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의 추억은 대부분 걷는 거다. 뉴욕 센트럴파크 공원부터 금융거리인 월스트리트를 넘어 브루클린까지. 젊었나 보다. 진짜 계속 걸었던 기억들. 교과서에서, 인터넷에서, TV에서 봤던 온갖 건물과 장소들을 걸으며 보고 또 보았다.
하나하나가 다 신기했다. 현대미술관, 메트로폴리탄을 지나 타임스퀘어에서의 인증샷. 그리고 유명한 거리와 건물들을 지나갈 때면 손에 든 여행 지도와 비교를 했다. ‘이곳이 여기는구나’를 남발하면서. 거리마다 달라지는 분위기와 사람들의 옷차림에 마음이 들떠있었다.
그때도 역시 하나님과 함께였다. 여기는 어떻고, 저기는 어떻다고. 마음속으로 하나님과 대화하며 걸으니 뭔가 든든했다. 외롭지 않다고 해야 하나. 처음 혼자서 여행할 때는 카메라와 함께였다. 한 손에 카메라를 들고 찍으면서 걸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카메라보다는 하나님과 함께하는 여행이 되었다. 하나님과 더 친해졌다고 해야 하나.
뉴욕 맨해튼을 횡단하기 위해 시작한 곳은 센트럴파크 공원 북쪽 입구였다. 지하철역에서 내려 센트럴파크로 들어가려는데 살짝 호기심이 생겼다. 길 건너로 보이는 할렘가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온갖 영화에 등장하는 무서운 거리 할렘가. 지금은 아니겠지만 10년 전만 해도 분위기가 완전 달랐다. 길 하나를 두고 분위기가 저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분위기에 눌려 할렘가는 발도 못 붙이고 센트럴파크 공원에서부터 뉴욕 맨해튼 횡단을 시작하였다. 공원만 횡단하는대도 약 2시간은 걸린 것 같다. 공원을 지나갈 때마다 색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푸른 호수와 넓은 광장, 그리고 콸콸콸 흐르는 인공 폭포까지 공원은 명성대로 엄청 컸다.
그리고 간단한 조깅복을 입고 러닝 하는 뉴요커들. 뭔가 있어 보인다고 해야 하나. 꼭 상류층 사람들을 보는 느낌이었다. 지금이야 우리나라도 러닝족들이 많지만 이 당시만 해도 흔치는 않았다. 잘 사는 사람들이 날씬한 세상. 못 먹어서 마른 것이 아니라 관리를 해서 날씬한 것. 나도 몸 관리 좀 해야 되겠다. 하나님이 주신 귀한 몸을 잘 가꾸는 것도 주님을 찬양하는 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미국에서 걷기 하면 보스턴도 뺄 수 없다. 명문대 구경한다고 엄청 돌아다녔다. 피자 한 조각 입에 물고 하버드와 MIT 구석구석을. 어떻게 보면 학교가 아닌 그곳에 다니는 학생들이 궁금했었던 거 같다. 어떤 아이들이 그곳을 다니는 건지, 그들의 분위기와 행동 패턴이 궁금했다.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역시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 학교를 있게 하는 것은 그곳을 찾는 학생들 자체가 똑똑하고 달란트가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여행에서 걷기는 내게 큰 비중을 차지한다. 걸으면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낀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하나님과 대화를 한다. 행복한 시간이다. 결혼한 지금에도 혼자 이런 여행을 가보고 싶은 작은 소망이 있다. 하루쯤은 당일로 이런 여행도 필요하지 않을까.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