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는 AI 음성 기술이 케이팝 세계관 스토리텔링에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AI 보이스에 대해 제기되는 사회적 우려들을 톺아보겠습니다.
일각에서는 AI 음성 기술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여 법적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특정인의 외모를 학습시켜 가짜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는 딥페이크 기술이 금전적 사기나 포르노 제작 등 좋지 못한 목적으로 악용되어 많은 피해자를 낳았듯, AI 음성 기술 역시 사회에 지대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IAAE)의 전창배 이사장은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영역에서 AI를 활용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생성형 AI 툴은 누구나 이용 가능해 실존 인물의 동의 없이 구현할 때 윤리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최민지 17).
실제로 2023년 4월에는 해외 유명 아티스트 드레이크(Drake)와 더 위켄드(The Weeknd)의 목소리를 AI로 학습시켜 가짜 컬래버레이션 음원을 만든 영상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자, 유니버셜뮤직그룹(UMG)은 자사가 저작권을 보유한 곡에 대해 AI 커버곡 게재를 금지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들은 종종 "퍼블리시티(Publicity)권" 또는 "인격표지영리권" 침해의 사례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인격표지영리권은 개인의 신체적 특징, 음성, 이름 등과 같은 개인적인 요소로부터 파생된 상업가치를 제3자가 허가 없이 이용할 수 없도록 보호하는 권리를 말합니다. 특정 개인의 목소리를 상업적인 목적으로 무단 사용하는 것은 이러한 인격표지영리권의 침해에 해당합니다.
또한, 2019년 피고가 원고의 음성을 비밀리에 녹음해 음성권을 침해했다는 손해배상 재판에서 서울지방법원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함부로 녹음되거나 재생, 방송, 복제, 배포되지 않을 권리를 가지는데, 이러한 음성권은 헌법 제10조 제1문에 의해 헌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는 권리이므로, 음성권에 대한 부당한 침해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김호준 11).
즉, 타인의 음성을 무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음성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반드시 누군가의 목소리를 학습시켜야 하는 AI 음성 기술은 본질적으로 권리의 침해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에는 허점들이 존재합니다. 음성(목소리)는 현재 한국의 저작권법에서는 법적으로 저작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 분쟁을 유발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의 저작권법 제4조에서는 저작물의 예시로 소설, 시, 논문, 강연, 연설, 각본 등을 포함한 언어 저작물, 음악저작물, 회화, 서예, 조각, 판화, 공예 등을 나열하고 있지만, 목소리나 음성은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AI 음성 기술을 사용하여 타인의 목소리를 재현한다고 해도 이 자체만으로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김호준 8).
둘째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길 수 있는 권리 침해 문제는 더 엄격한 이용 약관과 법적 권리 설정으로 예방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유명 가수 그라임스는 자신의 목소리를 학습시킨 AI 음성 프로그램인 “GrimesAI voiceprint”를 배포했습니다. 아티스트들은 이것을 사용해 그라임스의 목소리로 자유롭게 음악을 제작할 수 있지만, GrimesAI를 크레딧에 반드시 표기해야만 하며, 이것이 사용된 음악의 로열티의 50%를 그라임스에게 배분하도록 하는 조건이 있습니다. 하지만 로열티와는 별개로, 사운드 레코딩이나 기본 작곡에 대한 소유권은 주장하지 않습니다.
그라임스는 디지털 뮤직 배급사인 TuneCore와 파트너십을 맺어 이 AI를 사용한 곡 업로드를 위한 플랫폼을 제공하고, 음악을 모든 주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 유통하고 그 과정에서 콘텐츠가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도록 보장합니다. 이러한 식으로 그라임스는 자신의 목소리를 AI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문제를 방지했으며, 적극적이고 자세한 규약 설정을 통해 저작권 침해를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우수한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