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정과 결과
일인당 국민소득으로 인간의 행복을 측정할 수 있을까?
일인당 국민소득이 높아진다고 해서 인간의 주관적 행복도 증가하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추구하던 사람들이 모여 2012년부터 발간하고 있는 것이 바로 세계행복보고서이다.
세계행복보고서는 15세 이상의 전 세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크게 7가지 요소를 측정한다. 측정은 갤럽(Gallup World Poll, GWP)이 담당하고 있으며, 측정 결과는 UN이 종합하여 국가와 대륙별, 그리고 특수한 연구목적에 따라 분석한다.
첫 번째는 삶의 만족도(Cantril Ladder)다. 0-10으로 측정하는데, 0점으로 갈수록 최악의 삶이고, 10점으로 갈수록 최상의 삶이다. 당신도 해볼 수 있다. "최근 1년 간 당신의 삶을 사다리(Ladder)의 높이에 비유하자면, 어느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까? 사다리의 꼭대기는 10점으로 최상의 삶이고, 사다리의 가장 아래는 0점으로 최악의 삶입니다."
두 번째는 일인당 국민소득(GDP per capita이다. 2020년 보고서에는 2019년 6월 4일에 업데이트된 객관적 데이터가 사용되었다.
세 번째는 사회적 지지(Social support)다. 사회적 지지는 "당신이 위기나 곤경에 처했을 때, 언제든지 당신을 도와줄 수 있는 가족, 친척, 친구가 있습니까?(If you were in trouble, do you have relatives or friends you can count on to help you whenever you need them, or not?)"라는 질문에 네(숫자 1로 코딩됨), 아니오(숫자 0으로 코딩됨)로 답변함으로써 측정된다.
네 번째는 신체적, 정신적 건강 유지할 수 있는 최대연령(Healthy life expectancy at birth)이다. 이것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신체적, 정신적 질병으로 고통받지 않으면서 살 수 있는 최대 연령을 의미한다. 이 데이터는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가 제공하고 있다.
다섯 번째는 자율성(Freedom to make life choices)이다. 이는 "당신은 당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어 있습니까?(Are you satisfied or dissatisfied with your freedom to choose what you do with your life?)"라는 질문에 네(숫자 1로 코딩됨), 아니오(숫자 0으로 코딩됨)로 답변함으로써 측정된다.
여섯 번째는 관대함(Generosity)이다. 이는 "당신은 지난 달에 자선을 목적으로 기부한 적이 있습니까?(Have you donated money to a charity in the past month?)"라는 질문에 네(숫자 1로 코딩됨), 아니오(숫자 0으로 코딩됨)로 답변함으로써 측정된다.
일곱 번째는 정부나 기업의 부패수준 지각(Perceptions of corruption)이다. 이는 "정부 부패가 만연해 있습니까?(Is corruption widespread throughout the government or not?)라는 질문과 기업 부패가 만연해 있습니까?(Is corruption widespread within businesses or not?)라는 질문에 네(숫자 1로 코딩됨), 아니오(숫자 0으로 코딩됨)로 답변함으로써 측정된다.
이 일곱 가지 요소에 대한 측정을 마치면, 분석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가장 대표적인 분석 중 하나는 바로 국가별 삶의 만족도 점수를 구한 후, 이 삶의 만족도 점수가 다른 여서 가지 요소들과 얼마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도출되는 것이 위와 같은 순위다. 국가명 옆에 괄호 안에 들어 있는 숫자가 10점 만점으로 측정한 삶의 만족도 점수이고, 그 옆의 그래프는 나머지 요소들이 삶의 만족도 점수와 얼마나 관련성이 있는지 표시해둔 것이다. 보면 알겠지만, 일인당 국민소득도 행복과 관련이 있지만, 사회적 지지도 그 이상으로 행복과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최대수명, 선택의 자율성, 관대함(기부), 부패 정도도 행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 나타나 있다.
한국은 이번 행복보고서에서 행복점수 5.872로 61위에 랭크되었다. 작년보다 일곱 계단 하락하긴 했지만(작년엔 54위, 행복점수 5.895), 153개국 중 61위니 나쁘지 않은 순위다.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지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최대수명, 사회적 지지, 선택의 자율성 등이 행복이 미치는 영향력이 일인당 국민소득 못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끝으로 하위권 국가들을 보면 일인당 국민소득의 영향력이 상위권 국가나 하위권 국가보다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을 보고 혹시 일인당 국민소득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국가 전체의 경제력이 너무 낮기 때문에 경제력 자체가 미치는 영향력이 없는 것처럼 보일 뿐이지 경제력이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국민 전체가 빈곤층이고, 이에 따라 소득 격차라고 부를 수 있는 현상이 없기 때문에, 경제력의 영향력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를 경제력의 영향력이 없다고 해석해서는 안된다. 데이터는 해석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한다.
*World Happiness Report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