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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여기가 한국인가

by 박세환

추석 연휴 때 나 혼자 떠난 여행. 목적지는 홍콩. 나는 몰랐다. 이곳에 한국사람이 바글바글 할 줄은. 추석 연휴라 그런지 어디를 둘러봐도 한국 사람으로 가득했다.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먹는대 여기가 우리 동네 맥도널드인 줄 알았다. 온통 들리는 소리는 한국말.


나는 여행을 통해 자유를 느낀다. 낯선 곳에서의 해방감. 이곳에 나를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나쁜 짓을 하면 안 되겠지만, 다른 사람 눈치 볼 게 없다. 그런데 곳곳에서 들리는 한국말이 왠지 자유를 뺏어가는 느낌이었다. 이러려고 온 게 아닌데.


그래도 좋았다. 어렸을 때 봤던 홍콩영화의 주무대. 영웅본색, 천장지구. 생각해 보니 홍콩영화를 많이도 봤다. 그 당시 홍콩누아르가 인기였다. 특히 천장지구를 좋아했다. 유덕화와 오천련의 액션 러브스토리. 1990년에 나온 영화다. 10대에 봤던 영화를 20대에도, 30대에도 봤다. 힘들고 슬플 때면 찾아보게 되는 영화. 뭔가 슬프면서도 힘이 되었다.


영화에 나온 거리에 가봤다. 저곳에서 그 유명한 오토바이씬이 나왔었는데. 왠지 사춘기 때의 감성이 물씬 피어올랐다. 반항심과 외로움. 겉으로는 표현 안 했지만 영화와 만화책을 통해 많이 표출한 것 같다. 그때 만약 CCM을 알아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지금처럼 힘들었던 순간을 조금 더 주님께 의지하지 않았을까.


홍콩영화 하면 생각나는 중경삼림. 배경으로 나온 미드레벨 에스칼레이터를 탔었다. 세계에서 가장 긴 에스칼레이터. 타고 올라가는대도 약 20분이 걸린다고 했다. 홍콩은 빈부격차가 크다.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올라갈수록 느꼈다. 아래의 화려한 도심과 달리 위에는 허름한 건물들이 펼쳐졌다. 꼭 우리나라 달동네처럼. 그리고 야경을 보기 위한 부자들의 별장. 새삼 빈부격차를 더 느끼게 만들었다.


홍콩 하면 역시 야시장이었다. 야시장으로 유명한 침사추이 밤거리. 왁자지껄한 소리와 여기저기서 풍겨오는 야식 냄새가 떠올랐다. 그때 먹었던 게맛살 맛이 났던 걸쭉한 우동. 맛있었는지는 기억 안 나지만 이게 홍콩 음식이구나 하고 여행 분위기를 냈던 게 생각난다.


홍콩은 다양한 문화가 섞여있다. 서양과 동양. 패션과 올드함. 화려함과 심플함. 뭔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조화로운 곳. 그리고 깜짝 놀란 것은 곳곳에서 담배 피우는 여자들. 너무나 당당하고 멋지게 피는 모습에 충격이었다. 남자들만큼이나 많은 여자들이 담배를 물고 다녔다. 10대 불량한 아이들이 아닌 정장 입은 여자들이. 꼭 남녀평등을 외치는 것처럼.


가끔 회사 앞에서 홍콩식 밀크티를 마신다. 정작 홍콩에서는 못 마셔본걸 한국에서 마시다니. 다음에 기회가 되면 홍콩 가서 먹어보고 싶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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