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독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느낌이다. 방바닥과 화장실에 떨어져 있는 머리카락을 주울 때면 그 양이 확실히 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류마티스 약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일주일 전 머리 염색을 한 이유도 클 것 같다. 부쩍 흰머리가 많아 보여 집에서 혼자 염색을 했는데 생각보다 염색은 잘 됐는데 그 이후로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다. 염색을 하면 주로 집에서 하는데 그 이유는 가급적 두피쪽에 염색약을 바르지 않기 위해서다. 몸이 안 좋다 보니 몸에 조금이라도 화학 성분을 적게 사용하고 싶어서이다. 아마도 시간이 조금 더 흘러 염색약 기운이 조금 더 빠지면 머리카락이 덜 빠질 것이다.
설 연휴 이후로 봉침을 맞으러 가지 않았다. 눈도 계속 내렸고 바람이 너무 세차게 불어서 집 근처에 있는 한의원에 가서 도침을 맞았다. 손가락이 부었다 가라앉기를 반복하면서 손가락 유착이 생겨 달라붙은 부분을 침으로 떼어냈다. 피가 손바닥만큼 흘러내렸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손가락이 조금이라도 부드러워진다면 견딜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덕분에 손가락 구부리는 일이 조금 더 자연스러워졌지만 아직 오른쪽 가운뎃손가락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도침은 맞은 지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 가장 효과가 좋은데, 목요일쯤 부디 손가락이 지금보다 더 편안해졌으면 좋겠다.
이번 겨울엔 눈이 많이 내렸다. 어제 아침에도 일어나 거실 창문을 열어보니 데크에 살짝 눈이 내려 있었다. 내일 다시 눈이 더 내릴 예정이라고 하는데 이제 그만 내렸으면 좋겠다. 아직도 길이 미끄러운 곳이 많고, 이렇게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면 올해 여름도 작년처럼 폭우가 쏟아질까봐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1년에 내릴 비와 눈의 양이 필요한 만큼 적절하게 내리면 좋으련만 세상의 일이란 것이 그렇게 늘 우리가 원하는 식으로 다가오는 법이 없다. 아직도 운동장엔 눈이 한가득이다. 그래도 이제 곧 3월이 되면 봄이 찾아와 눈은 흔적 없이 사라질 테고 올해 겨울이 다가올 때쯤이면 다시 첫눈 오기를 기다릴 것이다.
지난주, 선생님들의 발령 소식이 있었고, 어제는 송별식이었다. 아이들이 점점 줄어들면서 이동하는 선생님들의 숫자도 늘었다. 아쉽지만 선생님들의 이동은 늘 익숙한 것이 되어 버렸다. 누군가는 떠나가고, 누군가는 자리를 지키는 식의 이동이 매년 이루어진다. 한 학교에 5년 이상 있지 못하는 관계로 어디서든 새로운 업무를 익숙하게 해내야 하는 부담감과 함께 이 시기가 되면 새로운 학교와 새로운 선생님, 그리고 새로 만나는 아이들 모든 것이 낯설다.
오늘도 3년 전, 나와 함께 이 학교로 발령받은 선생님이 짐을 정리하셨다. 나보다 먼저 온 선생님 세 분도 이동을 하셔야 한다. 짐을 정리하시는 동안, 남아 있는 사람들의 마음도 왠지 모르게 싱숭생숭하다. 3월이 되어 아이들이 오기 전에 업무 분장과 담임 선택, 그리고 수업 시간표가 준비되어야 한다. 항상 새로운 시작은 그런 식이다. 누구나 어색한 시간이지만, 일주일이면 마치 예전부터 알았던 사이처럼 익숙한 듯 자리를 잡아간다. 참 다행스런 일이다.
지금은 마음이 어수선한 시간이지만, 시간이 흐르고 한 개씩 일을 해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익숙한 일들로 다가올 것이고 다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내가 맡은 일을 하면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잘 안다. 건강이 허락되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출근하면서 알람 소리에 조금 더 누워 있고 싶다는 생각이 스쳤지만, 나도 모르게 스트레칭을 하고 아침 준비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일인지 알기에 기분 좋게 일어날 수 있었다. 스트레칭을 하고, 3.3.6호흡을 했다. 3초 들이쉬고 3초간 멈췄다가 6초 동안 천천히 내뱉었다. 천천히 날숨을 하면서 몸에 남아있는 긴장을 풀었다. 호흡에 집중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나를 신뢰하는 힘이 커졌다. 나를 믿고 하루를 살아갈 수 있겠다 싶었다.
이제 내일이면 새로운 선생님들과 함께 새로운 학기 계획을 세운다. 올해는 선생님들이 작년보다 적은 이유로 업무를 더 맡게 되었지만, 잘 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 있으니 기분 좋게 잘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야겠다.
2주 후면 3개월 전에 처방받은 류마티스 약을 다 먹고 정기검진을 가야 한다. 부디 좋은 결과가 있기를, 그리고 그전에 손가락들이 더 많이 가라앉기를, 그리고 오늘도 모두가 편안하게 잠들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