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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멜로영화와 다큐

by 박세환

신혼여행지 하와이. 남들 다 간다는 하와이에 우리 부부도 갔다. 부부라 불리기 시작한 역사적인 곳이다. 혼자 여행이 아닌 누군가와 나란히 함께 한 첫 여행. 그리고 단순한 여행이 아닌 결혼이라는 긴 항해의 시작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마우이섬으로 이동했다. 오픈카를 타고 멋을 잔뜩 부린 채. 그곳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경험하고 공유했다. 여행은 같이 간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 길이라고도 했다. 와이프와 함께 하는 것 하나하나가 신기하고 즐거웠다. 이러려고 다들 신혼여행 오는 건가.


푸른 바다에서의 스노클링. 보트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로 나갔다. 그때 처음 알았다. 나는 뱃멀미가 심하다는 것을. 가슴이 답답하고 어지러웠다. 다른 여행객들이 스노클링 하는 동안 보트에 누워있었다. 그래도 와이프와 함께여서 행복했다. 그리고 항상 함께 계시는 하나님까지. 지금은 옆에서 책 보고 있는 아이들까지 온 가족이 하나님과 여행 중이다.


하와이 하면 잊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와이프의 코 고는 소리. 결혼 전에는 몰랐다. 코 고는 소리가 그렇게 큰 줄은. 신기했다. 사람이 자면서 저렇게 큰 소리를 낼 수도 있구나. 더 신기한 것은 그 소리가 마음을 평안하게 해줬다는 것이다. 처음 들었을 때는 내가 과연 잘 수 있을까 생각했다.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그 소리를 들으며 평안히 잠이 든다.


쇼핑 또한 생각난다. 하와이에는 유명 브랜드의 옷과 가방이 저렴한 가격으로 아웃렛에 넘쳐났다. 그 가게에서는 한국 사람이 직원으로 있었다. 한국 사람이 얼마나 많이 오면 한국인을 직원으로 채용했을까. 신혼여행지에서 와이프는 가방 7개를 샀다. 본인 거를 포함해 누구 거 누구 거를 써가면서. 와이프는 과소비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쇼핑을 할 때면 눈이 반짝인다. 아픈 것이 싹 나을 정도로. 그런 와이프가 있어 삶이 재밌다.


솔직히 하와이에서의 멋진 장면과 신났던 액티비티는 잘 생각이 안 난다. 다만 와이프에 대한 생각들로 넘쳐난다. 글을 쓰면서도 하와이에 대해 쓴다기보다는, 하와이에서 알게 된 와이프에 대해 쓰는 것 같다. 그리고 결혼생활에 대해서도.


누군가는 말했다. 신혼여행이 멜로영화면 신혼여행 후는 다큐라고. 현실의 시작이라고 했다. 신혼여행지에서 먹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하다가 현실로 돌아오면 그때부터가 결혼생활의 시작이라고. 사랑해서 시작했지만 현실에서 펼쳐지는 잦은 마찰과 의견 충돌, 그리고 성격 대립. 신혼여행의 행복했던 추억으로 극복하라는 말도 있다.


와이프와 얘기한다. 서로에게 바라는 부부가 아닌 서로를 섬기는 부부가 되자고. 하나님을 바라보며 함께 나아갈 때 멋진 결혼생활이 가능할 것이다. 가끔 하와이를 생각한다. 기회가 되면 와이프와 다시 가보고 싶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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