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을 꽉 채워 미술학원에서 일을 했었다. 정직원은 아니고 보조 강사라는 이름을 단 아르바이트였지만 20대 초반 꼬박 그 일을 했던 이유에 상당 부분이 학생들 때문이었다.
수업은 아이들이 방학 기간이 아닌 이상 대부분 오후 6시에 시작해 10시에 끝이 났다.
4시간 동안 아이들 뒤로 돌아다니며 그림을 관찰하고, 수정할 사항을 피드백해주는 게 주 업무이다.
짧지 않은 시간을 대부분 서있는 만큼 발이 바쁜 업무지만 그만큼 바쁜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입이다.
보통 학교에서 바로 학원으로 오는 탓에 저녁을 대충 때우거나 거르는 아이들 책상에는 항상 주전부리가 놓여 있다.
그나마 포만감이 드는 스무디나 버블티라던지, 손에 묻히지 않고 먹기 좋은 젤리라던지. 어떤 아이들은 도구를 넣어두는 사물함 한편에 간식 상자가 따로 마련되어 있기도 하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수업이 시작하고, 끝이 난다. 퇴근 준비를 위해 입고 있던 앞치마를 정리하다 볼록한 앞치마 앞 주머니를 발견한다.
그곳엔 마이쮸, 청포도 알사탕, 와우 껌 등 참 알록달록하기도 한 주전부리들이 들어있다.
이것들이 어떻게 여기로 왔냐 하면..
수업을 하다 보면 더 자세한 피드백을 위해 아이 옆에 앉아서 직접 그림 시범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는데, 한참 소소한 수다를 떨어가며 시범을 보던 아이는 문득 자기 책상에 놓아둔 간식을 준다. 쌤 이거 드실래요? 하며.
혹은 질문을 하려고 부른 줄 알고 가보면 손에 한두 개씩 쥐어주기도 한다.
어떤 날은 아이가 준 사탕 한 개가 맛있다고 했을 뿐인데 다음 날 그 사탕 한 봉지를 사 온 적도 있다.
그렇게 수업 동안 받은 간식들을 하나 둘 주머니에 넣어 놓다 보면 퇴근할 때 볼록한 사탕 동산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그걸 보고 있자면 맘이 괜히 몽실몽실 간지러워진다. 코 묻은 돈으로 샀을, 본인들의 저녁 겸사인 간식을 나눠주는 예쁜 맘이 보여서 그렇다.
그 마음들을 손에 꼭 쥐고 퇴근하곤 했던 나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