돌 피처링, 아티스트 데뷔까지···성큼 다가온 ‘AI 음악의 세계’". 경향신문, 15 May 2023. https://m.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2305151620011#c2b. Accessed 11 May 2024.




구독 설정을 통해 더 많은 리뷰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박정빈의 케이팝읽기>를 구독하시고 매주 업로드되는 K-POP 리뷰를 놓치지 마세요!

이전 03화 케이팝의 언어 장벽을 무너뜨릴 주인공은 "AI 보이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