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국희 Oct 28. 2020

일만 시간의 법칙과 지능

뉴런의 발달과 지능의 발달

말콤 그래드웰(Malcolm Gladwell)은《아웃라이어》라는 책으로 스타가 된 작가다. 그리고 별거 없어 보이는 많은 내용들을 관통하면서 그를 스타의 반열에 올려놓은 개념이 바로 '일만 시간의 법칙'이다[1].


그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어떤 전문분야가 요구하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일만 시간(10,000 hours) 이상 노력하거나 경험을 축적했음에도 불구하고, 때를 얻지 못해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을지 몰라도, 일만 시간 이상 노력하거나 경험을 축적하지 못했는데, 성공하는 경우는 없다."


이 말은 '내가 추구하는 전문분야가 요구하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일만 시간 이상 노력하거나 경험을 쌓는 것은 그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라는 의미를 가진다.


말콤 그래드웰의 이 도발적인 주장은 단순한 주장이 아니다. 다양한 전문 분야의 수많은 사람들을 조사한 결과로 얻어진 일종의 연구 결과다. 그렇기에 더 영향력이 강했고, 이를 찬성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 간의 첨예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럼 이쯤에서 필자의 의견은 무엇인지 궁금해 할 수 있는 독자들을 위해 내 의견을 밝혀야겠다. 나는 일만 시간의 법칙에 찬성한다. 나는 일만 시간의 법칙이 진정한 성공의 법칙이라고 믿는다. 그럼 내가 일만 시간의 법칙을 믿는 이유를 소개하겠다.


첫 번째 이유는 다소 인문학적이다. 쉽게 말해 끝이 좋아야 모든 게 좋은 것이며, 우연히 몇몇 성공했다고 성공이 아니다. 이 세상에는 일만 시간을 달성하지 못하고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런 사람들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리고 반짝 스타는 성공한 사람이 아니다. 평생 자신의 분야에서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2~3년 정도 반짝했다가 사라지는 스포츠 선수, 예술가, 연예인, 연기자, 유투브 크리에이터 등등 반짝 성공은 성공이 아니다. 이들은 그저 운이 좋아서 잠깐 성공 비슷한 것을 맛보았지만, 진정으로 그 분야에서 평생 살아남는 사람이 되려면 일만 시간 법칙을 초월할 수 없다는 걸 절실히 느끼게 될 것이다.


고장 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정확하게 맞는다. 득점력이 없던 농구 선수도 한 경기에서는 우연히 뛰어난 슈터가 될 수 있다. 그다음 날이 되면, 그 마법이 사라진다는 문제가 있을 뿐이다. 타율이 1할 대인 야구 타자도 어떤 날은 5할 대 타자가 될 수 있다. 그다음 날이면, 다시 1할 대 타자가 된다는 문제가 있을 뿐이다. 우연히 몇 번 성공한 것을 가지고 성공했다고 보긴 어렵다. 그것이 진짜 성공이라면, 당신 평생에 그러한 성공을 이루어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에 웃어야 진정한 승자다!


두 번째 이유는 과학적이다. 일만 시간을 달성한 사람들과 달성하지 못한 사람들은 뇌가 다르고, 그 결과로써의 지능이 다르다![2] 우리 뇌의 뉴런에는 수초(Myelin)라 불리는 영역이 있다. 수초는 정보처리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데, 간략히 말하자면, 정보를 한 부분에서 다른 부분으로 순간이동(워프)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게 무슨 공상과학 우주소설같은 이야기인가 싶을 수도 있지만, 사실이다. 공상과학 소설이나 만화에서 우주선이 한 은하에서 다른 은하로 순간이동하듯이, 판타지 만화에서 인간이 순간이동하듯이, 우리 뇌에서는 정보의 순간이동이 일어나고, 그것이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미엘린, 수초다.


그리고 이 수초는 고정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더 발전할 수 있다. 물론 개인마다 발전할 수 있는 최대 크기가 있긴 하지만, 그 크기가 도달할 때까지는 계속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수초가 커지면, 한 번에 이동시킬 수 있는 정보의 량이 증가한다는 뜻이며, 이렇게 한 번에 이동시킬 수 있는 정보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어떤 사람의 일처리가 빠르고 정확해진다는 의미이기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2차선 국도가 8차선 고속도로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럼 한 개인의 수초가 최대 크기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별것이 없다. 내가 도전하고 있는 분야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지식을 쌓기 위해 노력하며, 필요한 경험을 축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얼마나 해야 하냐고? 설마? 그거? 그 설마가 맞다. 바로 1만 시간이다! 우리 수초가 커질 수 있는 최대 크기가 되고, 인간의 뉴런 하나하나가 완벽한 기능을 발휘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바로 1만 시간이다! 물론 어영부영 1만 시간이라는 말은 아니다. 어떤 과업에 집중해서 보내는 1만 시간이 바로 우리 뇌의 뉴런, 그중에서도 수초를 완벽하게 만든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1만 시간을 달성하면, 뉴런의 수가 엄청나게 증가하고, 뉴런들 간의 연결도 어마어마하게 늘어난다. 뉴런이 늘어난다는 것은 습득한 정보가 늘어난다고 해석할 수 있고, 뉴런들 간의 연결이 증가하는 것은 정보들 간의 연결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 정보들 간의 연결이 늘어난다는 건 뭘까? 바로 연상작용이 더 원활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하나를 떠올렸을 때, 하나를 연상시키던 사람이 일만 시간을 달성하는 순간, 하나를 떠올리면, 열개가 생각나는 사람으로 변신한다. 하나를 배우면, 열을 깨닫는다는 속담이 적용되는 사람은 바로 이런 사람이다.


하나를 배우면, 열을 깨우치는 사람을 다르게 표현할 순 없냐고? 있다. 바로 창의적인 사람이다. 창의성 혹은 창의적 문제해결이라는 것은 연상작용의 범위에서 결정된다. 연상작용의 범위가 좁은 사람은 창의성이 떨어지는 것이고, 연상작용의 범위가 넓은 사람은 창의성이 높은 것이다. 창의성은 유전이 아니다. 창의성은 공부를 많이 해서, 뉴런들 간의 연결이 충분히 많아진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결과물이다. 교육방법을 창의적 학습법으로 바꾼다고 창의성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창의성은 우리 뇌에서 연상작용의 범위가 넓어져야 나타난다! 사람의 내공이 쌓여야 창의성이 나오는 것이지, 교육방식 바꾼다고 창의성이 없던 창의성이 생기진 않는다.


그리고 이렇게 일만 시간을 달성해서 정보처리가 빠르고 정확해진 사람, 일처리가 빠르고 정확해진 사람, 같은 시간에 남들보다 더 많은 일을 하면서도 그 일 하나하나의 질이 더 좋고, 심지어 창의성이 있는 사람을 뭐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런 사람이 바로 지능이 높은 사람이다!


지능은 지능검사 점수가 아니다. 지능이 지능검사 점수라면 성공을 예측해야 하는데, 그런 점수는 인간의 성공의 절반도 예측할 수 없으니 말이다. 지능은 반짝 성공이 아니다. 그게 진짜 지능이라면, 평생 그 성공이 이어져야 할 텐데, 반짝 성공이라는 것은 우연이라는 말이기 때문이다. 지능은 꾸준히 평생 성공하는 사람이 가진 능력들의 집합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1만 시간 이상 그 분야의 전문 지식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1만 시간 이상 그 분야에서 뭔가 깨달음을 얻기 위한 지식과 경험을 축적했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사람들에게는 뇌에 변화가 나타난다. 뉴런이 많아지고, 뉴런 하나하나가 더 완벽해지며, 뉴런들 간의 연결이 더 풍성해져서 연상 작용의 범위가 넓어진다.


이것이 진짜 지능이고, 이것이 성공의 최소 조건이다.


일만 시간의 노력 없이 성공했다면, 자만하지 말라.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지만,

모래 위에 쌓은 집은 금방 무너질 것이니까.


[1] Gladwell, M. (2008). Outliers: The story of success. New York, NY, US: Little, Brown and Co.


[2] Miall, C. (2013). 10,000 hours to perfection. Nature Neuroscience, 16(9), 1168-1170.

이전 06화 지능 검사 점수는 지능이 아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