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이해하면,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길이 보입니다
인지심리학자들은 인간의 뇌를 컴퓨터에 비유하길 좋아한다.
대뇌, 중뇌, 소뇌로 이루어져 있으며,
1.3킬로그램 정도되는 생물학적 구조 자체는
컴퓨터로 말하면 하드웨어이다.
하드웨어에는 보는 것과 듣는 것을 처리하는 부분,
숨 쉬는 것과 체온 조절을 처리하는 부분,
손가락을 사용하는 것과 걷는 것을 처리하는 부분,
정서적인 것을 처리하는 부분과
기억 입력과 출력을 처리하는 부분 등으로 구획화가 이루어져 있다.
이런 것들은 호모 사피엔스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기본 시스템이자,
인간들간의 차이가 없는 부분이다.
누구는 뛰어난 성능의 하드웨어를 타고나고,
누구는 그 보다 못한 성능을 타고나지 않는다.
좋은 쪽으로든(영재, 천재), 나쁜 쪽(결함)으로든(장애)
하드웨어 자체가 다른 경우는 전체 인구에서 0.001% 미만이다.
(후천적 장애를 제외하고, 선천적 장애만 계산하면 비율은 더 낮음)
우리 모두는 공평하게 비슷한 성능의 하드웨어를 타고난다는 뜻이다.
그럼 우리 뇌의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것은 무엇일까?
소프트웨어는 다시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기본 운영체제이고, 다른 하나는 응용프로그램이다.
기본 운영체제는 컴퓨터를 구매했을 때,
이미 탑재되어 '윈도우(Window)'와 같은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응용프로그램은 기본 운영체제 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워드나 엑셀 같은 것이 여기에 해당된다.
윈도우와 같은 기본 운영체제를 생물학적으로 말하면,
선천적으로 타고난 능력들이라고 볼 수 있다.
배우는 능력, 모방하는 능력, 세상을 범주화하는 능력,
배운 것을 요약하거나 추상화하는 능력,
행복할 때 웃고, 슬플 때 우는 능력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응용프로그램을 생물학적으로 말하면,
후천적으로 학습된 능력들이라고 볼 수 있다.
걷는 것과 뛰는 것, 다양한 움직임의 조화인 춤과 발레.
(걷는 것 자체가 하나의 춤이다, 리듬을 타지 않던가)
도구를 사용하고, 잡고, 뛰고, 공을 치는 능력의 조화인 야구.
(모든 스포츠가 응용프로그램인 것은 아니다,
달리기 종목은 기본 운영체제를 한계까지 발전시키고,
그것을 겨룬다)
글을 쓰고, 작곡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우주선을 만드는
모든 것들이 후천적 학습에 의한
응용프로그램에 의해 이루어진다.
배우는 능력 자체는 하드웨어에 기본 탑재된
선천적 운영체제이지만,
배운 것을 응용하고,
새로운 걸 만드는 능력은 모두
후천적으로 길러진 응용프로그램이다.
인지심리학자들이 자주 하는 말처럼
인간은 후천적으로 배울 수 있지만,
배울 수 있는 능력 자체는 누구에게도 배우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모든 것을 배우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기서도 컴퓨터의 비유가 적절하다.
컴퓨터는 컴퓨터의 성능 안에서 배울 수 있고,
저장 용량 안에서 학습할 수 있다.
하드웨어의 한계 안에서만 학습할 수 있는 것이 컴퓨터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하드웨어와 기본 운영체제의 성능 안에서만 학습할 수 있다.
인간은 스스로의 힘으로는 하늘을 날 수 없다.
인간은 스스로의 힘으로는 물 속에서 살 수 없고,
우주에서도 살 수 없다.
이런 것들은 연습한다고 되지 않고, 훈련한다고 되지 않는다.
또한 기계를 무리하게 쓰면, 열이 나고, 더 심하면 고장이 나듯이
인간의 뇌와 신체라는 하드웨어를 한계 이상으로 무리하게 쓰면,
열도 나고, 고장도 난다.
후천적 사고로 인해 장애가 발생하는 것도 신체나 뇌에 가해진
충격이 한도를 초과했기 때문 아니던가.
심지어 컴퓨터의 기본 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의 호환성이
응용프로그램의 효율성(속도와 정확도)에 영향을 미치듯
인간 뇌의 선천적 시스템과 후천적으로 학습하려는 것 사이의 호환성은
인간의 학습 효율성에 영향을 미친다.
호환성이 높으면 학습이 빠르고 정확하게 이루어지지만,
호환성이 낮으면 학습이 느리고 부정확하게 이루어진다.
대표적인 것이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눈 앞에 있는 음식을 먹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학습하는 부분이다.
우리 뇌의 기본 시스템은 눈 앞에 있는 음식은 먹으라고 명령한다.
그런데 영양과다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살을 빼고 건강을 유지하려면
눈 앞에 음식이 있더라도 참아야 함을 학습해야 한다.
호환이 떨어진다.
인간은 뭔가 먹어야 한다는 것은 금방 학습할 수 있다.
그러나 먹지 말아야 하는 것에 대한 학습은 어렵다.
다이어트가 늘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영양제를 먹고, 비타민을 먹는 것은 금방 학습한다.
그러나 당뇨병으로 식단조절을 해야 하는 사람처럼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을 골라내는 것은 잘 학습이 안 된다.
그래서 모델들처럼 다이어트 꾸준히 해야하는 사람들은
다이어트에 성공하기 위해 먹지 않는 방법을 쓰지 않는다.
먹는데, 보통과 다르게 먹는다.
라면에서 스프를 반만 넣거나,
치킨에서 튀겨진 비계부분을 벗기고 먹는 것과 같은 방법을 쓴다.
그리고 운동을 꾸준히 한다.
먹지 않는 것을 학습하는 것은
효율이 너무 떨어지고,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니,
건강하게 먹는 법을 학습하는 것이다.
외국어를 학습하는 것도 그렇다.
외국어를 책을 읽으면서 학습하거나,
도서관에 앉아서 학습하는 것은 가장 효율이 떨어진다.
리딩 혹은 리스닝 시험을 보면서 외국어를 학습하는 것도
효율이 떨어지긴 마찬가지다.
외국어는 계속 말을 해보고, 글을 써보면서
학습해야 한다.
말을 해봐야 듣기가 되고,
글을 써봐야 독해가 된다.
우리 뇌의 언어 학습 시스템이 그렇다.
우리 뇌의 언어 학습 시스템은 말하면서 들리도록
쓰면서 읽히도록 되어 있지,
반대로 되어 있지 않다.
문법을 알기 전에 모국어를 말하고,
쓸 줄 알게 되는 것처럼
외국어도 문법을 알기 전에 말하고,
쓸 줄 알게 되어야 한다.
반대로 하면 호환성이 떨어져서 학습이 잘 안 된다.
뇌를 이해하자.
뇌를 이해하고, 학습과 자기계발의 작전을 다시 짜보자.
뛰어난 사람들은 타고난 것이 아니다.
뇌를 이해하고, 뇌의 흐름에 맞는 공부를 했을 뿐이다.
여러분도 할 수 있다.
*참고문헌
King, J. M. (1997). Brain Function Research: Guideposts for Brain-Compatible Teaching and Learning. Journal of General Education, 46(4), 276-288.
Jensen, E. (Ed.). (2004). Brain-compatible strategies. Corwin Press.
*표지 그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