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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May 12. 2021

코로나-19의 지속과 연령대별 행복

30-50대 걱정 증가, 10-20대 생활 만족과 삶의 가치 인식 감소

지난 편에는 코로나-19의 지속이 남녀의 행복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이번 편에서는 코로나-19가 연령대별 행복에 미친 효과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측정 방법 등은 지난 편에 기술되어 있으니 여기서는 생략하고 바로 결론으로 들어가 보자.


*출처: 《2021 세계행복보고서》


먼저 쾌락적 웰빙(Hedonic Wellbeing)에 속한 긍정 정서(Happiness)와 부정 정서(Anxiety, 걱정/근심)에 대한 결과이다. 긍정 정서(Happiness) 그래프에 나타나 있는 것처럼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이 이루어진 2019년 4분기에서 2020년 1분기까지 30-59세(30대, 40대, 50대)와 60대 이상의 연령층에서는 급격한 긍정 정서의 저하가 일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30대 미만(10대, 20대)은 긍정 정서가 감소하지 않았다. 같은 맥락에서 2019년 4분기부터 2020년 1분기까지 30-59세(30대, 40대, 50대)와 60대 이상의 연령층에서는 급격한 부정 정서의(걱정, 근심) 증가가 일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다. 어느 나라든 30-59세는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30-59세의 생계 고민(생계 걱정)이 커졌고, 그에 따라 급격한 긍정 정서 저하와 부정 정서 증가가 나타난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30대 미만(10대, 20대)은 부정 정서가 증가하지 않았다. 심지어 30대 이상의 연령층의 경우 2020년 1분기부터 2020년 2분기까지도 부정 정서가 더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같은 기간 동안 10대와 20대는 부정 정서가 증가하지 않았다. 희소식은 이렇게 감소하던 30대 이상 연령층의 긍정 정서가 2020년 2분기 이후에는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증가하던 30대 이상 연령층의 부정 정서가 2020년 2분 이후로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 현상은 쾌락적인 웰빙이 결국 설정점으로 돌아온다는 설정점 이론(set point theory)에 부합한다.


이러한 연령대별 차이는 연령대에 따라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능력에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즉 새로운 상황에 대한 10대, 20대의 적응력이 30대 이상의 연령대에 비해 우수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따라 30대 이상의 연령대에서 나타난 긍정 정서 감소와 부정 정서 증가가 30대 미만의 연령대에서는 나타나지 않았을 수 있다. 다른 말로 하면 30대 이상의 연령대에게 있어 코로나-19로 인해 안정적이던 생활 패턴을 바꾸는 것은 견디기 힘들 만큼 큰 고통이었을 수 있지만, 10대와 20대에게는 이렇게 안정적이던 생활 패턴을 바꾸는 일을 그렇게 큰일이 아니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20대 미만도 힘들었을 텐데 상대적인 차이를 말한 것이니 오해 없길 바란다. 그래도 기분이 상했다면, 미리 사과한다. 미안하다). 연구를 해봐야겠지만, 30대 이상의 연령층이 20대 이하의 연령층보다 유연하게 조정하기 어려운 고정적인 생활패턴을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20대 미만의 연령층도 학교 가고, 집에 오는 등의 고정적인 생활패턴이 있지만, 30대 이상의 직장인보다는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출처: 《2021 세계행복보고서》


이제 보다 포괄적인 개념에서의 행복이자, 진정한 의미에서의 행복이라고 볼 수 있는 인지적 웰빙(Cognitive Wellbeing)에 대한 연령대별 변화를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코로나-19가 인지적 웰빙 차원에서 일으킨 연령대별 변화는 쾌락적 웰빙 차원의 변화와 완전 딴판이라는 것이다. 이래서 일시적이고, 순간적인 정서적 변화를 지칭하는 쾌락적 행복은 진정한 의미에서 행복이라고 보기 어렵다. 일시적으로 즐겁다고 해서 그 사람의 삶의 질이 높은 것은 아니고, 일시적으로 힘들다고 해서 그 사람의 삶의 질이 나쁜 것이 아닌 것이다. 일시적으로 긍정 정서를 경험하거나 부정 정서를 경험하는 것보다 그것에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더 중요하고, 궁극적으로 내 삶을 가능성과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삶으로 가꾸어가는지 아닌지가 중요하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인지적 웰빙이 코로나-19 이후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보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30-59세(30대, 40대, 50대)의 생활 만족도와 삶의 가치 인식은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긍정 정서가 크게 감소하고, 부정 정서가 크게 증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래서 긍정 정서나 부정 정서 자체가 인간의 행복이라고 규정하기는 어렵다. 부정 정서가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생활 만족도와 삶의 가치나 의미에 대한 인식은 큰 변화가 없을 수 있다.


인지적 웰빙 측면에서 다음으로 눈에 띄는 점은 코로나-19 이후로 10대, 20대, 60대 이상의 생활 만족도와 삶의 가치 인식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는 것이다. 특히 10대와 20대는 쾌락적 웰빙 점수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인지적 웰빙 점수에 있어서는 지속적인 하락을 보이고 있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10-20대들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하루하루가 축적된 전체적인 삶의 측면에서는 만족하지 못하고, 별 가치가 없는 삶을 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30-50대는 하루하루 힘들지만, 전체적인 삶의 측면에서는 만족도가 높고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60대 이상의 연령층도 10-20대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이후 생활에서 만족감을 느끼기 어려워졌고, 삶의 가치나 의미를 인식하기 힘들어졌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60대 이상 연령층이 할 수 있는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60대 이상이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감소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또한 60대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되었을 때 사망으로 이어질 확률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60대 스스로 외부활동을 자제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인간의 기본 욕구 중 하나인 관계성의 욕구와 소속감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게 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반면 30-50대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생업을 이어가면서 유능감을 느끼고, 공동체에 기여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 외부활동을 이어가면서 관계성의 욕구와 소속감의 욕구도 어느 정도 충족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30대, 40대, 50대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기본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활동들을 지속할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생활 만족도와 삶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보존할 수 있었다고 풀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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