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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Sep 23. 2020

지능 검사 점수는 지능이 아니다

지능 점수 신화에서 벗어나라, 지능의 실체를 측정하는 도구는 없다

공교육을 받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 해보게 되는 것이 지능검사다. IQ 테스트라고 말하는 것이 입에 더 착착 붙을 수 있다. 이 검사를 하고 결과가 나오면, 친구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나온다. '너 IQ 몇이야?' 어떤 친구는 이렇게 대답한다.


"나 135"


간단명료하고 약간의 오만함이 섞여있는 대답에 주변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오~ 저거 높은 거 아니냐?" 대답한 친구는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한다.


바로 이 순간 IQ 135인 친구 옆에는 안절부절 못하는 다른 친구가 앉아 있다. 제발 나에게는 IQ를 물어보지 말아 달라는 표정이다. 그러나 이 질문을 피해 갈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눈치가 없는 건지, 그런 척하는 건지 반드시 물어보는 녀석이 있다.


연기실력이 떨어지고, 안절부절 못하던 친구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나는 '90' 나왔는데..."


그 친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웃음 바다가 된다. 비아냥 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IQ 두 자리네! 돌고래 아니냐?"


이 상황을 지켜보던 나는 사실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고? 안절부절 못하면서 IQ 90을 받았던 그 친구가 사실 반 1등이고, 전교 석차에서도 5등 안에 드는 친구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전국 모의고사에서도 1등급에 들어가는 친구다. 오히려 다소 오만하게 자신의 IQ 135를 자랑하던 친구는 반에서도 평범한 성적이고, 전교에서도 그냥 중간쯤에 드는 친구다. 전국에서도 중위권이다. IQ 검사 이후에도 이러한 실제 성적은 달라지지 않았다.


도대체 뭘까? IQ 점수가 인간의 지능을 측정하는 제대로 된 도구가 맞나? 그러면, 이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당신은 어떤가? 표준화된 평균 점수가 '100'이고, 표준편차가 ±15(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85~115는 모두 평균 IQ 범위에 있으므로 그냥 IQ 100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한 해석이다)인 IQ에서 몇 점이나 받았는가? 115? 130? 145? 평균보다 높은 IQ를 받은 후 기분이 좋았는가? 그래서? 지금 그 IQ에 어울리는 평균보다 높은 삶을 살고 있는가? 아니면, 자신보다 IQ 점수가 낮았던 사람들보다도 못한 삶을 살고 있는가?


반대로 IQ 90? 85? 평균보다 낮은 IQ를 받은 후 기분이 나빴는가?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기분이 나쁜가? 아니면 IQ 따위 숫자에 불과하다면서 자신보다 높은 IQ 점수를 받은 사람들보다 훨씬 훌륭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가? 아마 그럴 것이다.


IQ점수와 실제 삶의 점수에 제법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예는 이것이다.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엄마들이 '우리 애가 참 똑똑한 아이인데(IQ가 높게 나왔었다는 뜻), 공부를 안 해요'라는 말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제가 우리 아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고요(객관적이라는 뜻이다), 주변에서 우리 아이는 정말 총명한 아이(역시 IQ가 높게 나왔었다는 뜻)라고 했는데, 얘가 공부를 안 해서 성적이 안 나와요.' 


이렇게 생각하시는 이 땅의 어머니들께 한 마디 해드리고 싶다.


"아~ 예~ 그러세요~ 그게 실력이에요. 그렇게 공부 안 해서 성적 나쁜 게 그 아이의 진짜 지능이에요. IQ 점수는 진짜 지능이 아니에요. 진짜 지능은 결과로만 나타나요. 나중에 성공하는지 아닌지로만 판단할 수 있어요~ 현존하는 지능검사들은 인간의 진짜 지능을 측정하는 검사가 아니거든요!!!"


당신은 IQ를 뭐라고 생각해 왔는가? 진짜 지능이라고 생각해왔다면 이제 환상에서 벗어나자. 착각의 자유지만, 착각 속에서만 살 수는 없지 않은가.


IQ는 그 시작에서부터 진짜 지능을 측정하는 검사가 아니었다. IQ 검사는 공교육을 따라 갈 수 있는 아이와 공교육을 따라 가기 어려운 아이를 구분하는 용도로 개발된 것이고, 지금도 여전히 그 용도로 사용되고 있을 뿐이지, 진짜 지능이 아니다. 1881년 공교육 법안(의무교육 법안)을 통과시킨 프랑스 정부가 알프레도 비네(Alfred Binet)에게 의뢰하여 언어 능력과 수리 능력이 너무 낮아 보편교육을 받기 어려운 아이들을 걸러내기 위해 만들어진 검사가 지능 검사의 실체다[1].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능 검사는 IQ 145 이상(3표준편차 이상)인 사람들을 멘사에 가입시키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IQ 검사는 70 이하(2표준편차 이하)인 사람들에게 특수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고, 그렇게 사용되면 자기 목적을 다한 것이다.


과연 인간의 지능이 IQ 검사에서 다루는 언어 능력, 추리 능력, 수학 능력 등으로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는 것 같은가? 인간의 지능은 그렇게 단순하게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현존하는 검사 중에는 인간의 지능을 제대로 측정할 수 있는 도구는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만들기가 힘들 것이다. 인간의 지능이라는 것은 매우 복합적인 요소이고, 그 복합적인 요소들 간의 균형이 중요한데, 그 균형을 수치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언어능력, 추론능력, 운동능력, 감각을 해석하는 능력(맛을 분별하는 사람 혹은 와인 감별사처럼), 끈기(인내심, 참을성, 불굴의 의지), 집중력(몰입), 사회규범에 적응하는 능력, 환경을 통제하는 능력,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능력,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는 것처럼) 등등이 모두 지능을 구성하는 요소이고,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진 것이 지능인데, 실제로 이 모든 것을 측정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지능 검사를 개발했던 프랑스 정부와 알프레도 비네는 공교육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선별하는 용도로만 검사를 개발하여 사용했던 것이다.


비네가 수행한 연구의 제목도 이를 보여준다.


"정상보다 낮은 지능-subnormals-을 가진 아이들을 진단하는 방법(New methods for the diagnosis of the intellectual level of subnormals)"


지능 검사는 이게 전부다. 정상보다 언어지능과 수리지능이 낮아 언어와 수학능력 위주로 진행되는 공교육을 따라가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다른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이루어진 검사가 곧 IQ 검사다.


지능 검사 점수가 높다고? 그래서?

지능 검사 점수가 낮다고? 그래서?


그건 그냥 숫자에 불과하다. 공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면 끝이다. 다 똑같다. 그냥 자기 하기 나름이다. 오직 그 사람이 평생에 걸쳐 공동체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평생에 걸쳐 어떤 업적을 쌓았는지라는 결과만이 그 사람의 진짜 지능을 보여준다.


지능 검사 점수라는 신화에서 벗어나자.


지능 검사 점수는 지능이 아니다.


[1] Binet, A., & Simon, T. (1916). New methods for the diagnosis of the intellectual level of subnormals. (L'Année Psych., 1905, pp. 191-244). In A. Binet, T. Simon & E. S. Kite (Trans.), The development of intelligence in children (The Binet-Simon Scale) (p. 37–90). Williams & Wilkins Co. https://doi.org/10.1037/11069-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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