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봄 Nov 29. 2022

3:36:04

아무래도 도중에 까무룩 잠이 들었나 보다.

침대 옆 간접 조명도, 아이패드 속 랜덤 재생 플레이리스트도, 연결된 전화 화면도 그대로 켜져 있는 걸로 보아.

풋잠을 깨어 주위를 둘러보니 스피커폰으로 해 둔 전화기를 통해 그 애의 쌕쌕이는 숨소리가 아스라이 건너온다. 누가 먼저 잠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게 누구든 간에 전화는 끊기지 않고 몇 시간 째 여전히 연결되어 있다.

한 명은 친구들과 한 집에 모여 축구를 본다며,

한 명은 하루뿐인 휴일을 이렇게 쉽게 날릴 수는 없다며,

각자의 사유로 가뿐히 하루를 보내주지 못한 탓에 새벽 3시경에 걸게 된 전화이다.

흐르고 있는 연결 시간이 3시간쯤 되어가니 지금은 6시 정도려나.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가 뭐였더라.

내가 무어라 말을 하자 그 애가 짠순이네- 핀잔을 줬고, 응 맞아 나 짠순이야, 그렇게 답을 했던 것까지 기억이 난다.

그 이전의 대화들 역시

며칠 간의 안부와

어색하지 않은 말 이음 사이의 정적과

알맹이 없는 내용들이 반복되었었고. 언제나 비슷한 흐름으로 이어지는 전화는 과하게 간지럽지 않아 즐거웠다.


이불 속이 유난히 따듯하고, 노곤했던 밤이었다.


무슨 꿈이라도 꾼 건지 아주 가끔씩 신음 소리가 들려온다. 침대가 아닌 곳에서 잠든 것 같은데 뒤척이다가 어디 부딪히기라도 한 걸까. 핸드폰의 거리 탓인지 쉽게 담기지 않는 숨소리가 못내 아쉽다.

새하얀 적막이 어색해 평소에도 백색 소음 asmr을 틀어 놓는 나는 그날 새벽의 적막 속에서 전화와 함께 다시 잠에 들었던 것 같다.

부러 전화를 끊지 않고 반복되는 호흡을 배경음 삼아 그렇게 못다 한 잠을 청했다. 고요해야 할 새벽이 그날은 외롭지 않았다.


혼자지만 혼자가 아닌 밤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 집 안방엔 화가의 작업실이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