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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낭만과 자유함

by 박세환

나는 자전거를 잘 못 탄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자전거를 잃어버린 후 안 탔기 때문이다. 가끔씩 여의도 광장에서 탔지만 엎어질까 봐 언제나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오사카를 다녀온 후 자전거에 대한 꿈이 생겼다. 어디든지 내 발이 되어줄 것 같은 자전거.


나는 보았다. 오사카 시내 한복판에서 멋진 쟈켓을 입고 자전거를 타는 남자를. 자전거는 안장이 낮아서 발이 땅에 닿을 정도였다. 횡단보도 앞에 두 발을 딛고 서있는 그를 보며 생각했다. 자유로움이란 저런 걸까. 휘청거려도 두 발로 지탱할 수 있다는 안정감. 안전장치가 있다는 것에 평안함이 느껴졌다.


그 남자뿐만이 아니라 많은 젊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우리나라에 자전거 도로가 없던 때라 신기했다. 시내 한복판에서도 자전거를 자유롭게 타는 모습이 무슨 춤을 추는 것 같았다. 문득 나도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장이 낮다면 잘 탈 수 있지 않을까.


10년이 훨씬 지난 요즘 자전거를 탄다. 안장이 낮아 바닥에 발이 닿는 자전거를. 도서관을 갈 때도. 마트를 갈 때도. 자전거를 탈 때면 오사카에서 느꼈던 자유로움을 만끽한다. 온몸을 스쳐 지나가는 잔잔한 바람이 마음속까지 후련하게 해 준다. 꼭 성령으로 샤워하듯이. 솔직히 빠르게 달리면 조금 무서워서 천천히 달린다. 그래도 재밌다. 이 맛에 자전거를 타는 걸까.


오사카 하면 네온사인이 화려하게 펼쳐진 도톤보리가 생각난다. 사진에서 보던 마라토너 간판과 대게 모형. 그리고 크리스마스 시즌이어서 거리 곳곳이 반짝였다. 길가에는 맛집들이 즐비하고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거리를 가득 메웠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 과연 하나님에 대한 기쁨은 있는 걸까.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있는 대로 다 내면서.


일본은 기독교 비율이 1%라고 한다. 온갖 잡신이 난무하는 가운데 토속신앙이 가득하다. 집에 있는 물건들이 신이라고 한다. 여기도 신, 저기도 신. 사방에 널려있는 것들을 신이라고 믿는 게 이상하다. 크리스마스는 마음껏 즐기면서 하나님은 안 믿는 나라. 왠지 우리나라도 닮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곳에서 하나님 믿는 사람들은 어떻게 예배드리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다음날 교회에 갔다. 오사카에 있는 한인교회를. 마침 주일 예배가 있었다. 한국과 똑같이 찬양과 기도, 말씀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교회에서 차려준 맛있는 점심까지. 일본에서 먹는 한식은 행복한 경험이었다. 이곳에 주님 말씀이 널리 퍼져나가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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